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도심해변과 갈매기떼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주말이면 해변을 걷고는 하지만 지난주에는 일이 있어 한 주를 거른 탓으로 2주 만에 도심해변인 영일대비치를 걷기로 했다. 이날 따라 기온이 내려가 두꺼운 잠바로 무장하고 길을 나섰다. 날씨 탓인지 요즈음 좀 더 심해진 코로나바이러스 탓인지 예전보다 찾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하지만 오후의 날씨는 맑고, 물결도 잔잔한데, 바닷바람이 세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옷깃을 여밀게 한다.
그 흔하던 세일보트나 수상오토바이도 보이지 않는데, 백사장 가까운 출렁이는 물가에 수 많은 갈매기 떼들이 낮게 날기도 하고 물로 자맥질하고 있다. 아마 이곳에 작은 물고기들이 몰린 모양이다. 아주 큰 갈매기들이 있는가 하면 작은 갈매기들도 있는데, 아마 올해 깨어난 새끼들일 것 같다. 이들이 어디서 깨어났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이곳 도심해변은 아닐 것이고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영일만 건너 호미반도 절벽 어딘가에 갈매기 집들이 모여 있을 것이다. 먹이를 찾기 위해 날개를 펴고 해변 이곳저곳 탐색하며 이곳까지 왔으리라. 해변은 수심이 낮으니 물고기떼들이 잘 보일 것이고…
좀 걷다보니 백사장에도 많은 갈매기들이 모여들고 있는데, 어떤 것들은 백사장에 앉아 있고 어떤 것들은 후루룩 공중으로 날아오르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계속 바람을 맞으며 공중에 낮게 떠 있다. 아, 백사장을 걷던 사람들이 새우깡 등 먹이를 주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추운 날씨이지만, 해변을 걸으면서, 날아드는 갈매기 떼들을 보면서 동료인듯한 사람들 모두가 큰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해변에 갈매기만이 아닌 펭귄 떼들이 헤엄치고 종종 걸어 다니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았다. 남극에나 살 것 같은 펭귄들 중에는 우리나라와 기후가 비슷할 남아프리카공화국 해변에 정착해 산다는 소문을 들었다. 펭귄들이 남극으로 돌아가지 않고 사시사철 살면서 개인집 뜰을 침범하기도 한다고… 이 포항해변 어딘가에 펭귄을 키워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걷던 방향을 바꾸어 차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다 보니, 하늘 높이 길다랗게 연이 떠있다. 멀리 보이는 맨 꼭대기의 연은 용의 모습을 본따 만든 긴 모양의 연인데, 그 아래로 같은 줄에 수십 개의 방패연이 연달아 떠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오늘 같은 바람이 아마 연을 띄우기 좋을 것이다. 너무 바람이 세면 연줄이 끊길 수도 있을 것이며, 너무 바람이 약하면 이 거대한 연을 띄우기가 힘들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 연을 보며 카메라에 담기 여념이 없다. 이 바닷가가 다양한 해양스포츠의 무대가 되기도 하고, 철강페스티발의 일환인 철강조각전시회가 열리고, 불빛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연날리기 대회가 열릴만한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이미 15년은 지난 오래전 일이지만 한 지인이 이곳에서 세계 열기구 대회를 열자고 했던 생각이 난다. 저 멀리 흥해 연백평야에서 열기구를 출발시켜 이곳 영일대해변으로 착륙시키자는 것이다. 갖가지 색상의 열기구 수십 혹은 그 이상이 하늘을 수놓는다면 정말 장관일 것이다. 여러 사정으로 그 계획은 불발되었지만 아쉬움이 컸었다. 그때 대학운동장에 줄을 매어 놓기는 했지만 필자도 열기구에 올라 4층 건물 두세배 높이에서 캠퍼스를 바라보던 생각이 난다. 코비드19 이전만 해도 많은 이들이 터키로 여행을 떠났는데, 비싼 요금을 주고 열기구를 타는 것이 주요 관광코스 중 하나였음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재추진해 볼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 당시에는 필자의 동창들 중에 아직 철강공단이나 군부대에 재직하던 이들이 있어서 이들이 칠포해변에서 행글라이더를 타거나, 양포해변에서 스쿠버 다이빙하여 해삼 등을 따오는 것 등을 관람하기도 했으며, 한쪽 다리는 수중에 내려놓은 채 고무보트에 직접 몸을 싣고 장난기 가득한 띠동갑 젊은 운전자가 이리저리 속력도 내고 흔들어대는 상황에서도 바닷속에 있는 아름다운 모습의 다양한 해파리들을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포항에 바다가 있음은, 더구나 아름다운 도심해변을 가지고 있음은 포항에 사는 이들은 잘 못 느끼고 있을지 모르지만, 시민들 삶에 대단히 큰 즐거움과 활력을 주고, 도시를 차별화시키고 브랜드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 바다가 있어서 호텔, 카페, 음식점 등에서 좋은 전망을 즐길 수 있고, 고층아파트가 좋은 전망과 함께 인기를 누리고, 많은 이들이 바닷가를 찾아 걸을 수 있고,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기며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이다. 바다가 없는 내륙에 사는 이들도 휴가나 주말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멀리 운전해와 포항도심을 찾는 것도 이 바다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어항이 있어 고깃배가 드나들고, 국제항만이 있어 화물선과 여객선이 드나들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각종 산업시설이 자리 잡은 것이다.
필자는 몇몇 동료들과 일요일 오후면 도심해변을 찾는데, 설머리에 차를 세워놓고 잘 닦아진 해변길을 따라 걷다 장미원에 잠시 들르고 더 걸어서 울릉도 선착장까지 다녀오게 된다. 어떤 때는 울릉도행 선착장에 들러 배들을 구경하기도 하다가 되돌아오면 1시간여를 걷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연날리기, 갈메기떼, 요트, 수상오토바이 등을 구경하고 끊임없이 밀려오고 하얀 포말을 내는 파도를 보며 즐기는 것이다.
대경일보 2020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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