봄이면서도 봄같잖게 추운날씨가 계속되어 아침이면 창문을 열어보며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예년이라면 가벼운 봄차림이 제격이지만, 올해는 아직도 두꺼운 재킷이다. 3년전 5월초에 몽골 울란바타르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가지고간 옷이 말 그대로 봄옷 뿐이라서 4-5일 머무르며 추워서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올 봄은 이곳 포항도, 서울이며 대전보다 훨씬 남부에 위치함에도, 저 몽골고원의 찬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니 꽃들도 늦게 피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큰 변화가 없고, 겨울잠자던 개구리들은 어찌되었는지 궁금하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뛰어오르다가 동사한 것은 아닌지..
포항에와서 15년의 세월이 지나고 있다. 낯선 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일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낯섧움 자체가 익숙함이 되어 버렸다. 이곳에 친숙해졌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낯섧움이 계속되고 오히려 그 낯섧움을 즐기게 된 것 같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좋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1층짜리 단독주택에 살다가 한국에 와서는 오랬동안 9층에 살았는데, 5개월전 새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다시 9층을 골랐다. 다른 이들은 12-3층을 좋아하고 어떤이들은 22층의 팬트하우스를 좋아한다지만, 난 \’구\’씨라서 9층을 좋아 하는 건가… 사실 정해놓은 후에도 경관이 별로다 일조량이 부족하지 않을까 등등 13층 내지 22층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이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제는 \’구씨라서 9층에 산다\’는 우스개 소리를 수업중에 학생들에게 인간속성의 한 예, 경제학적인 법칙이나 합리성에 바탕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문화적인 요소들 내지 미신적인 요소들이 인간의 행동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예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큰 물건을 사거나 큰 결정을 할때 심사숙고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치밀한 성격도 아니지만 매사를 귀찮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대범한 사람도 못되어 결정후 후회를 하는경우도 많다. 하지만 좀 지나다 보면 그 불편함 내지 어색함을 당연한 듯이 여기며 살아가는 내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좀 더 살아가다 보면 그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음을 다시금 깨닫는 경우가 많다…
포항에서의 15번째 봄이 지나고 있다. 내 가족들과 같이 있지도 못하고, 내 좋아하는 단독주택 넓은 정원에 거하지도 못하고, 갈 곳도 많고 친구들 많은 서울에 살지도 잘 가지도 못하며, 내 직업인 학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지도 못하지만 어설픔 속에서도 그런대로 세월은 흘러가고 있다. 이 정도 세월이 지나니 그 결정들이 옳았었다. 지금의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결론을 내려야할 시기가 온 것이 아닐까??
2010. 4. 17. 구자문
데모루 (2010-04-19 15:43:07)
세상도 어지럽고~~
자연도 성을 내고 있네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그 선택이 매우 만족하다니 성공된 삶을 살았네요~.
남은 인생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으시구려~~^-^
구자문 (2010-04-21 07:51:06)
감사합니다. 좋은 봄날 보내세요… 쿠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아름다운 들꽃인 디모루 포세카(Dimor photheca)를
흔히 \’데모루\’라 부르죠. 남 아프리카 원산으로 \’아프리카 데이지\’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3월의 탄생화이며, 꽃말은 \’건강한 사람\’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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