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살 때 일본인 타운인 ‘리틀도쿄’를 지나다 보면 건물 사이사이 공간에 작은 정원을 꾸며 놓은 것들을 본적이 있다. 일본식 정원이야 ‘파사디나’ 인근의 일종의 정원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헌팅턴라이브러리’에서도 볼 수 있고 각종 영화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 하지만, 작은 자투리땅에 조그만 나무와 돌들을 앙증스럽게 꾸며놓은 것이 여간 예쁘게 보이지 않았다.
서점에 달려가서 ‘작은 정원 가꾸기’라는 책을 사서보며, 우리 집 마당도 그렇게 꾸며 봐야지 이리저리 궁리도 했었다. 다들 잔디로 가꾸는 앞마당에 작은 키 나무, 선인장, 들꽃을 심었고, 뒤뜰에도 갖가지 나무들을 심었는데, 지금 그 집은 앞 뒷뜰이 무성한 야생 알로베라, 몬스테라, 가지마루, 동백, 오렌지나무, 레몬나무, 그리고 육칠 미터 높이의 갈대숲이 우거진, 다람쥐며 산비둘기들이 둥지를 트는 ‘에코홈’이 되어버렸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건물이나 교회 등지에서 건물내부 계단이나 로비 등에 작은 정원 꾸미기가 유행인 것 같다. 아파트에서도 베란다에 화분을 가꾸고 아예 정원을 꾸며 놓은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새 아파트로 이사 온 후, 베란다에 꽃을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삭막함을 없애려고 대형화분 세개를 들여놓은 것으로부터 출발했는데, 이제는 크고 작은 화분들이 삼십개를 넘어섰다. 대부분은 화원에서 구입했거나 사무실에서 죽어가던 것들을 집에 옮겨 살려내고 있는 중이지만, 내가 직접 씨를 뿌려 키워 낸 것들도 있다.
큰 것들은 플리시아스, 셀렘, 팔손이, 중간 것들은 페페로니아, 산세베리아, 홍콩야자, 테이블야자 등이고, 작은 것들은 꽃기린, 아이비, 호야, 카랑코에, 만년청 등이다. 동양난도 세개 있고 조그만 커피나무도 있다. 집 앞 빈터에서 옮겨온 십센티 높이의 소나무도 한그루 있고, 내가 직접 싹을 키워낸 삼십센티 높이로 자란 밤나무도 있다. 이들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했었는데,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대부분 알아보게 되었다.
집안에 작은 식물들을 심는다는 것은 이들의 아름다움에 빠지기도 하고 이를 가꿈이 취미가 되어 스트레스뿐인 일상에서 잠시 탈출할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할 것이다. 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식물들이 실내에서 뿜어내는 화학물질들을 정화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내공기의 오염으로 인해 불쾌감과 함께 비염, 발열, 두드러기, 천식, 두통, 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증상은 톨루엔, 포름알데이드 등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주원인이 되는 것으로 흔히 새집에서 주로 발생한다하여 ‘새집증후군’이라 불리지만 살충제, 세정제, 접착제 등 생활용품들로 인한 과민증이기도 하다.
식물에서 직접 발산하는 유익한 화학물질인 피토케미칼은 항균작용 뿐만 아니라 심신을 안정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다량의 음이온을 방출하여 이를 흡수한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며 유해화학물질, 먼지, 분진, 악취 등을 제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실내식물의 역할이 만병통치약처럼 부풀려서는 안 될 일이지만, 많은 실내식물을 키우다 보면 그 효과가 스스로 입증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동안은 잊고 지냈지만, 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화초 가꾸심을 보고 자랐다. 화분에서 분재로 자라나 주먹만한 열매를 대여섯개씩 달고 있던 레몬나무, 삼십센티의 높이지만 이삼십년생은 되는 듯 껍질이 두껍던 분재 소나무, 그리고 갖가지 종류의 철쭉과 선인장들을 기억하고 있다. 요즈음 그 취미를 되찾아 가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 얼마나 화분 가꾸기에 시간을 보낼까마는, 퇴근 후 수시로 둘러보고 바라볼 수 있으니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공기도 좀 더 맑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구 자 문
201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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