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틀은 서울 부모님댁에 다녀왔다. 오랫만에 부모님 곁에서 밀린 이야기도 하고 티비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은퇴하신후 두분, 한 10년을 고향집에 머무시다가 장남인 형님집에 오신지도 10여년. 그동안 도심의 고층아파트에 사셨는데, 갑자기 변두리의 한 빌라로 이사를 가셨다. 유명한 학군도 동네도 아닌터라서, 집값이 오를 곳도 아닌터라서, 부모님이 쉽게 외출 할 수도 없는 곳이라서, 아파트에 비하여 겨울엔 좀 추워서 형제들이 반대도 했었다.
내 부모님, 이미 80이 넘으시고 또 가까우신터라 근력이 약해지셔서 멀리 외출도 못하시는데, 그제는 아버지와 오랫만에 동네를 한바퀴 산책했었다. 그곳은 넓은 대지에 150여세대의 빌라촌인데, 집집이 돌벽에 붉은기와의 3층정도(반층씩 5단계) 높이로 언덕배기 지형을 따라 잘 배치되었고, 주변은 갖가지 나무와 꽃들로 이루어진 크고작은 정원이다. 지금은 흰철쭉 붉은철쭉이 바위돌 사이에 무더기 무더기 피어서 아주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고… 원래 꽃나무 키우기가 평생의 취미셨던 아버지. 지금도 앞뒷뜰 화초 가꾸기에 열중이신 어머니. 산책중에도 몇번이나 감탄하시며 \’서울에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가 있으니 말이야!\’ 택시도 드믈고 우체국도 은행도 하다못해 이발소 조차 주위에 없어 이사온 1년여 불편을 감수하시던 부모님, 그 불편함을 감히 형님 부부에게 드러내놓던 나. 그러한 불평과 안타까움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식구들 미국 보내고 홀로 포항땅에 남음을 내내 걱정하시는 부모님. 기력 없어 둘째아들 이사를 해도 다녀올 수 없고 반찬 해줄 수도 없다고 걱정하시는 부모님. 사실 난 혼자서도 이것저것 챙기면서 잘 살고 있잖아… 이젠 좀더 자주 상경해야겠어. 부모님과 좀더 자주 산책을 해야지. 형님부부에게도 좀더 친절해야지. 이번 주말은 내 자신을 좀더 철들게 해 주던 시간이었다. 서울에도 시골마을보다 더 아름다운 꽃 동네가 존재함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참고로, 그 동네는 구로구 항동과 부천시 접경인 성공회대학과 유한대학 뒷편, 지은지 꽤 오래된 \’그린빌라\’)
20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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