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 호리못 인근 한 사찰을 방문하고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포항에 20년 이상 살면서도 안가본곳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물론 모든 곳을 다 가봐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갈만한 곳이나, 필자의 전공과 취미상 가보아야 할 곳이 있는데 못가본 곳이 많다는 뜻이다. 요즈음 동네 친구 및 선배들과 주말에 만나 커피도 마시고, 걷기도 하고, 색다른 곳을 찾기도 하는데, 이번에 찾은 곳은 신광면 초입에 있는 한 사찰이다.
포항사람들은 대부분 천년사찰인 보경사를 잘 알고 있고, 그곳 앞마을 식당에도 가고, 보경사 경내에도 들리고, 그 옆길을 따라 내연산 중턱 폭포있는 곳까지 산책겸 등산을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불교신자가 아닌 다음에는 수많은 작은 절이나 암자를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는데, 이번에는 기독교인이면서도 다른 종교인들과도 담화를 즐기는 친구 덕분에 새로운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 친구가 신광들판 만석리에 살므로 이곳 지리에 밝은 덕에 이러한 곳을 발견했으리라고 본다. 그 지역을 특징지어주는 명산인 비학산에 자리한 \’법광사\’에 신라 왕이 행차했다가 밤에 신비로운 빛이 나타남을 보고 그 지역을 신광이라고 이름지어 줬다는 전설도 있고 보면, 이 신광마을이 흥해마을과 함께 오랜 역사를 지닌 많은 활동이 있던 장소임을 알겠다.
양덕동에서 차를 몰아 흥해 마산사거리를 지나 죽 운전하여 가니 왼편으로 \’포항농업기술센터\’가 보이고 우측으로 길이 돌아가면서 호리못으로 알려진 \’용연저수지\’가 나온다. 이곳에 매운탕집이 있고 커피숍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철새가 찾아오는 곳이기도 해서 자주 들리기도 했는데, 좀 더 지나 신광면 중심지나 만석리 쪽으로 가기전 오른편으로 길이 뚫리고 그곳에서 연못 건너편으로 건너는 다리가 있음을 이때 알았다.
차 두대가 겨우 교차할만한 꽤 긴다리를 건너니 역시 좁은 길이 계속된다. 곧 삼거리에 닿는데, 직선으로 가면 자연취락이 있는 곳이고 왼쪽으로 가면 사찰이다. 왼편으로 도니 곧 전통적인 사찰이자 한국적인 건축미를 지닌 건물이 나오는데, 이곳에 \’인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처음 오는 사람들이나 방문객들이 차를 마시고 기념품을 사는 곳으로 되어 꾸며져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에 차를 세우고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 길을 2km나 걸으면서 이 사찰의 여러 건물들을 구경하고 주변의 경치를 감상한다는데, 필자는 초행이라서, 더구나 한적한 주말 오후라서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길은 넓지 않지만 차 한대가 운행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연이어서 다양한 사찰건물들이 웅장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지스님의 거처라는 건물들이 나타났다.
우리 차와 마주친 그곳에서 일하시던 분들도 모두들 차를 향해 정중히 읍소를 한다. 차를 돌려 내려오는데, 일행중 불교도인 선배 한분 한 건물앞에 세워진 차량을 보고는 \’아 그 친구 오늘도 기도중이구나\’라며 우리보고 먼저 찻집에 가 있으라고 한다. 그분을 모셔오겠다고…
맨 처음 입구에 있던 인연이라는 곳에 가니 앞에 탑하나가 서 있고 그안으로 들어가니 찻집같이 테이블들이 놓여있고 한쪽에는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여신도인 보살님 두분이 이곳을 맡고 있는 듯 한데, 커피도 종류별로 있고 다양한 차들이 있었다. 나는 마셔보지 못한 \’청보리라떼\’를 시켰다. 청보리의 맛이 나면서도 우유거품이 있는 일종의 양식화된 차이다.
나는 이곳을 돌아보면서, 아 포항도심 가까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찰이 있었는데, 왜 몰랐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생긴지 20년이 된다는 이 사찰은 처음에는 천막집 형태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리 길지 않은 동안 골짜기를 따라가며 많은 건물들이 세워진 것이며 더 많이 지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동행한 친구에게 한 10년 지나고 주변의 조경수들이 좀 더 자라면 정말로 아름다운 장소가 될 것 같다고 내 생각을 말해 주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불교도인 선배분이 기도중이던 친구분 부부를 모시고 왔다. 몸이 많이 불편하셨는데, 지금은 지팡이 없이도 걸으며 차도 운전한다고 하시며 매일 기도하러 오게 된다고 하셨다. 좀 있으니 이곳을 창건했다는 연세가 있으신 큰스님이 들어오셔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스럼 없이 자기 어릴적 부터의 수련과정을 이야기 하시면서 이곳 사찰의 건립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셨다.
이곳은 앞에 큰 호수가 있고 사찰 자체가 산 골짜기를 따라 형성되어 있지만 큰산은 아니다. 하지만 안에서 볼때도 밖에서 볼때도 좋은 곳에 자리잡은 것 같은 느낌이 온다. 멀리에 비학산이 있고 명당이라는 넓은 신광들판이 옆에 있지만, 이 사찰은 그 귀퉁이 호수곁 작은 산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다. 큰스님 말에 의하면 사찰 앞 장소는 커다란 용바위가 있어 유명했는데, 지금은 물에 잠겨 있다고 했다. 용바위하면 용이 승천하는 형상의 바위일 것 같은데, 대개 이러한 곳을 우리 동양인들은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큰스님의 제자중 한분이 이 사찰의 주지스님이신데, 아직 젊지만 정식으로 불교대학을 나오고 미국유학도 한 여성분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번에 주지스님을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다음 방문때는 만나뵐수도 있다고 동행한 선배분께서 말씀하신다. 필자는 불교도가 아닌 크리스찬이지만 이날 좋은 시간을 가졌던 것은 과거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불교의 미친 영향이 매우 컷기에 관심을 갖었었고, 이날 신라시대 고승인 고운 최치원선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사람의 인연\’에 대해서도 잠시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서 였다.
불가에서 말하는 인연이란 \’겁\’을 두고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러한 인연의 뜻을 영어로 어떠한 단어를 사용할 지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그냥 \’Connection\’이라는 말뿐이다. 물론 길게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한단어로 찾기가 힘들어서 후에 이 분야 사람들에게 질문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종교/신앙에 관계없이 포항에 거주하고 포항을 빛내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러한 장소를 알게 되었다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고 있으며 조만간 다시 방문해보려 마음먹고 있다. 자주 방문하던 네팔에서 오래된 아주 거대하고 세심한 조각의 불교사찰과 탑들을 보고 너무 그들의 유산이 부러웠었기에 이러한 새로운 사찰들에라도 조금이나마 기대하고픈 마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불국사나 보경사를 관광차 방문하듯이 이 사찰에도 많은 이들이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영남경제 2020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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