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지만 한낮에 약간 더울뿐, 한밤은 물론 아침과 저녁은 쌀쌀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기온이 계속된다. 여름은 건기라서 비가 없으니 정원의 잔디와 꽃들은 스프링클러에 의지하여 푸르름을 유지하는 게 맞다. 뜰안에 참나무(Oak Tree)와 단풍나무(Maple Tree)인 반세기가 넘는 듯한 수령의 대형나무가 두 그루나 있으니, 뒷뜰이 대부분 넓게 뻗은 가지와 잎에 가려 시원한 그늘을 지우고 있다.
그외에도 수령 30여년의 야자 3그루, 고목이 된 레몬나무 1그루, 20년생 오렌지 나무 1그루, 50여년생 살구나무 1그루 등 10여개의 나무가 있고, 동백, 야생알로베라 등등 수십가지의 키작은 나무와 화초들이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 조그만 나무나 화초들은 20년전부터 내가 주로 심어오던 것들이다.
또한 우리집을 특징짓는 것은 뒷뜰 가장자리에 하늘높이 내키 5배는 됨직하게 쭉쭉 뻗어있는 갈대이다. 17-8년전 앤젤리노산맥 가장자리에 위치한 한 기도원 뒷편에서 손가락만큼 굵기의 내키만하던 갈대를 발견하여 집에 옮겨 심었는데, 굵은 대나무같이 자라났다. 옆집에서 뻗어온 거대한 소나무 그늘에서 자라고 있는데, 그 높고 무성한 소나무 가지를 뚫고 직경 4-5센티미터의 수십개의 줄기가 전봇대 높이 만큼이나 솟아 있으니, 우리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대나무냐 갈대냐 끊임없는 논쟁을 벌이곤 한다.
오랫동안 집을 떠나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 이후부터는 방학중에나 집을 돌볼 수 있으니 애석함이 크다. 가을, 겨울은 말할 것도 없지만 봄, 여름에도 이틀에 한번씩은 무수히 떨어지는 낙엽을 치워야 한다. 일이주에 한번씩은 잔디를 깍고 나무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 앞마당에 집을짓고 알을 품은 산비둘기 놀라지 않게 매사에 조심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제 산비둘기는 더 이상 날아들지 않는다. 더 좋은 살 곳을 찾아 간 것일까? 아니면 가드너들이 전기톱으로 근처 잎사귀들을 마구 베어내었던 탓일까… 뒷뜰은 커다란 꼬리의 다람쥐와 악어무늬 도마뱀들의 천국이었는데, 이제는 잘 찾지 못하겠다. 작은 수목원이던 집옆 빈터에 집들이 다섯채나 지어지며, 이들 소동물들의 영역이 파괴된 탓일 것이다.
겉으로 본 네이버후드는 예전과 별 다름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작은 동물들의 생태계도 바뀌었고 사람들도 바뀌는 중이다. 앞집 할머니는 교사생활을 은퇴하고 널싱홈에 사는지 집앞엔 잡초가 무성하다. 가깝게 지내던 옆집 사람들도 은퇴한 컨트렉터 부부에서, 헐리우드 영화 소품제작자 부부에서, 아이오아 출신 부부에서, 싸이언톨로지스트 부부로 세번이나 바뀌었다.
우리 식구들은 아직 이곳에 머무른다. 경제가 좋아지면 좀 더 좋은 집으로 바꿔야 하는건지, 식구들의 추억이 어린 곳이니 고쳐가며 내내 살아야 할 것인지… 난 아직 멀리 외지에 머물며 이곳을 그리워하는 중이다. 식구들은 이곳에 머물며 나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리던 아이들은 이제 다 자라나 대학을 졸업하고 또 재학중이다. 아직은 이들에게도 이곳이 보금자리다. 하지만 언젠가는 직장을 잡아 분가하여 떠나게 될 것이다. 그때에나 난 이곳으로 되돌아 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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