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속의 엘에이

  로스앤젤리스에서 2주여 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다. 주룩주룩 오는 비는 낮밤을 가리지 않았고, 2-3일에 한번씩은 격렬한 폭풍이었다. 이 지역은 지중해성기후로서 날씨가 온난하고 여름은 건기이고 겨울은 우기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사막기후에 가까워서 겨울에 몇번 하루정도씩 비를 뿌릴 뿐, 일년을 통하여 더웁고 쾌청한 날이 대부분인 지역이다.
  하지만 올겨울에는 이러한 공식이 깨진 것같다. 그동안 차를 몰고 나가면서, 특히 후리웨이를 몇십마일 운전하면서 앞이 거의 보이지않는, 차를 옆으로 멈추어야 할 것같은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동네 거리도 물이 1-2인치씩 고여서 물살을 가르며 운전을 하게 된다. 다운타운의 어떤 지역은 배수구가 막혔는지 길이 통제되기도 한다. 산타크라리타나 산버나디노 같은 산골지역은 토사유출로 길이 메워지고 집이 침수되기도 한다.
  올겨울은 지난 인도네시아의 9.0짜리 지진과 그 여파로 인한 쯔나미 피해로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15-6만의 인명피해를 내더니 이곳 미국과 유럽지역은 폭우로 시달린다. 한국은 지난 100년래의 눈없는 겨울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름에는 서울이며 포항에서 게릴라성 폭우를 몸소 겪기도 했었다. 이것들이 분명 세계의 기후의 변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그 이유를 환경오염 등 여러가지로 설명하고 있지만, 짜증속에 웬지 불안함 마음도 뒤엉켜 있다.
   로스앤젤리스는 건조하기에 사람들은 비를 기다린다. 비는 우기인 겨울에 몇번 뿌릴 뿐이지만 이로 인하여 일년내 메말랐던 산야가 빗속에 생기를 되찾고, 스프링쿨러로 목을 축이던 잔디들도 마음껏 물을 머금고 푸르러진다. 여름내 땅속에 잠자던 튜울립이며 각종 구근들도 쑥쑥 솟아나오고 여기저기 흩날리던 갖가지 씨앗들도 정원 이곳저곳에서 파랗게 싹을 튀운다.
  하지만 올겨울은 끝없는 빗속에 사람들은 지붕이 새서 그리고 고칠틈이 없어서 걱정을 한다. 오랫만에 귀향을 하고 집과 정원 이곳 저곳을 손봐야 하는 나도 걱정이다. 집과 차고는  새지 않으니 지붕에 올라갈 이유는 없지만, 약해진 담장도 수리하고, 나무 곁가지도 치고, 담가에 두어그루 심고 싶은 사이프러스도 올핸 포기해야 하나보다. 지난 몇년 여름동안 멋모르고 심어왔던 향나무며 각종 꽃나무들이 대부분 말라 죽었기에 이번 겨울에 몇그루 심어보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비를 맞으며 꽃나무 정도는 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고에 물건을 가지러 잠시 뛰어가더라도, 우산 필 겨를없이 누굴 잠시 배웅하려해도 온몸이 비에 젖기에 아무런 엄두를 못내고 있다. 올 겨울휴가는 이렇게 비를 맞으며 빗소리만을 들으며 흘러가나보다. 하지만 다시 고쳐 생각해보면 비로 인한 이익이 없는게 아니다. 비로 인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가족들과 보낼 수 있었다. 멀리 가지 않았으니 경제적인 절약도 많았을 것이다. 또한 비가 그치면 파랗게 피어날 앞뒷마당의 잔디며 더욱 무성해진 꽃나무들. 어차피 레몬이며 오렌지는 빗속에서도 노랗게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을 테고… 얼마후 비가 그치면 아주 아름다운 우리집이 연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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