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리스의 동네, 학군, 그리고 집

  내가 사는 라크리센타에서 210번 후리웨이(Free Way, 도심고속도로)를 타고 동진하면 라카냐다, 파사디나로 연결되고, 2번 후리웨이를 타고 남진하면 글렌데일이 있다.  이중 라크리센타는 독립된 도시가 아닌 한 작은 동네이고, 파사디나와 글렌데일은 로스앤젤리스시(City of Los Angleles)의 인근에 독립된 100여개의 도시 중 큰 편에 속하고, 라카냐다는 중간규모의 도시이다.

  위의 도시와 동네들은 모두가 로스앤젤리스 도심의 북쪽에 위치하는데,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동네라서 중류층들이 선호하는 곳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글렌데일은 인구35만의 도시로서 전형적인 백인지역이지만, 요즈음은 백인계면서 동양적인 성격을 지닌 알미니안(Armenian)들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인들도 많이 이사를 왔다.  특히 글렌데일과 접경하고 글렌데일의 한 동네로 분류되기도 하는 라크리센타는 공립학교가 미국최고의 수준이고 대학진학률이 높아서 한국인들은 너나 없이 이사오려한다.  이 때문에 요즈음, 집은 내놓으면 수 일내로 팔려버리고, 세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글렌데일은 보수적인 백인지역으로서 1960년대까지 KKK(Ku Klux Klan 과격백인우월주의단체)가 존재했었다고 한다.

  라카냐다는 인구10만의 도시이지만 로스앤젤리스지역에서는 베벌리힐스, 팔로스벌데스와 함께 가장 집값이 비싼 동네로 불린다.  이곳은 문자 그대로 궁전(Palace) 내지는 작은 성(Castle) 같은 집들이 많으며, 상대적으로 콘도미니엄이나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학군도 미국최고의 수준이라서 부유한 미국인들만이 아니라 한국인들, 특히 의사, 변호사, 사업가들이 이곳에 많이 정착해 있다.  요즈음 한국의 갑부들이 애들을 어떻게든 유학보내려 하는 곳이 이곳이기도 한데, 일부 학생들은 2-3년만에 언어장벽을 뛰어 넘으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우수 대학에 진학하여 보는 사람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비싼 집에 살며 비싼 차 타고 다니면서도 공부는 따라가지 못하고, 언어 통하는 한국애들끼리 어울려 배회하며 문제를 일으키곤 하여 안타까움을 주고는 한다.  이곳의 특징은, 주민들은 부자지만 시정부는 가난하다는 것이다.  시는 최소한의 참견만을 할뿐이고 인근 도시에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공공의 하수처리시설(Public Sewage System) 마저 없어서 각각 개인들이 정화조(Septic Tank)를 집안에 설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집값이 비싸야하고 유지비용도 많이 들게 되는데, 부유한 사람들은 오히려 이로 인하여 동네의 동질성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파사디나는 인구40만에 아름답고 전통적인 도심과 조용한 동네들로 구성되어있다.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과대학인 칼텍(California Institute Technology)이 있고, 유명한 식물원 겸 공원인 헌팅턴라이브러리(Huntington Library)가 있고, 매년 1월1일 전미국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생화로 장식된 꽃차들로 로스페레이드(Rose Parade)가 열린다.  이곳에는 백인들만이 아니라 히스패닉(멕시코계통인 Hispanic)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인근도시 글렌데일이 전통적인 인종차별지역이라서 그곳보다는 인종차별이 덜한 파사디나에 중산층 히스패닉들이 모여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은 전통적인 중산층도시로서 비싼집도 많고 유서깊은 비싼 사립초중등학교가 많다.  그 이유는 공립학교에 히스패닉도 많고, 그들이 중산층이라 하더라도 백인이나 아시아계에 비해 공부에 덜 신경을 쓰기에 공립학교의 수준이 떨어지므로 중산층 미국인들이 사립학교를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값을 비교하면 라카냐다가 월등히 비싼편이지만 나머지 동네들도 로스앤젤리스 지역의 어느 지역보다도 집값이 비싼 편이다.  라카냐다는 애들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주 부유한 경우에만 이사갈 수 있는 특별한 동네라고 보면 된다.  라카냐다와 라크리센타는 학군이 동등하게 미국 최고수준인데, 라카냐다가 집값이 더 비싼 것은 큰집들이 많기 때문이고, 라크리센타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것은 집들이 좀 작기 때문이다.  교육열이 강한 한국인들은 집의 크기에 비하여 집값은 비싸더라도 학군이 좋은 라크리센타를 선호하게되고, 교육열이 낮은 히스패닉이나 자녀없는 백인들이나 아주 부유하여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는 백인들은 집은 크지만 값이 좀 헐한 파사디나를 선호한다고 보면 된다.  

  13-4년전 필자가 라크리센타에 집을 살 때, 돈은 많지 않았으나 안전하고 학군좋은 동네를 선호하여 라크리센타에서 집을 구입했었다.  그 당시, 교수인 미국인 친구 하나가 파사디나 바로 바깥 동네인 알타디나에 집을 샀는데, 집값은 내 것과 거의 비슷하였으나 집이 으리으리하게 크고 동네도 아름다워 한동안 속상해 했던 적이 있다.  더구나 그 집이 세기적인 건축가 후랭크로이드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작품이라는 것이 아닌가.  먼저 살던 할머니가 세상물정 모르고 값싸게 팔았대나….. 그 알타디나는 모든게 파사디나와 비슷한, 큰 집들이 많은 아름다운 동네이나, 북쪽 동네로서는 드믈게, 흑인들, 중심가의 흑인동네를 탈출해온 중산층 흑인들이 일부 살고 있는 동네라서, 학군도 좀 떨어지고 집값도 좀 헐하다.  하지만 집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데 어찌 속상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중에, 그 건축가의 작품이 아닌 모작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지금도 그때의 아쉬움이 가슴에 남아있다.

구자문, 5-5-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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