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믹스 실현의 어려움 1

                                                    소셜믹스 실현의 어려움 1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소셜믹스(Social Mix)라는 개념을 자주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단어 그대로 해석한다면 사회적으로 다른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섞여 살거나 활동함을 지칭한다. 이 개념이 요즈음 한국에서는 ‘아파트단지 건설에 있어서 중고소득층 주택만을 배치하지 말고 저소득층 주거를 일정비율 포함하자’는 선언적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LH공사나 SH공사 같은 공기업만이 아니라 민간기업들에게도 이를 크게 권장하고 있다.

  그 목적은 첫째, 저소득층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가 독자적으로 저소득층 공공주택을 충분히 공급할만한 재정이 부족하므로 중고소득층 주택건설에 힘을 쏟고 있는 민간기업에 저소득층 주택을 일정 부분 공급하게 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공기업인 LH공사도 대개 중간소득층의 주거건설에 힘을 쏟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지난 1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공급절대량도 부족하고 그 대상이 정확히 저소득층도 아님이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이는 주로 서구의 사례이지만, 저소득층주거만을 집단적으로 배치했을 때, 그 지역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되고 실제적으로 범죄도 높고 공립학교의 질도 낮아져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지역이 되기에,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중고소득 주거지에 저소득층 주거를 함께 자리 잡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수행이 여러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이 이를 실현하게 되면 용적률상향 등 인센티브를 받게 되지만, 막상 입주자들이 입주하게 되면 분양주택거주자들과 저소득층 내지 임대주택거주자들 간에 알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집값이 떨어진다, 학교 질이 낮아진다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라면 인종과 범죄문제까지 겹쳐서 반대가 더욱 심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주택들은 작은 단지 규모로 도심 빈 대지 이곳저곳에 지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저소득층주택이라도 노인주거인 경우에는 큰 저항이 없다고 보지만, 일반 저소득층주택의 경우 주민저항이 커서 소득 높은 교외도시에 짓기는 매우 힘들다. 물론 한국의 경우는 미국과 같이 인종과 범죄문제가 큰 나라가 아니기에 그 정도가 그래도 덜 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소셜믹스라는 개념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서 쓰여지고 있다고 보나 그렇게 강조함에도 미국과 같은 자본주의국가에서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5년 이 서울시장이 사회계층 간 갈등치유와 함께 개발이익을 저소득층에게 분배한다는 취지로 공공주택을 분양하면서 소셜믹스 개념을 도입했다. 그후 박 서울시장은 2012년 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임대주택을 분양주택과 차별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고 밝혔으며, 2013년 12월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는 강남구 청담동 일대 청담삼익아파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도봉구 쌍문2구역 재건축 등 논의안건 모두에 소셜믹스를 주문했다. 2013년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도 소셜믹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에도 서울시는 개포지구 재건축단지들의 정비구역지정안에 대해 소셜믹스 강화를 이유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저층임대주택을 한 곳으로 몰아 소셜믹스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반면 개발조합은 사회적 통합이라는 소셜믹스의 기본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부작용이 커 혼란이 야기되고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정비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지는 못할망정 또다시 소셜믹스라는 명목으로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려 하고 있다.” “10년 이상 추진해온 정비사업이 더 이상 지체될 수 없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소셜믹스된 아파트들은 주민들 입주 후 다양한 문제가 발생함을 보아오고 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같은 동에 살아도 분양입주자들과 임대입주자들이 엘리베이터를 따로 이용하거나, 같은 단지에 두 개의 입주자 모임이 운영되는 등 임대아파트주민들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문제가 더욱 큰 것은 중소도시들에 비해 빈부격차 내지 주거단지 질 격차가 좀 더 심하고, 학군의 격차가 좀 더 심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거기에 건설회사의 입장, 그리고 입주자들의 장기적인 투자 심리 등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도 생각된다.

  이들 민간사업자들과 입주자들은 “정부가 두 그룹을 무작정 한 공간에서 같이 살게 하면 사회적 갈등이 저절로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면서 소셜 믹스도 좋지만 \”그보다는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연대 의식의 가치와 협동의 소중함에 대해 어릴 적부터 가르치고 느끼게 해주는 교육에 근본적인 해답이 있을 듯하다\”고 했다.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할 것이나,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는 그 같은 장기적인 계획들을 수용해나갈 여유가 없을 만큼 심각한 것이다. 정부로서도 LH공사를 통해 공공임대아파트의 건설에 좀 더 재원을 투여해야 할 것이지만, 민간건설회사들도 임대아파트를 짓고 소셜믹스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이들만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교육과 실제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할 것으로 보아진다.  

대경일보 2020년 7월 5일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