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다녀오며 주변을 돌아보며

서울에 다녀오며 주변을 돌아보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서울에 잠깐 중요한 볼일이 있어 새벽같이 포항역으로 갔고, 기차는 예약된대로 기차는 오전 7시 17분에 떠났다. 꽉 차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승객들이 꽤 많은 편이다. 모두들 마스크하고 사회적거리를 지키면서… 가을이 깊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추수가 끝난 벌판과 단풍든 산야이다. 잠시 졸다 보니 대전이고 또 졸다 보니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시계는 오전 9시 45분을 가리키고 있다. 과거 같으면 철도역 주변이 지저분했는데, 이제는 조경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용산이며 서울역에 진입하면서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그대로이지만 많은 넝쿨식물과 조경수들이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과거 포항에서도 구포항역을 지나는 철길들을 보면 도심주변임에도 누추한 건물들과 작은 경작지들이 산재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철길을 걸으며 도심에 이러한 생태계가 살아 있음을 의외로 보였었다. 이제 포항도심의 철길은 사람들이 걷고 운동하는 조경수로 잘 가꾸어진 \’포항그린웨이\’, 즉 도시의 에코트레일이 되어 있다.

  서울역에 내리니 변함없이 크고 작은 건물들이 나를 맞는다. 택시를 타고 볼일 볼 장소인 마포로 이동하여 잠시 일을 보니 오전 11시도 채 않되었다. 그대로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갔다. 원래 되돌아오는 표가 오후 5시 30분인데, 그전에 있는 열차들을 체크해 보니 오후 12시 40분, 1시, 2시 35분 하는 식으로 많은 열차들이 줄지어 있다. 오후 1시 기차로 표를 바꾸고 3층에 있는 햄버거집으로 가서 잠시 요기했는데, 그 후에도 시간이 남아서 역사 밖으로 나오니 브랜드 옷 세일하는 텐트들이 펼쳐져 있고 그 앞으로 옆모습의 구 서울역이 보인다. 앞에서 보면 멋진데, 옆이나 뒤에서 보니 낡은 콘크리트 건물로만 보여진다. 내 어릴 때는 기차를 타려고 이곳을 많이 이용했었고 10년전 만해도 2층 회의실을 빌려 하는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었다. 그 옆 위로는 과거 고가도로였던, 도심 에코트레일인 ‘서울로’가 보인다.  
  
  전면에 크게 솟은 대형 붉은 건물은 과거 한 종합무역 및 건설회사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한 12~3년전 그곳 CEO이던 외사촌형을 잠시 찾갔던 기억이 난다. 몇 년전 고인이 되어 안타까운데, 이분의 체격이나 생김새가 필자와 많이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는 했었다. 그 건물 아래층은 음식점, 커피숍, 브랜드 옷가게 등이 있었는데, 건물이 지어진 초기에는 서울에서 손꼽힐만한 곳이라고 했었다. 한 15년전 쯤 한 고교동창과 커피 한잔하던 기억이 난다. 서울이 이렇게 가까운데, 친척들은 아마 필자가 무엇하느라 포항에 박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할 것이다. 일년에 두세번 상경할 정도이니까. 물론 포항에 처음 온 20여년전만 해도 한달이면 두 어차례씩 서울에 일을 만들어 다닐 정도였는데, 이제는 포항에 잘 적응하고 있는 탓일 것이다. 물론 그사이 포항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된다.

  포항에 오니 오후 3시 30분이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몰고 집에가 좀 쉬다가 운동할 겸 차도 마실 겸 좀 걸어서 커피숍에도 다녀왔다.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서울다녀옴이 큰 부담이 않되는 요즈음이다. 비행기도 하루 1회씩 왕복하지만, 저녁 늦게 포항에서 1편이 출발하고 아침 일찍 김포에서 1편이 포항으로 오는 식이니, 지난 추석때 이외에는 이용할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미국이며 해외에서 비행기들이 새벽 6시 이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므로 김포공항에서 포항행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

  다음날 평소대로 오전 8시 못미처 학교 내 사무실에 도착했다. 몇 달전 \’기청산농원\’에서 꺾꽂이로 얻어와 화분에 심어 놓은 울릉도 자생 \’섬기린초\’가 죽지는 않았지만 잎이 절반이나 떨어져 나가 걱정을 했었는데, 오늘 보니 그 아래에서 조그만 새싹 잎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생명을 본 것처럼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 앙증스러운 작은 잎새들. 봄이면 사람들이 나무에 새순 돋고 꽃들이 피는 것을 보고 경치도 노래하고 세월도 노래했었다. 당연히 이 캠퍼스에서도 그러한 풍경들이 흔하다. 하지만 이 작은 화분에서 발견한 새싹은 정말 새봄의 새싹과 같은 것이다.

  지금 국가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 경제불황에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만이 아니다. 미국도 중국도 힘들고, 모든 나라들이 어려움에 있다. 인터넷 기사를 보니 태국에서 오랫동안 데모가 계속되고, 수십년 동안 다양한 정당들이 전쟁하듯 싸우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과거 모습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다른 주변 동남아국가들이 대부분 그러할 것으로 보아 진다. 우리나라도 코로나와 경제적인 어려움, 정치적인 어려움이 나아져야 하겠지만, 태국에서도 정치적 어려움이 해결되고 개발도상국을 벗어나려는 노력들이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 이 조그만 화분의 죽어가는 줄기에서 새싹이 돋아나듯이…

  서울도 세계적인 도시로의 변모를 위해 많은 변화를 기울이고 있고, 지방도시인 포항도 경제산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시대에 맞춰 살아간다는 게 모든 도시들에게 매우 어려운 것이다. 많은 도시들이 소멸을 걱정하는데, 포항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포항만 해도 큰 도시이고, 산업이 있고, 저명 대학들과 R&D가 있고, 포항을 걱정하는 담론객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니 어려움 가운데서도 희망을 가지는 것이리라.  

영남경제 2020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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