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과 환동해권 및 북극항로

영일만항과 환동해권 및 북극항로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홍해 및 수에즈 운하의 통항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한국도 부산항을 기점으로 한 북극항로 개척에 본격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2026년 8월 22일, 한국 최초로 국적 상업용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을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는 북극항로 시범 운항의 첫발을 내디뎠다. 운항 선박은 극지 운항 보완 작업을 마친 국적 선사의 2,758TEU급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로서 부산항 신항 출항 → 베링해협 → 북극해(러시아 북동해역) → 영국 펠릭스토우(9월 9일) → 네덜란드 로테르담 → 폴란드 그단스크 → 10월 5일 부산항 복귀로서 총 45일간의 왕복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 선적물품은 자동차 부품, 화학 제품, 중고차 등인데, 정부는 이번 실증 운항 데이터 축적을 바탕으로 2030년 이후 정기 컨테이너선 운항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부산항에서 편도 13,000km의 북극항로가 가져다주는 장점은 기존의 남방 항로(편도 20,000km의 부산~말라카 해협~수에즈 운하~유럽)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시간 및 거리 단축을 제공한다. 운항 거리는 편도 약 7,000km 단축, 운항 시간은 약 10~13일 단축된다.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은 북극항로가 활성화될 경우 중국, 일본, 동남아의 유럽행 물량을 흡수하는 \’글로벌 3대 항로 환승역\’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 또한 북극해를 오가는 선박들을 위한 친환경 연료 보급(LNG·수소 벙커링), 극지용 특수 선박 수리·조선 클러스터 구축 등으로 수조 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북극항로는 지리적 이점은 뚜렷하지만, 상업 정기선 항로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몇 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 1) 러시아 지정학적 리스크: 북동항로의 대부분이 러시아 연안 수역을 지나기 때문에 통항 허가가 필수적이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기조 속에서 통항료 지급이나 러시아 쇄빙선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외교적 마찰 우려가 상존한다. 2) 제한적인 운항 기간: 기후변화로 해빙 면적이 넓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상시 운항은 불가능하며, 주로 연간 3~4개월 여름철에만 이용이 한정된다. 2040년경에는 6~9개월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3) 높은 초기 비용 및 불확실성: 빙하 충돌 위험성으로 인해 선박 보험료가 매우 비싸고, 극지 운항이 가능한 고가의 내빙 선박이 필요하여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이 어렵다. 4) 중국의 빠른 선점: 중국은 이미 \’빙상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2023년부터 계절성 정기 서비스를 운영해 왔고, 2026년 8월에는 정기 서비스를 개설하는 등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어 국산 물동량 수호를 위한 속도전이 필요하다.

정부는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 해양수도권 육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 2030년 컨테이너 정기선 운항 목표 가속화: 이번 2026년 8월 역사적인 첫 시범 운항을 기점으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여, 2030년 세계 최초 북극항로 정기 노선 개설을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2) 행정 컨트롤타워 부산 집결: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완전 이전한 데 이어 해수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들의 부산 추가 이전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며, 대통령 직속 \’고위급 북극항로 위원회\’ 신설 법안을 추진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있다. 한편 포스코 및 철강단지/이차전지단지/영일만항/세계적 R&D 포스텍과 글로벌 인재육성 한동대를 지닌 포항시는 지난 수십년간 환동해권에서 허브도시로서의 역할을 추진하고 있었다. 또한 북극항로 개척에 있어서도 그 출발 항만으로서 큰 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지원아래 우리나라 제1항만인 부산항이 북극항로 개척 청사진과 함께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포항은 환동해권 허브도시이자 북극항로 출발점으로서의 목표를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포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이러한 목표들을 절대 포기해서는 않될 것이며, 나름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환동해경제권의 허브도시 전략은 당연히 지속 추진해야 할 것이며, 북극항로에 대한 꿈도 부산항의 보조 항만에 머무를 이유만은 없다고 본다. 부산항이 대량의 컨테이너를 빠르게 처리하는 \’글로벌 환적 허브\’라면, 영일만항은 특화된 화물을 처리하고 배후 산업단지와 직결되는 \’북방 경제 특화 거점항\’으로 가야 할 것이다. 체급이 다른 부산항과 정면대결을 하기보다는, 영일만항만의 독자적인 카드를 쥐고 \’부산항과의 상생·분업 전략\’을 펼치는 것이 생존 공식이라고 본다. 영일만항의 인프라 한계는 분명하다. 대형 컨테이너선(1만 TEU 이상)이 들어오기에는 수심이 얕고 항만 규모가 작다. 초대형선 위주로 재편되는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에서 부산항과 같은 \’양적 경쟁\’은 불가능하므로, 포항은 기존 포스코 중심의 철강 물동량 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영일만항의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은 1) 포항은 영일만 일반산단과 블루밸리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특화단지\’가 지정되어 있는데, 영일만항을 다른 화물들과 취급이 다를 수밖에 없는 \’글로벌 배터리 소재 전용 반출입 기지\’로 특화해야 할 것이다. 2) 러시아 극동 지역이나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중고차, 건설 중장비, 자동차 부품 물량은 현재도 영일만항의 효자 품목이므로, 이 분야의 통관과 조립·가공 서비스를 배후단지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특화항\’으로 입지를 굳혀야 할 것이다. 북극항로에서의 역할도 당연히   \’기능적 파트너\’ 로서 상생분업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3) 러시아 연안 및 북극해는 세계 최대의 수산물 어장이므로, 영일만항 배후단지에 대규모 초저온 냉동창고 군락을 지어, 북극항로를 통해 들어오는 북유럽·러시아산 청정 수산물을 가공·유통하는 \’환동해 콜드체인 거점\’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5)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중소형 내빙선이나 쇄빙 기능이 있는 선박들의 중간 기항지로서 선박 기자재 공급 및 긴급 수리 기능을 부산항과 분담해야 할 것이다. 6) 정부가 추진 중인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이 본격화되면, 영일만항은 가스·석유 시추선과 탐사선에 기자재를 공급하고 인력을 수송하는 가장 가까운 전진기지(Supply Base) 역할을 맡아 항만 배후에 해양 플랜트 지원 산업을 대거 유치해야 할 것이다.  

영남경제 2026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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