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 인근 구도심에서

지난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목적지가 옛 중앙우체국 뒤편이지만, 육거리에서 택시를 내려 ‘중앙로 실개천’을 걸어 보았다. 이 실개천이 ‘포항의 자랑’이라고 내 자신이 애써 설명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정작은 오랜만의 발길이었다.

외국도시 방문시 길가에서 ‘보경사 절터 옆을 흐르는 맑은 물길’ 만큼이나 커다랗고 맑은 도랑을 바라보면서 참 부러워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도심 한복판에 맑은 실개천이 흐르니 매우 인상적이다. 주변의 상가들도 쇼윈도우와 간판이 정리되어 좀 이색적인, 어쩌면 좀 한적한 ‘유럽의 거리’를 걷는 듯 한 기분도 들었다. 십여년전 내가 자주 들르던 1층 아이스크림집과 이층 카페도 보이고, 여기저기에 젊은이들을 대상으로한 CD점, 옷가게, 악세사리가게들이 보인다.

여기저기 아이들이 버렸을 것 같은 아이스크림 껍질이나 쥬스팩 등 쓰레기가 보여 좀 언짢기도 했었고, 커다란 전기박스가 크고 길게 보도를 막고 서있어 좀 아쉽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대로 포항의 새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흐뭇했다.

중앙통 위쪽 주차장 골목으로 들어섰더니, 빨간 지붕의 이층 커피집이 눈에 들어온다. 낡았으면서도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 술집과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좁은 골목이라서 차를 몰아 간신히 지나치기도 하고 주차할 곳을 찾던 곳들인데, 이렇게 홀가분하게 걷고 있으니 주변의 풍경들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포항도심에도 오래된 장소들이 적지 않다. 3.1운동 당시의 거리와 교회당도 일부 남아있지만, 그만큼 오래되진 않았더라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장소와 건물들이 많이 있다. 과거 호텔이었다가 레스토랑으로 변한 이층 건물, 시장통에 남아있는 일제시대의 상가건물, 작고하신 지역 건축가가 설계한 육거리 좁은 골목 2층 찻집 등등.

최근에 발간된 ‘파리를 생각한다’ 그리고 ‘파리의 장소들’이라는 책의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파리에 살며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어린 시절 살던 ‘서울의 옛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랜 역사속의 작은 골목과 낡은 건물들, 서울에서는 재개발을 비롯한 각종사업들로 이러한 옛모습을 찾을 수가 없는데, 오히려 첨단 유행의 도시로 알려진 파리에서 서울의 옛모습 같은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 거주하던 서울 동대문밖 용두동∙제기동에는 낡고 허름한 집들과 제법 번듯한 한옥들이 수없이 존재했었다. 가끔 찾아가던 광화문∙신문로 부근에도 한옥들이 가득 찼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높은 상가와 아파트들 뿐이다.    

골목 한편에 내가 가는 목적지가 있었다. 새로 연 곱창집이다. 그러나 건물 외부는 옛 그대로이며, 주변에도 모두 오래된 건물에 오래된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곱창집 이층에서 두꺼운 ‘대창’을 구워가면서 오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포항의 구도심에도 아직 많은 옛건물들이 남아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구도심을 찾고 있다.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경제가 좋아지면 옛 건물들은 모두 허물어지고 새 건물들로 들어찰 것이다. 현재 구도심 보다는 ‘이동’이 더욱 번화하고 장차 ‘양덕동’이나 ‘신항만 배후단지’가 새로운 시가지로 개발 될 것이기에, 구도심은 더욱 빛을 잃을 것이다.

그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옛것들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옛것들이 꼭 신라∙백제시절의 것들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비록 수십년의 역사만을 간직하고 있다하더라도, 한때는 우리의 생활에 친숙했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간직한 허름한 이 건물과 저 장소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도심은 그 도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를 잘 보전하고 발전시켜나감은 우리 포항인들의 과제이다. 도심의 인프라가 좀 낡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양한 재활성화 방안을 통해서 새롭게 포항을 꾸미고 발전을 선도해 나가도록 하지 않으면 않된다.

2010. 11. 14
구 자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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