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체성과 DNA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우리 한국인의 인류학적인 유래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다수의 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항상 우리 한국인의 기원에 관한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그에 따른 질문들은, 우리 한국인의 기원이 고조선 단군으로 시작된 게 맞는가? 이때 환웅과 곰/쑥/마늘 전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고조선, 부여 등 고대국가의 유민들이 북에서는 고구려를 형성하고, 남으로 내려와 삼한의 원주민들과 결합하여 백제, 신라, 가야를 이룩한게 맞는가? 세계적으로 일부 지역에민 존재하는 스톤헨지의 일종인 고인돌이 왜 수만기씩 우리 한반도에 집중되어 존재하는가? 우리 한국인은 중국인 및 일본인과 어떻게 다른가? 한국인 유전자에 서역 및 북방적인 요소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끝없이 진행될 수 있다.
우리 한국인의 민족에 대한 자각 내지 강조는 우리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 좀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보는데, 이는 고려 초중기, 이조 말기 등이라고 본다. 솔직히 중국의 문화와 격식을 본받는 와중에 우리 문화의 상실을 염려하는 분들이 나타났고, 이분들의 저서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것이다. 그중 삼국유사는 단군신화를 기록하고 있는 최초의 서적이며, 제대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조 말에 지어졌다는 환단고기 같은 것들도 있다
우리 민족의 근간을 이루는 동이족,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에 대한 역사 기록은 중국의 역대 정사와 우리나라의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남아 있다. 중국 기록은 당대의 상황을 비교적 실시간으로 기록했다는 정시성이 강점이기는 하나 기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제3자의 시선이기는 하지만, 우리로서는 좀 속상하게 변방 민족으로 취급된 면이 없지 않다. 우리 스스로의 선사시대 및 고대국가에 대한 기록은 많지도 않지만 추후에 주체적인 역사 인식하에 기록된 것들이 있는데, 좀 과장되고 신화적인 것들이 많다.
중국은 한반도와 만주 일대의 제 부족과 국가들을 대개 \’동이(東夷)\’로 분류하여 사서의 \’열전(列傳)\’에 별도로 기록했다. 관자(管子) 및 산해경(山海經)d에 고조선(朝鮮)이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하며, 제나라와 교역한 기록 등이 존재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위만조선의 흥망성쇠와 한나라와의 전쟁 과정이 \’조선열전\’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삼국지(三國志) 위서 동이전에는 우리 고대사 연구의 핵심 자료인 부여, 고구려, 동예, 옥저, 삼한(백제·신라의 모태)의 제천행사, 혼인 풍습, 법률, 사회 구조를 가장 생생하게 전한다. 진서(晉書), 위서(魏書), 수서(隋書), 당서(唐書)에는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중국의 여러 왕조와 치열하게 전개한 외교 관계, 전쟁 기록(여수전쟁, 여당전쟁), 그리고 각국의 관제와 복식 문화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 한국인이 중국인과 풍습과 언어 면에서 다른 것은 고대로부터 인식되어 온 사실이라고 보는데, 체질적으로도 다름을 기록한 것은 찾아볼 수 엇다. 지금까지도 한국인, 북중국인, 그리고 일본인은 동아시아인의 카테고리에서 체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듯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우리 한국인들도 우리가 주변국 사람들과 체질적으로 다름을 주장하기도 힘들었다고 본다. 그런데 근래에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인간 DNA분석이 정밀해지면서 각 민족의 내력 내지 구성을 어느 정도는 좀 더 정확히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연구 대상이 적어서 명확히 단정할 수 없기는 하나 우리 민족이 주변 중국인 및 일본인가 다른 점이 DNA분석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Y염색체와 미토콘드리아 분석에 의하면 우리의 부계(Y-염색체)의 주류는 동아시아 및 남방 농경민 계통인 하플로그룹 O 계통(O2, O1b 등)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북방 유목민/구아시아인\’ 계통(하플로그룹 C2)은 한국인 남성의 약 12~15%가 보유하고 있다. 이 유전자는 몽골,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유목민 집단에서 가장 높은 빈도(40~50% 이상)로 발견된다. 흔히 \’징기스칸 유전자\’나 \’북방 유목민 유전자\’로 불리며, 고대 유라시아 초원을 누비던 집단이 한반도로 유입되어 남긴 흔적이다. 모계(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서는 북방계 하플로그룹(D, A, G 등)이 60% 이상 높게 나타난다. 이 북방 초원 유목민 유전자가 한·중·일 중 한국인에게 특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극동 러시아의 \’악마문 동굴(Devil\’s Gate Cave)\’에서 발견된 7,700년 전 신석기 고 인골 게놈 분석 결과, 갈색 눈과 삽 모양 앞니 등 현대 한국인의 전형적인 북방계 유전 특성이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빙하기 시베리아에서 추위에 적응한 북방계 형질(쌍꺼풀 없는 작은 눈, 얇은 입술, 긴 코)이 한국인 얼굴형의 70~80%에 강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비율과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 조건은 다를 수 있는데, 현대 한국인의 전체적인 게놈분석에서 가장 큰 비중(약 60~70%)을 차지하는 실질적 근간은 남방형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의 언어/문화는 북방 유목민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하며, 중국대륙으로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중국과도 일본과도 크게 다르다. 이러한 크게 다른 언어/문화가 우리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한반도에서나마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남게 된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은 “남방계 유전적 토대 위에 북방계 신체 형질과 시베리아·요하 지역의 언어·문화적 요소가 결합하여 오랜 세월 동안 단일한 정체성으로 융합된 민족”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본다. 근래 한국인이 단일민족이 아니고 혼혈 민족이라는 주장이 넓게 퍼지기도 하는데, 필자의 생각은 우리 한국인이 과거 여러 갈래의 요소들이 결합되기는 했지만, 한반도를 중심으로 3000년 이상 같은 언어/문화 속에서 하나로 결합된 차별화된 정체성을 보이고 있으니, 이는 한국인이 단일민족이라고 말할 근거라고 생각된다.
대경일보 2026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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