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낙후된 골목길을 거닐며

도심 낙후된 골목길을 거닐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포항이 52만 인구를 지닌 중간크기의 도시이기에 원도심으로 불리는 역사적인 중심지역이 꽤 넓은 편이다. 하지만 포항 붙박이인 필자로서도 도심에 자주 가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요즈음 도심에 위치한 한의원에 다닐 일이 있어 자주 들르게 되었다. 한의원 인근에 차를 세워야 하는데, 골목이 좁고 차들이 줄지어 대어 있어 주차공간을 전혀 찾지 못하니 좀 혼잡한 지정 주차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골목 안을 돌아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지난 주에는 좀 일찍 일을 마치고 주변 동네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서산터널 인근 동네인데, 우선 보이는 것이 아래로 터널 뚫린 꽤 높은 급경사 동산이다. 그 앞에 옛철길에 조성해 놓은 그린웨이가 있고 오래된 집들이 모인 허름한 동네가 있다. 대개가 1970~80년대 지어진 것 같은 1~2층 건물들로서 대부분 허가건물이겠지만 무허가건물들도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물론 빈터도 있고 요즈음 지어진 3~4층 건물들도 있고 일부 상업시설이 존재하지만 전반적인 동네의 분위기는 도심에 위치한 낙후된 저소득층주거지라고 생각된다. 물론 건물주인들은 꼭 가난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이곳 건물들은 대개 방을 여러 개 내어 세를 준 경우가 많다고 본다.  

  인구가 늘고 도시가 확장하면서, 특히 한국의 전형적인 고층아파트단지들이 교외에 지어지면서 도심은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 중심상가지역은 아직도 도시의 상징적인 공간이 되어 있지만, 나머지 도심지역은 낙후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인 경우에는 이러한 도심 및 가까운 주변지역을 모두 허물고 고층아파트군이 들어서는 경우가 우리 한국의 도시개발 및 재개발의 유형이라고 할 만큼 흔했었다. 물론 지금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흔히 이루어지는 형태이다. 물론 중소도시라하더라도 이러한 개발유형이 대부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일지도 모르겠으나, 사업성이 부족하여 낙후된 채로 남아 있는 곳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도심재개발 및 활성화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현재 있는 동네들을 향상시키는 도시정비 내지 도시재생방안들이 넓게 힘을 얻고 있다고 생각된다. 도시의 기존 동네와 건물들을 모두 허물고 새로 건축하는 것이 아닌, 그 동네의 부족한 부분, 예를 들어 도로, 상하수도, 개천, 다리, 담장 등을 향상시켜 지역이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정비사업이 대부분 이러한 것들인데, 좀 더 적극적으로 한 지역을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하여 국비를 지원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골목길 정비, 미화, 지붕개량, 상하수도 정비, 건물 및 담장 미화, 커뮤니티 공동시설 설치, 주차장 확보 등 물리적인 향상만이 아니라 지역의 전통과 커뮤니티를 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전문가, 학생, 일반시민 등의 도움과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그 지역주민들의 자조적인 노력에 의해 동네가 향상될 수 있다고 본다.

  도시는 다양한 모습을 지녀야 하고, 각 동네들이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지녀야 하는 법이다. 지역의 명소가 될 60~70년된 전통시장도 있고, 새로 지어진 시립도서관과 미술관도 있고, 40~50년된 낙후된 상가거리가 전통을 보전하며 지역의 명물이 된 곳도 있어야 하지만, 도심의 혹은 주변의 낙후된 주거지역들, 지금은 노인들이 대다수이고 가난한 이들이 방 하나 얻어 사는 듯한,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지역들도 나름대로 재정비되어 특색있는 도심주거지역으로 변모되면 좋을 것이다.

  그 낙후된 지역을 걸어보니 이미 수년에 걸쳐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된 듯 보인다. 좁은 길이지만 잘 포장되어 있고, 벽화도 그려져 있고, 작고 낡은 건물들이나마 잘 정비되어 있는 듯 보인다. 물론 빈 건물들도 많다. 소나무 우거진 급경사 동산 아래 일제 강점기 혹은 6.25전쟁시 조성되었음직한, 지금은 재난대피소로 쓰인다는 방공호 같은 공간이 존재함도 이색적인데, 꽤 높은 동산을 크게 잘라내고 그 넓은 사면을 온통 콘크리트로 발라놓아 매우 흉하게 보이는데, 언제 왜 그렇게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 동네는 낙후된 상황에서도 상하수도가 설치되어 있고 주민들이 협력하여 동네를 가꾸어가는 듯하다. 쓰레기도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좁은 길을 이 건물 저 건물 구경하면서 포항의 전통적인 중심의 하나인 육거리로 나왔다.  

  동행한 동료가 발견한 맛집이 있다 해서 좀 걸어가 보니 그 집은 자그마한 건물의 일부분을 차지한 앞면이 다양한 꽃과 덩굴식물들로 장식된 작은 한정식집이었다. 실내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나이 드신 부부가 운영하는 모양인데, 가격대비 아주 다양한 반찬들이 차려져 나왔다. 명태코다리, 갈치구이, 굴무침, 조개무침, 된장찌개, 더덕 등 각종 나물. 이곳을 아는 분들이 알음알음 찾아와서 장사가 잘 되는 듯 보인다. 사실 작년에 자동차면허증을 바꾸려고 이 근처 경찰서민원실에 왔다가 근처를 거닐며 이 집을 본적이 있다. 그 안 골목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살피다가 한 꽃집 겸 찻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던 생각이 난다. 찾아보면 도심에 갈 곳이, 아니 새롭게 개발될 많은 곳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새 건물들이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꾸며가면서 옛정취를 풍기는 그러한 곳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것들도 우리 도시의 자랑이며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경일보 2020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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