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고공행진의 결과는?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원/달러 환율이 한동안 1,500원을 넘어 고공 행진하더니, 근래 1,450~60원 대로 내렸다. 하지만 이는 중동 전쟁상황과 맞물린 오일가격 변동, 한미 이자율 변화 등 국내외 경제사회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일시적일 수 있어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은 1) 중동발 에너지 위기: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로 인해 원유 수입국인 한국의 부담이 커졌으며, 국제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2) 한·미 간 지속되는 고금리 격차: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고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이자가 높은 달러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3)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 글로벌 기술주 조정 및 대외 리스크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매도(자본 유출)하여 달러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4) 국내 자본의 만성적 해외 유출: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 열풍과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현지 공장 및 인공지능(AI)·반도체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달러 공급이 만성적으로 부족해졌다.
이러한 고환율은 포항지역 제조업 부가가치의 70%를 차지하는 철강 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리며 지역 경제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과거 ‘고환율=수출 호재’라는 공식과 달리,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포항 철강공단 기업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포항상의에 따르면 2026년 3분기 포항지역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년도 75에서 64까지 급락’하여 IMF 외환위기 수준의 극심한 경기 침체를 보이고 있다. 1) 주력 철강 대기업의 원가 폭등 및 적자 전환: 환율이 1,500원선을 돌파하면서 대형 제철소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원료 탄을 전량 수입하는데, 전문가들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원재료비 부하가 약 500억 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영업이익도 급감하고 있다. 2) 중소 협력업체 및 공단 기업의 생존 위기: 자금력과 환리스크 대응력이 부족한 공단 내 중소기업들은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중소기업의 90% 이상은 환율 변동에 대응할 금융 수단이나 전문 인력이 없어 고환율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3) 고환율에 더해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고유가: 최근 4년간 70% 이상 급등한 유가와 고전기요금이 겹치면서 공장 가동을 축소하거나 휴·폐업을 검토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4) 지역 골목상권 붕괴와 내수 침체: 제조업 생산성 악화는 포항 시민들의 가계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항의 중심 상권인 중앙상가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4.9%로 전국 평균(13.4%)의 3배에 달한다. 철강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지갑이 닫힌 데다, 인구도 50만이 무너지며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고환율은 단순히 외환시장의 문제를 넘어 지역 주민들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키고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는 연쇄 경로를 가지고 있다. 주택시장도 매수세 위축 및 하락하며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고환율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장점)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 제고시키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국산 제품의 달러화 가격이 낮아져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제조 상품의 수주와 해외 시장 점유율 확보에 유리해진다. 부정적 영향(단점)은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국내 소비자 물가를 전방위로 끌어올린다.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의 제조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마진을 악화시키며, 고물가로 인해 일반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져 내수 소비가 식어버린다. 현재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더 심각하게 작용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반도체 착시\’에 가려진 전반적인 수출 효과 저하: 현재 한국 수출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특수를 누리는 반도체 산업이 독주하고 있을 뿐,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군은 수출 증가율이 정체되고 있다. 2) 구조적 비용 상승: 수출 기업들도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중간재, 에너지를 대거 수입해야 하므로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도입 비용 상승이 환차익(장점)을 상당 부분 상쇄해 버린다. 3) 얼어붙은 내수(소비)와 체감 물가 고공행진: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 구조상 고환율은 에너지를 포함한 생활 물가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다행히 요즈음 좀 소강상태이기는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500을 넘어 고공행진한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극심한 경제 비상사태(컨티전시 플랜 가동 단계)에 진입함을 의미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소득은 줄어들거나 그대로인데 물가만 폭등하여 소비가 완전히 마비되는 전형적인 \’불황 속 고물가\’ 상태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고환율 시대에 시민들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일은 수입품 소비 줄이기와 대출 금리 변동 대비이다. 해외 결제 최소화와 해외 직구 자제로 국산 제품 이용을 늘리고, 대중교통 이용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함으로써 국가의 원자재 수입 부담을 줄여야 한다. 불안정한 경기 흐름에 대응할 현금성 자산 확보도 필수적이다. 포스코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역할도 막중하다. 철광석 등 원료 수입국을 다변화해 달러 결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수입 의존도를 낮춰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환율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협력사 납품대금에 즉각 반영하고, 저금리 대출 등 금융 지원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막아주는 상생 전략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역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고환율 긴급경영자금과 수입보험료 할인 혜택을 적극 신청하는 한편,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의 환변동보험을 활용해 환차손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나아가 원가 절감과 기술 혁신을 통해 고환율로 인한 마진율 감소를 정면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영남경제 2026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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