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다녀와서

  며칠 전 구룡포에 갔었습니다. 전복회를 먹으러 혹은 단순히 드라이브를 하러 일 년에 한 두 번씩은 가보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오래된 일제시대의 건물들이 남아있는 어항 뒤편의 골목길이 목적지였습니다. 포항시에서는 이 작은 거리를 ‘일본인 가옥거리’로 지정하고 옛 건물들을 보전하여 관광자원화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얼마 전부터 포항시의 이러한 노력을 알게 되었기에 언제 한번 가봐야지 벼르던 참에 잘 알고 지내는 지역의 건축사 한분과 갑자기 드라이브하여 가보게 된 것입니다.  
  
  구룡포는 1995년에 포항시에 편입된 오랜 어항으로서 한반도의 꼬리라는 호미곶 아랫 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구는 1만여명에 지나지 않고 거리의 모습도 한적하고 낙후된 모습이지만, 이 구룡포항은 일제시대에는 어선 1,000여척, 어부 1만2천명이 모여들고, 일본인 거주자만도 1,000명을 헤아리는 어업전진기지였습니다. 이 구룡포가 발전을 거듭했다면, 옛 모습이 남아 있을 리 없겠지요. 아직 오징어잡이배가 드나드는 어항이기는 해도, 해방이후 구룡포는 발전을 비껴선 쇠퇴된 어항입니다.    

  그 골목에는 의외로 여러 채의 오래된 건물들이 낡은 채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오랜 생활터전이면서도, 십여미터만 밖으로 나가면 항구가 있고 횟집들이 들어선 곳이지만 바로 그 뒷골목은 팔구십년의 역사를 머금고 서 있었습니다. 현재 홍보전시관으로 쓰이는 부호의 집을 비롯하여 여관, 요리집, 이발소 건물 등이 남아 있으며, 뒤편으로는 120개의 돌기둥이 세워진 높은 계단과 함께 그 당시의 ‘신사’도 공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곳 뒷골목 거리에 최근 문을 연 찻집에도 들렀습니다. 일본에서 20여년을 사셨다는 여성분께서 옛 건물의 내부만을 약간만 바꿔 소규모로 꾸며놓은 후루사토(古  里)라는 일본식 찻집인데, 그 지역을 나름대로 살아있게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관광객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장소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오래된 건물들을 보전하겠다는 것은 아주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많은 도시들이 그 도시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아름답고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된 장소로 만들기 위해서 애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많은 관광객을 유치 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도시의 차별화된 역사성과 심미성은 그 도시 경쟁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옛 시가지를 보전하려고 수십년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이 구룡포의 거리는 일본 본토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역사와 형태를 보여주는 독특한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천년 고도인 경주라면 몰라도 역사가 일천한 포항에 무슨 역사성이 있겠는가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포항에도 크고 작은 사연들이 얽혀진 나름의 역사가 존재 합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수 십년된 건축물과 수 백년된 역사가 발견 될 수 있습니다.  

  구룡포의 역사성을 살린 명소화를 위해서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말들이 있습니다. 첫째, 이 건물과 시설물에 그리고 이 장소에 얽혀진 잊혀져가는 이야기들을 좀 더 발굴해야 할 것이며, 둘째, 이 건물과 시설들을 어떻게 보전해야 할 것인지 기술적인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며, 셋째, 이 작은 장소만이 아닌 좀 더 넓은 구룡포 어항지역을 어떠한 형태로 발전시킬 것인지, 그 속에서 일본인 가옥거리의 역할이 어떠하여야 할 것인지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곳 구룡포는 어항으로서의 독특함이 있기도 하지만 ‘여명의 눈동자’라는 일제시대의 드라마를 찍은 장소이기도 할 만큼 옛 향수를 불러 일으켜 주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오랜 건물들을 잘 보전해가면서도 무언가 독특한 분위기의 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예 일부지역을 일제시대풍의 영화세트장으로 지정하여 좀 더 많은 작품들이 이곳에서 찍히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몇 년전 이곳에 고층 아파트계획이 세위지기도 했었고, 해변가 중심가로의 확장공사계획이 세워졌고 일부 시행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러한 계획들이 실행된다면 이곳사람들의 경제와 삶이 나아 질 것이라는데 이론의 여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들로 인하여 좁은 길 주변에 늘어선 오랜 건물들이, 역사를 머금고 있는 풍경들이 파괴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사오십년간 이러한 장소와 건물들을 근대화의 명목으로 또는 길을 확장한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헐어버렸던 것일까요?

  일제의 쓰라림을 겪은 우리들로서는 이러한 건물과 시설물의 보전에 대해서 여러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아픔 속에서도 남겨진 역사를 보전하려 애씀이 후손들의 정신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아무튼 이렇게 남겨진 일본인 가옥거리는 우리 포항을 다른 곳과 차별화 시키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 입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이곳을 찾을 것입니다. 몇 년전 이곳에 와서 전복국수 맛에 반해버린 제일교포 4세 친구도 좀 더 자주 불러오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규모의 고가도로와 아파트단지, 현대식의 호텔과 놀이시설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요? 이제는 옛것에서도, 작은 옛 건물에서도 가치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옛 건물과, 옛 거리와, 숨겨진 에피소드들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2010. 8. 31
구 자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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