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몽골여행 I

1. 다시 찾은 울란바타르

  4달만에 다시 방문한 울란바타르는 크게 변함이 없었다. 여기저기 풀들이 자라고 있었지만, 도심에는 녹지대가 적어서인지 봄과 여름이 크게 구별되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았다. 오전 11시에 정부청사안에 자리잡은 일본국제협력단(JICA)를 방문했다. 나이가 꽤든 일본인 전문가 두 분이 우리를 맞는다. JICA는 이곳에서 울란바타르시의 도시중장기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설명해 준다.

  확산되고 있는 울란바타르시를 어떻게 압축된 토지이용으로 바꾸어야 할지, 생태적인 도시로 가꾸어야 할지, 그리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이곳에 무허가주택지인 거르지역은 늘어만 간다. 인프라도 부족하고, 물도 없고, 주거의 질도 아주 열악하다. 주민들이 때는 석탄과 나무조각들이 그리고 낡은 차에서 뿜어내는 매연들이 대기를 크게 오염시키고 있다. 울란바타르 인근의 지하수가 이미 오염되어 주민건강이 크게 문제가 된다고 한다.  

  현재 울란바타르시의 인구는 100만인데, 2020-25년까지 170만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가 문제인데, JICA에서는 140만을 도심에, 30만을 신도시에 수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들은 도시재개발, 신도시개발, 비행장 및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부족한 재정과 열악한 시장기능이다. UN, World Bank 등 국제기구의 도움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것이며, 외국기업들도 손익계산이 맞아야 진출을 고려 할 것이다.  

  점심은 Korea Garden이라는 한국식당에서 설렁탕, 갈비탕, 순대국, 비빔밥 등으로 때웠는데, 가격은 5,000 – 6,000투그릭 정도로서 한국의 가격과 비슷하다. 몽골의 국민소득이 한국의 1/20인 것을 비교하면 대단히 비싼 것이다. 도대체 이런 식당엔 관광객 이외 누가 올 수 있는 것일까?

  점심후 걸어서 널따란 광장이 있는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금은 날씨가 따뜻하지만 일년중 절반이나 차지하는 겨울이 오면 영하 50도의 추위에 모든 것들이 얼어붙는다. JICA에서는 추위 때문에 지하구조물을 장려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 건설부 공무원인 ‘툴가’는 지하가 얼어붙은 얼음이라서 오히려 더 추울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2. 도시계획국 방문

  울란바타르시의 도시계획국을 방문했다. 2차여행이므로 국장 등과 구면이다. 이들도 게르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이들 게르에도 꼭 가난한 사람들만이 아닌 다양한 소득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게르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게르의 특징을 먼저 이해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르는 다른 나라의 가난한 무허가판자촌들과는 달리 가난한 면과 함께 이동성이 강하며 야외생활을 즐기는 몽골인들의 생활스타일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금 건설이 시작된 야르막신도시도 중심부에는 아파트건물들이 가장자리에는 게르스타일의 단독주택들을 배치해 놓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무허가 판자촌들이 좁은 지역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면, 몽골의 게르지역은 이들과 달리 넓직 넓직하게 담장을 치고 들어서 있다. 그러므로 울란바타르는 더욱 확산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고, 도로, 상하수도가 부족하고 긴 거리를 출퇴근 하는 낡은 차들의 행렬들로 대기가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저녁식사는 건설부 및 도시계획국의 아는 직원들, 한국국제협력단 요원들과 몽골전통음식을 파는 ‘마던 노머드’라는 식당으로 갔다. 가격은 일인당 6,000투그릭 정도에 음료수가 1,200투그릭으로 좀 비싼 편이며, 메뉴는 말고기 및 쇠고기 스테이크, 치킨 등인데, 맛은 괜찮은 편이다. 이곳 식당에서는 물을 주지 않는다. 여름이라서 식당밖 가건물에 앉아서 식사를 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았다. 이곳 공무원들의 한달 수입이 십오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음식값이 이러하니, 관광객들 이외 누가 여기에 오랴 생각하지만 모이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몽골인들인 것 같다.

3. 메마른 울란바타르에 비가 내리다

  새벽에 빗소리를 들었다. 나는 바람소리거니 했었다. 한참을 지나 동이 터올 무렵 두꺼운 창문 커텐을 펼치고 보니 하늘엔 짙은 구름이 쌓이고 빗방울에 대지가 온통 적셔 있었다. 8월의 마지막 주일을 향해가는 지금 이곳 울란바타르의 기후는 더웁기도 하면서 지낼만한 쾌적함이다. 요즈음 한국의 찌는 듯한 더위와는 다르다. 하지만 이곳은 사막이 아닌가. 우기라고는 해도 사막지대를 여행하는 중 이런 ‘가뭄 속의 단비’를 조우한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큰 행운일 것이다. 약간은 어둠침침한 마룻바닥의 천장 높은 텅빈 듯한 호텔방에서 빗소리를 듣는다. 울란바타르 도심의 우중충한 건물들도, 지저분한 거리들도 드믄 드믄 보이는 나무와 잡풀들도 모두 비에 젖어가고 있다. 며칠 후 찾아갈 테렐지 국립공원 가는 길, 그 넓은 초원들도 비에 젖어 있을 것이다. 게르지역을 답사하기로 했던 오늘일정은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테지만…
  

