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믹스 실현의 어려움 2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소셜믹스라는 개념의 의미가 한국에서는 ‘중·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단지에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일정비율 자연스럽게 포함하자’는 것이라고 본다. 이 개념이 다른 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아직 주요 이슈가 아닐 수도 있고,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비슷한 의미로 쓰이기는 하지만,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낙후된 도심지역에 중소득층 정도의 주거지구를 형성하거나 젊은 프로페셔널들을 유입하려는 노력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본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든 실현이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대도시 도심은 물리적으로 낡았다기 보다 경제사회적으로 낙후된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그곳 주민들의 대부분이 가난한 소수인종들이고 중·고소득층 내지 주류인종들이 교외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도시 메트로폴리탄의 구조를 살펴보면 도심은 넓지만 낙후되어 있고 교외 부도심 내지 교외도시들은 각각의 규모는 좀 작지만 총체적으로 크게 발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도심낙후현상을 타파하고자 미국정부에서도 지난 반세기 이상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도심을 재개발·재생·재정비하고 중간소득계층의 젊은 프로페셔널들을 낙후된 다운타운으로 끌어들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예외 이외에는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고 본다.
반대로 부유하고 한적한 교외도시에 아파트, 대부분 저소득층이 거주하게될 아파트를 지으려다가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샌프란시스코 교외도시인 ‘페탈루마’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인구가 늘어나고 집값이 올라서 특히 젊은이들이나 저소득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래서 1970년대 초반에 한 주택건설업자가 그곳에서 50km 떨어진 한적한 소도시 빈땅에 대규모의 아파트를 지으려고 신청을 했는데, 시의회가 이를 거부했고 오히려 5년 동안 집합주택건설을 금지하는 법령을 선포했다.
건설업자가 법원에 제소하며 이의제기를 했는데, 이들의 주장은 ‘미국인 누구나 미국 내 어느 곳에든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이는 헌법정신을 어기는 것이다.’ ‘이 주거는 대부분 젊은이나 저소득층일 것인데, 이들을 차별하는 결정이다.’ 하지만 ‘페탈루마시’는 ‘우리 도시의 기본인프라가 부족하기에 거부한 것이다.’ ‘우리는 점진적인 개발을 원한다.’ ‘또한 우리 주민들은 선주민들로서 우리들의 삶의 스타일을 보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때 법원은 페탈루마시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었고, 이것이 그 후 유사사례를 위한 법원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 소셜믹스라는 개념의 실현이 쉽지 않은 것이다.
LA 다운타운 인근의 코리아타운은 도시재생의 성공케이스로 여기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한국인들이 모여들면서 안전하고 역동적인 상업 및 주거지역으로 변했으니까. 하지만 밤에는 이곳도 그리 안전하지는 않다. 한 20~30년전만 해도 코리아타운 주거지역에 살던 필자의 지인이 문 앞에서 총을 맞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적이 있기도 하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민초기에는 비즈니스도 코리아타운에서 하고 거주도 인근 아파트에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돈을 좀 모으게 되면 교외지역으로 이사 가는 이유는 안전과 교육 때문이다. 요즈음은 코리아타운의 안전이 향상되고 콘도미니엄도 많이 지어져, 애들이 다 자란 장년층이나 노년층들이 다시 코리아타운으로 되돌아오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코리아타운에 한국인과 한국인 상점, 병원, 교회 등이 몰려 있어서 거주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과 같은 정도의 큰 문제는 없는 듯하다. 서울의 경우 주민들간에 다툼이 있다고 하지만 지방도시인 포항의 경우에는 중고소득층의 아파트와 저소득층 임대아파트가 공존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도시라서 그러한 이슈들이 덜하기도 하고, 임대아파트 자체가 부족하여 실제적인 거주자가 젊은 층이거나 중간소득계층일 경우가 많아서 서로 조화로운 생활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서울의 경우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대도시로서 빈부격차가 좀 더 크고, 학군격차가 좀 더 심하기 때문 등이 아닌가 생각된다. 거기에 건설회사의 수익확보와 입주자들의 장기투자심리 등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우리 한국에서도 수도권의 경우 다양한 외국인들이 거주하게 되고, 일부 지역은 범죄율이 높고 위험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단일민족사회가 아닌 차차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혼재된 복합사회로 변모되고 있다는 말이고 빈부격차 및 문화적 갈등이 좀 더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져서 소셜믹스가 더욱 어려워질 수가 있으므로 지금부터 혁신적인 지구단위계획이나 인센티브 제공 등 좀 더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물론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사회통합을 이야기하고 서로 차별 말고 살아가자는 캠페인과 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크다고 본다.
대경일보 2020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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