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디어, 그리고 국민

정부, 미디어, 그리고 국민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대단히 크다. TV, 인터넷 등을 통해서 우리는 일상의 많은 정보를 얻는다. 과거와 같이 많은 사람과 직접 만나고 대화하지 않더라도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대단한 변화인 것이다. 과거 50~60년전만 하더라도 서울사람과 시골사람은 지식과 생활환경면에서 매우 달랐다고 보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사람들은 비슷한 생활환경하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또한 TV/인터넷/핸드폰WiFi 등을 통해 다양한 국내외 정보를 얻고 있다. 지금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빈곤한 개발도상국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국민들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고, 우리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50~60년 전의 우리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들 있다. 정보통신/미디어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도상국들은 아직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사회적인 불안 요소들을 크게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보의 홍수 속에 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이가 평등한 정보 접근력을 가지거나 비교분석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닐 것이므로, 국가적인 의사결정이며 선거과정에 혼란이 이는 경우가 흔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민주주의 제도가 수백년에 걸쳐 정착되고, 시민의식이 발달되고, 정치제도가 이러한 환경을 다루기에 적합한 나라라면 몰라도 많은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통합/조율하는 등 의사결정에는 어차피 어려움이 커서 각 정부/정당/국민 서로의 공정/배려/인내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내세움에도 정부/여당이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하는 등 미디어 콘트롤을 통해 알게 모르게 파시즘 독재국가로 변모될 위험도 큰 것이다.

정부가 정보통제를 통해 국민들이 세계/국내정세를 잘 알지 못하게 하여 통치함을 커뮤니케이션 이론(Communication Theories)은 다루고 있다. 이 이론들은 학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일반적인 이론(General Theories)으로서, ‘자본주의 생존 원인’을 정보의 통제/왜곡으로 설명하는 등 이념적 색채가 짙어 좀 논의가 부담스러운 하버머스(Habermas)의 비판이론(Critical Theory)도 그중 한 갈래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커뮤니케이션 이론은 1) 의제설정 이론(Agenda-Setting Theory): 미디어가 특정 이슈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 대중은 그 이슈를 중요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이론이다. 정부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내 이슈만 언론에 노출시키고 외교적 실패나 민감한 세계 정세는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관심사 자체를 통제할 수 있다. 2) 프레이밍 이론(Framing Theory): 언론이 어떤 사건을 보도할 때 특정 관점이나 틀(Frame)을 제시하여 대중의 해석을 유도한다는 이론이다. 해외의 거대한 위기나 국내의 정책 실패를 ‘국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 또는 ‘사소한 해프닝’으로 프레임을 씌워 본질을 흐릴 수 있다. 3) 침묵의 나선 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 소수의견이라고 느끼면 고립되지 않기 위해 침묵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정부가 정보와 여론을 독점하여 ‘모든 국민이 현 체제를 지지한다’는 분위기를 만들면, 세계정세에 의문을 품은 소수의 국민들도 스스로 입을 닫게 된다. 4) 게이트키핑 이론(Gatekeeping Theory): 뉴스가 수집되어 대중에게 전달되기 전, 편집자나 권력자에 의해 정보가 필터링(선택 및 배제)되는 과정이다. 정부 검열관이나 통제를 받는 언론사가 ‘국민이 알아서는 안 될 해외 정보’를 입구에서부터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우리 한국은 35년간의 군국주의 일본의 압박에서 벗어났으나, 외세에 의해 남북이 분단되고, 사상과 정치제도가 다른 정부가 세워지게 되었다. 북한의 남침에 의해 동족상잔의 6.25를 겪으며, 우리 한국의 경제산업은 세계 최하위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정치경제적 혼란 속에서도 1960년대 이후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국가경제가 크게 발전하여 2000년대에 들어서는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 한국은 수출지향적인 경제체제를 유지하며, 처음에는 경공업제품부터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선박, 가전제품 등을 세계시장에 수출하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 다른 개발도상국들 같이 빈곤, 인프라 부족, 경제산업 미비, 정치적 불안, 정부의 통제 등을 겪었다고 보나, 세계사에 없는 경제산업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K-pop, K-drama, K-food 등 문화적으로도 세계에 크게 알려져 많은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게 되었다. 하지만 정치권만은 크게 발전하지 못한 것 같다. 국민/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줄 법령/제도들을 다수당이 소수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민들의 논의 없이 하루아침에 바꾸려 하거나,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인 의견만을 보도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직은 미국사회 등과 같이 복합적인 의견도 크게 존재하지만 이를 잘 취사선택하며 국민들에게 맞고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에 맞게 잘 조정해가는 정치사회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물론 많은 세월이 지나면 우리의 정치사회도 크게 발전하여 명실공히 선진국, 즉 자유민주주의 복지국가로 발전할 것이겠지만, 작금의 상황은 불안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외교 전략도 정권 교체에 따라 정책적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국민적 우려와 논쟁을 낳는 민감한 문제가 되어 있다. 정권에 따라 ‘한미동맹 강화’를 우선시하거나 ‘주변국과의 균형’을 도모하는 이분화된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글로벌 경쟁의 첨예한 기업현장에서도 자본/기술/경영과 노동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 주어진 영역을 넘어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다. 미디어도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여 국민들은 진실을 알지 못하고 국가발전과 국민 다수를 위한 정책선택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내 정치의 합의성과 외교의 초당적 일관성이라고 보며, 경쟁력 있는 경제산업과 함께 강대국들이 무시할 수 없는 ‘작지만 강한 자유민주주의 글로벌 중추 국가’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영남경제 2026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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