4. 몽골인의 모습

  울란바타르에서 여러 사람들을 마주치는데, 한국인과 거의 다를바 없어 보이는 얼굴들이 많다. 하지만 2-30%정도가 그렇고 7-80%는 좀 달라 보인다. 아예 서양인의 모습 그대로인 젊은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사진에서 보는듯한 전통복장차림의 검붉게 탄 퉁퉁한 얼굴의 사람들도 있다. 체격은 한국인들 보다 크다.

  사람들에게 내 나이를 맞추어 보라고 했더니 10년에서 15년은 젊게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젊어 보인다기 보다는 이곳 사람들이 햇빛에 크게 노출된 생활을 하기에 피부가 거칠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인 것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을 않고 있으면 외국인인지 모를 것이다. 안경을 쓰고 있어서 외국인인줄 안다고 하는데, 아예 이곳 사람들처럼 썬글라스를 쓰고 있으면 몽골어로 말을 걸어 올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은 눈이 6.0-7.0에 이르기에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고 안경을 쓰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몽골의 거주자들은 할흐 몽고족이 90%이며, 카자흐족이 5-6%, 브리야트계가 2%라고 한다. 할흐 몽고족은 정통적인 모습의 Mongoloid이며, 카자흐족은 터어키계로서 겉모습은 유럽인을 닮았다. 브리야트계는 러시아 바이칼호 부근에 살다가 이곳으로 이주한 피부가 흰, 그리고 한국인과 비슷한 눈매를 가진 족속이다. 이들 몽고족들은 역사 이래 흥망을 겪으며 중원을 차지하고 세계를 호령했던 때도 있었지만, 중국의 지배를 받았던 때가 많았다. 그러나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에 의하여 일부의 땅이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되고, 1912년에 이르러 역시 러시아의 도움으로 독립을 하게 되지만 쏘비에트의 위성국가로서의 독립이었다. 물론 절반은 아직도 중국의 지배하에 있다.

  땅넓이는 남한의 14배 정도 이지만 인구는 270만에 이를 뿐이다. 곳곳에 러시아의 영향이 보인다. 공산주의국가에서 1990년경부터 자본주의제도를 받아들이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로 보인다.

5. 투자계획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여럿 아파트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일부 도시 및 토목설계회사들이 도로나 다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몽골정부에서는 40,000호 주택계획, 자유무역지역 지정, 고속도로 건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기획 및 실행초기 단계일 뿐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우선 국가가 가난하기 때문일 것이며, 정부의 운용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몽골의 입장에서는 산업을 일으키고, 인프라를 건설하고, 주민들의 주거를 향상시켜야 할 것인데, 해외자본의 유치, 관광객의 유치 등이 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장소, 대규모 위락시설 등이 생겨야 하고, 도로를 뚫고 집을 지을 수 있게 건설자재공장도 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여건들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주말인 오늘 테를지 국립공원에 가서 6만원에 양 한마리를 사서 ‘허르헉’을 요리하게하였다. 허르헉은 양 뱃속에 뜨겁게 달군 돌맹이를 넣어 고기를 익힌 요리로서, 몽골의 전통음식인데, 12명이 먹고 먹어도 반 이상을 먹기는 힘이 들었다. 우리는 고기만을 좋아하는데 비하여, 몽골인들은 기름붙은 부분을 더 좋아 한다고 한다. 함께 익힌 감자도 아주 맛이 있었다. 또한 시간당 3천원에 말을 빌려 타고 아름다운 8월의 몽골평원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몇 달 전에 비하여 좀 더 익숙하게 말을 탈수 있었다고 보지만, 몽골인들 눈에는 지극히 겁많은 겁쟁이였을 것이다. 몽골의 관광은 이게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란바타르의 물가가 몽골인들에게 살인적이긴 해도, 6만원짜리 양 한마리면 온 식구가 한달을 먹고, 17만원짜리 소 한마리면 한겨울을 난다고 하니 전통적인 삶을 사는 몽골인들에게 먹고사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의 질이 문제이다. 몽골이 개발되고 발전되기 위해서는 산업과 비즈니스가 발달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힘든 상황에서는 관광개발이 중요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정도 보다는 좀 더 체계적으로 위락시설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카지노와 같은 유흥시설이 가장 필요로 할 것이라고 보아지지만, 여러 단계 풀어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고한다. 하지만 이를 중심으로 스키장, 온천, 경마, 골프 등이 같이 유치된다면 좋을 것이다. 뛰어난 사업가들이 땅을 장기 임대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하여 대규모 위락시설을 건설한다면, 일본, 한국, 중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규모 단지를 허브로 하여 전통적인 그리고 생태적인 소규모 관광사업들을 연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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