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지중화 논란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사무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아름다운 캠퍼스, 멀리 구릉의 푸른 숲, 그리고 숲 위로 솟은 송전탑이다. 풍경화 같은 경관에 경탄을 발하기 마련이지만, 막상 그곳을 방문하게 되면 안타까운 점들이 발견된다. 이 송전탑으로 인해 자연훼손을 피할 수 없었음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문명의 이기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이 같은 송전탑을 세우게 되었고, 많은 비용을 들여 환경복원을 위해 애썼다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들이 남아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일부 선진국들의 경우, 도심지역에서 이 같은 송전선들은 대부분 지중화가 이루어져 있다. 고속도로나 주요 간선도로 건설시 그 옆에 지하송전통로를 건설하여 활용하기에 송전탑이 도심 주택가나 자연녹지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흔치 않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도시계획 자체가 미리 잘 짜여져서 토지이용과 간선도로 등의 건설이 미리 계획되고 지어지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러한 곳들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나 도시의 각종 사업들이 제대로된 협력 내지 연계 없이 각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러한 경우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러한 결과로 요즈음 송전탑 지중화 내지 이설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전은 영흥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신시흥변전소로 보내기 위해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시화호 주변 화성시, 안산시, 시흥시 등 관내에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설치했다. 이 송전탑들이 준공된 이후 시화호 인접 안산·화성·시흥 시민들은 송전탑의 이설 내지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은 송전탑 이설장소의 선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중화에 1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들며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시화호 주변에 관광지 조성 등 각종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이 송전탑 문제가 지역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이다. 최근 대구의 팔공산 지역의 한 방송·통신철탑을 이전하자는 주장이 크게 일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나라가 한참 개발될 당시 다른 다양한 요소들을 감안하지 못하고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건설된 철탑 중 하나였을 것이다. 대구의 한 시의원이 최근 공개적으로 이 비로봉에 위치한 철탑의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팔공산은 대구경북의 상징과 같은 산인데, 이러한 철탑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으니 효율이나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를 옮기고 비로봉을 제대로 보존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질문하고 있다. 물론 이는 줄지어 건설된 전력송신철탑은 아니므로 그 이설에 천문비용이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울산시가 삼호·태화동 일대 송전선 지중화사업을 진행하는데, 그로 인해 전선 위에 줄지어 날아들던 떼까마귀들이 주택가로 날아들게 되어 배설물과 소음피해를 일으킬 것이라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한 시의원의원의 질문에 울산시는 “지중화 사업으로 떼까마귀가 잠자리로 이용 중인 삼호대숲으로 이동하기 전 머무르는 송전선이 없어지게 되므로 떼까마귀의 행동패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후 기존 태화강 횡단 철탑의 일부 존치 또는 삼호대숲 인근에 대체 가공선 설치 등 까마귀와 주민 보호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좀 우습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는 것이다.
포항의 경우에도 송전선로를 영일만항으로 연결할 때, 지중화 논란이 일었다. 그때만 해도 외곽이었지만 지금은 도심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지역 산야에 많은 수의 송전탑이 계획되었다. 한전의 방침은 지자체에서 비용 50%를 감당한다면 한전이 나머지 50%를 들여 지중화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그러한 여유가 없음을 밝혔고, 지중화 대신 송전탑들이 세워지게 되었다. 이때 일부 시의원, 도시계획의원, 시민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했는데, 그 이유는 송전탑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 지역의 경관을 해치며, 그 지역의 도시개발을 방해할 것이므로 지중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고압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간 및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 송전탑과 선로를 설치함으로 인해 그 지역이 오히려 자연녹지로 보전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튼 송전탑들이 세워지게 되었고, 그 영향을 줄이고자 다양한 방안들이 토의되었다. 첫째, 철제구조물을 옮기기 위해 길을 내고 나무를 베어야 하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 헬리콥터로 구조물을 옮길 수는 없는 것인가 질문을 했었다. 하지만 한전에는 200톤 정도의 철제구조물을 옮길만한 큰 규모의 헬리콥터가 없고, 5~10톤 정도 옮길 수 있는 것들은 있는데, 너무 자주 구조물을 옮기게 되면 소음이 심해서 민원이 커서 힘들다고 했다. 길을 내더라도 공사 후 생태복구작업을 하게 되므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당국의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건설 후 십수년의 세월이 흘러도 생태복구가 제대로 되어 있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식재된 나무들도 아직 어리지만 그 통로들이 등산로로 쓰이며 주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된다. 물론 요즈음 이 지역의 개발을 위해 송전선로 지중화를 주장하는 이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음도 사실이다.
대경일보 2020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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