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못 인근 사찰과 인연카페

호리못 인근 사찰과 인연카페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지난번 첫 방문에 이어 토요일 오전 또 한차례 호리못 인근의 한 사찰, 원법사를 찾았다. 불교에는 문외한인 필자가 이렇게 사찰을 방문하게 되는 것은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크리스천이면서도 불교도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는 한 동년배 친구가 다시 한번 가보자는 권유도 있었고, 궁금한 것들은 다시금 점검해보는 습관을 지닌 필자로서 지난번 감명 깊게 돌아본 사찰의 분위기를 다시 느껴 보고 싶어서였다. 더구나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더구나 자주 지나던 길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까.

  토요일 오전10시경 그곳에 도착하여 주변을 잠시 돌아보았다. 가을풍경 완연한 산과 호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신광들판을 지나 비학산의 모습도 보인다. 이 사찰이 자리잡은 골짜기와 산봉우리들은 생각보다는 제법 높고 넓게 펼쳐져 있는데, 어릴 때 보아오던 우리 동네 뒷동산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지난번 언급했던 ‘인연’이라는 카페에 들렀고 차를 한잔 시켰다. 이번에 시킨 것은 생강차였다.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를 시킨 분들도 있다. 저편에는 말쑥이 차려입은 숙녀분들이 담소 중이다.

  필자 외에 동년배인 C형, 그리고 선배되시는 L선생님과 K선생님이 일행이었다. K선생님은 이곳이 매일 오는 기도처이자 이 사찰의 멤버이고, L선생님은 이곳 방문이 서너번째인 불교도인데, 얼마 전 사는 곳인 장성동에서 버스를 갈아타면서 와 보셨다고도 했다. 인근에 자연취락이 있어서 마을버스가 이곳 바로 앞까지 오는 모양이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대화하고 있는데, 지난번에 뵌적이 있는 큰 스님이 나타나셨다. 이분은 이미 차를 마신 우리들에게 \’구기자차\’를 대접해 주셨는데, 유리주전자를 촛불에 데우며 따라 마시게 되어 있어서 한시간 내내 마실 수 있었다.

  이분은 필자의 왼쪽 눈아래가 약간 떨리는 것을 보고, 아침에 기도든 명상이든 하라고 하신다. 필자는 지난 수년간 왼쪽 눈아래가 떨려서 병원에 가서 약도 타 먹고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했었는데, 큰 병이라기 보다는 신경성이라는 진단이 대부분이었다. 이 분은 조부모님 중에 눈이 떨리는 분이 않계셨는지 궁금해하며, 이것이 업보인데, 본인 스스로가 명상을 통해서 풀어내야 한다고 하신다. 모든 어려움은 내 탓이지 남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 분이 말하는 명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다른 종교에서도 기도와 묵상을 강조하는데, 이분의 명상은 무념무상을 강조하며 어떠한 화두도 사전에 던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한 가운데, 하나둘 생각이 떠오르고 정리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긴 시간을 말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며 온갖 주변의 잡다한 생각을 떨쳐버려야 하는데, 이를 통해 본인이 마음이 정리되고, 본인이 변하고 주변 분들도 변한다는 것이다.  

  좀 있으니 주지스님이 오셨다. 알고보니 동년배 친구가 미리 약속을 잡아 놓은 것이다. 이분은 불교대학을 나오고 미국유학도 갔다 온 분으로서, 과거 아파서 이 절에 와서 기도하며 고침을 받았는데, 그후 정진하여 스님이 되고 주지스님이 되신 것이다. 아직 젊으시고 다정다감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신세대 스님으로 느껴지는데, 필자의 요즈음 잠 못드는 증상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이 사찰의 운영방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다. 중고등 및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확장하려 노력하는 곳이고, 누구나 찾아와 기도하고, 담소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곳이라고 했다. 또한 일부러 알리려고 하지는 않기에 크게 홍보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필자는 불교도가 아니지만 불교에 관한 서적을 읽어 보기도 하고 그 마음들을 이해해보려 노력하기도 했었기에, 지역에 있는 한 아름다운 사찰을 방문함에 대해, 새로운 곳을 찾아보고 새로운 분들을 만나본다는데에 대한 거부감 보다는 기쁨이 큰 편이다. 일반인들로서 주지스님이나 큰 스님과 대화하기는 힘들 것인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음도 기쁨 중 하나이다. 이렇게 ‘인연’이라는 카페가 있어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이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정말 크고 작은 인연, 또는 우리가 지금은 알수 없는 인연을 만나는 좋은 장소라고 보아진다.

  정오가 한참 넘어 모두가 \’공양간\’으로 가 점심을 먹었다. 평생에 절에서 식사를 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시 정결한 건물에 정결한 음식들이다. 명이나물도 있고, 가지무침도 있고, 된장국도 있고, 물론 쌀밥도 있다. 요즈음 다이어트 중이지만 꽤 맛있게 적지 않은 양의 점심을 한 것 같다. 곧 다른 약속시간이 다가와 필자는 다른 분들보다 조금 먼저 그곳을 떠나야 했다. 인연 카페 앞에 세워둔 차에 올라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좁고 긴 다리를 지나 좌회전하고 또 좌회전하여 돌아오는 길은 역시 아름다운 포항의 늦가을 풍경이다. 길이 잘 뚫려 있어서 필자가 사는 곳, 양덕동에 오니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다음에 같이 가보자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이니, 이 사찰에 대한 단순한 방문기가 뭇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흥미를 주는가 보다.

영남경제 2020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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