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의 겨울풍경을 보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날씨가 춥다. 겨울이니 당연히 춥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봄이 올 것이고 더운 여름이 올 것이다. 우리 한국의 겨울은 선조들의 말씀대로 혹독하게 추웠으나, 봄을 기다리며 모두들 엄동설한을 버티어 냈을 것이다. 우리 한국이 20세기 중후반부터 크게 발전하여 21세기인 지금은 선진국이 되고, 생활환경이 크게 향상되어 예전과는 다른 겨울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겨울에 입을 방한복도 제대로 없었고, 집과 건물들도 제대로 난방이 되지 않았다. 1921년생이신 선친의 말씀을 회고하면, 10살에 소학교에 입학했고 20리길을 걸어 학교에 갔는데, 깡보리 아침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새벽같이 홋겹 바지저고리에 책보 메고 실을 에는 듯한 추위에 항상 뛰어가곤 했다고 말씀하셨다.
필자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1960년대 초중반의 충청도만 해도 1920~30년대와는 다른 생활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침 굶고 점심도 학교에서 배급하는 강냉이죽으로 연명하는 애들이 적지 않았다. 필자도 추운 겨울에 까만 교복만 입고 다녔던 것 같다. 물론 학교 밖에서는 스폰지 안감이 든 잠바를 입기도 했었고… 학교에서는 방학전에 난로를 한두번 피웠는데, 반장인 내가 나무를 타러 가면 장작을 겨우 4~5개비씩 배급하던 기억이 난다. 아침에 잠시만 피우라는 것이다. 중고교는 서울로 유학 갔는데, 그곳의 겨울은 더욱 추웠지만, 교복차림에 장갑도 제대로 않끼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어서 학교에 가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코트를 걸치지 말고 바지주머니는 손을 넣을 수 없게 꿰매라는 것이 학교 방침이기도 했다.
2020년대의 우리나라는 크게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근래 세계적 불황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생활은 크게 달라져 있다. 전기, 도시가스 등이 난방과 취사를 담당하게 되고, 우리의 옷차림도 추위를 이길만하게 좋아졌고, 대부분 차로 출퇴근을 하게 되니 겨울 추위가 그래도 낭만적인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다고 보아진다. 물론 최저소득층의 어려운 분들이 좁은 고시원 등에서 냉방으로 지내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이번 연초를 포항에서 보내고 있다. 30년째 직장이 있는 포항에 거주하고 있지만, 연말연시는 대개 가족들이 있는 LA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좀 다른 스케줄로 인해 포항에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캘리포니아의 겨울보다 우리나라의 겨울이 훨씬 춥다. 특히 서울은 아침기온이 영하 7~8도, 때로는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있는데, 포항은 보통 0도 혹은 영하 2도, 아주 추울 때 영하 7~8도 되기는 하나 따뜻한 편임이 사실이다. 바닷바람이 춥다고들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고, 겨울에 서울출장일때는 단단히 채비를 하는 편이다.
1~2월의 포항은 흐린 날보다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날이 많다. 추운 겨울이라고는 하나 서울지역에 비해서 산야의 풍경이 그리 을씨년스럽지 않다. 해송이 많이 심어진 탓도 있겠지만 가로수는 푸르고 산도 푸르름이 더 많다. 대학 캠퍼스 등지의 벚나무/느티나무는 낙엽이 지지만, 산야에는 소나무, 잣나무 등 상록수들이 많은 탓도 있을 것이다. 눈도 거의 내리지 않는다. 제대로 된 눈을 본 것이 지난 30년간 두어 차례였던 것 같다. 거리에 나가도 좀 춥다해도 두꺼운 방한복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 물론 운전을 하고 사무실, 음식점, 커피숍 등에 에어컨 난방이 빵빵하니 두껍게 입지 않는 탓도 있을 것이기는 하나, 서울과는 많이 다르다.
필자는 대학의 국제개발협력 관련 사업차 학생들과 몽골에 자주 갔는데, 그곳의 겨울은 낮에도 영하 20도, 밤에는 영하 30~40도로 내려간다. 이를 예상하고 두꺼운 내복과 방한복, 방한모자, 방한구두 등을 장만한 탓일지도 모르나 얼굴이 좀 따갑게 추울 뿐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옷이 두꺼워 어기적어기적 걸어 자이승 전망대에도 올라가고, 칭기스칸 광장에도 가고, 도시 외곽의 무허가불량주거지 ‘게르지역’을 현지 조사하며 꽤 오래 머물던 기억이 난다. 그에 비하면 포항의 겨울날씨는 포근한 캘리포니아이다.
포항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사시사철 물회, 대게, 다양한 종류의 활어회 등이지만 특히 겨울철에 즐길 수 있는 것은 과메기이다. 원래는 지천으로 잡히던 청어를 썼으나 요즈음은 꽁치를 이용한다. 꽁치를 손질해서 덕장에 걸어두면 겨울바람에 얼고 녹으며 과메기가 만들어지고 이를 미역/파와 함께 초고추장에 찍어 먹게 된다. 필자도 포항에 와서 과메기를 처음 먹어 보았는데, 30년전에는 꽁치과메기를 손질 않은 채 팔기도 했으나, 지금은 깔끔하게 다루어진 것들이며, 택배로 전국에 배송하고 있다.
포항 주변에는 길게 이어진 해변을 따라 아름다운 곳들이 많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직장인 한동대에서 5~10분 거리인 용한리나 칠포해변에 나가 크게 밀려와 깨어지는 파도를 보면 마음이 치유됨을 느끼고 있다. 푸른 하늘 아래 검푸른 겨울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파도 소리는 정말 보고 들을 만하다. 때로는 교외 해변 아닌 도심 해변 영일대해수욕장에도 가는데, 겨울철에는 갈매기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해변 절벽에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다는 갈매기는 따뜻한 봄이 되면 멀리 시베리아 바닷가로 먼 여행을 떠난다. 물론 여름에도 텃새화된 갈매기들이 도심해변은 물론 죽도시장 어귀를 먹이를 찾아 날고 있지만…
영남경제 2026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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