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기능과 지역경제 발전

호텔의 기능과 지역경제 발전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한동안 친하게 지내던 동네 지인 한분이 강원도의 한 호텔 식당 매니저로 일하게 된지 몇 달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반가움에 카톡으로나마 안부를 묻고 있는데, 부모님 고향은 포항이지만 서울에서 자라고 미국생활도 오래하여 영어에도 능통하므로, 그 호텔은 아주 좋은 인재를 만난거라고 덕담을 해주었다. 필자가 30년째 살아오고 있는 포항은 인구 50만의 철강산업도시로 알려지고 근래 30여년간은 저명한 연구중심대학의 R&D기능과 국제화되고 개발도상국을 돕기 위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크게 가동하고 있는 대학 등이 존재하는데도 이 지역의 호텔들은 제대로 개발되지도 못하고 잘 운영되지도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인구 25만의 경주는 천년고도 역사도시로서 관광문화도시의 기치를 들고 오래 노력한 탓인지 보문단지를 중심으로 특급호텔들이 많다. 7~8년전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그리고 코로나 사태 이후 불황으로 경주도 관광객이 크게 줄고 호텔 운영도 어렵다는 말을 듣고는 있다.  

  호텔은 과거에는 숙박 및 식음료 제공의 기능을 강조한 개념으로 인식되었으나, 현대의 호텔들은 그 이외에도 레저 및 상업적 서비스 기능, 사회적인 모임 장소, 스포츠 기능, 비즈니스 서비스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호텔(Hotel)의 어원은 호스피탈레(Hospitale), 라틴어로 ‘순례자를 위한 숙소’라는 뜻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여행은 주로 종교적 성지순례였고, 먼 여정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장소가 바로 호텔의 기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산업혁명과 증기기관차의 등장과 함께 여행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현대적 개념의 호텔들도 등장한다. 1898년에 파리에서 ‘리츠호텔’이 오픈하고, 곧이어 런던에도 ‘칼튼호텔’이 설립되었고, 그 후 유럽 주요도시에 많은 호텔들이 세워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은 1888년 인천에 설립된 ‘대불호텔’로서 3층 건물로 객실 수는 11개였는데, 15년만에 문을 닫았으며, 1902년 서울 정동에 최초의 서양식 ‘손탁호텔’이 오픈했다. 러시아 여인 손탁은 조선의 정치인과 명망가, 외국 귀빈들과 관계가 두터웠기에 호텔이 오픈하자 이곳은 자연스럽게 유흥과 사교의 장이자, 정치/외교의 무대가 되었다. 대중적인 호텔은 1930년대에 등장한 ‘반도호텔’과 ‘조선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 ‘워커힐’은 1961년 11월에 주한미군을 타깃으로 세워졌으며, 그 이름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워커 전 미8군 사령관을 기념한 것이다.

  필자도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데, 대부분 연구나 학생 교육 차원에서 가게 되므로 호텔에 묵는다 해도 세미나 참석, 식사, 휴식 및 취침 정도가 주된 일정이었다. 미국에서는 대개 ‘할리데이 인’이나 ‘메리어트’ 등을 이용했지만, 개인적인 여행의 경우, 운전해가다 고속도로 가에 있는 저렴한 모텔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독일에서는 고급호텔에 하루나 이틀 머문 적이 있지만, 신문을 뒤져 홈스테이를 찾았더니 독일인과 결혼한 한국분이 마중을 나왔었고, 그 집 이층에서 잘 지냈던 기억이 있다. 일본에서는 주로 대도시의 작은 호텔에 머물렀지만, 어쩌다 시골로 다니며 작은 여관에 머무를 때는 널따란 야외 온천욕을 무료로 할 수 있고, 쌀밥, 생선구이 등으로 된 조식도 맛있었다. 네팔,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등에도 자주 가는데, 중간가격 호텔에 주로 머물므로 시설은 좀 열악해도 지역문화를 가까이 할 수 있음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 대학들과 줌을 통해 국제세미나 개최하는데 현지로 가지는 못하고, 각 나라의 참여그룹들이 각자 호텔에 모여 줌을 통해 세미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개 참가자들이 호텔에 투숙하고 세미나는 호텔에 마련된 중소형 회의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직장이 포항에 위치하나, 호텔의 규모 및 시설, 가격 등을 감안하여 경주 보문단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주의 주요 호텔에 숙박하면, 주변에 저명 역사 유적들이 있고, 경치가 아름다우며, 야외사우나 등을 즐길 수 있다. 포항도 대형호텔을 유치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쉽지는 않다. 도심해변에 세워진 중대형급 호텔도 사업성 때문에 동시 개관하려던 명품쇼핑센터 허가가 불발되어 궁극적으로 규모 면에서 반쪽짜리 사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이곳에도 뷔페식당, 예식장, 국제회의 장소 등이 규모만 작을 뿐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대학에서 은퇴하고 좀 더 개인적인 시간이 많아지고 있으니, 지금부터는 필자도 여행과 호텔이용을 좀 다르게 경험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애들이 자주 가는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멋진 쇼도 관람하고 맛있는 뷔페도 먹고 싶다. 중국에 가더라도 큰 도시 호텔에서 잠만 자고 나올 것이 아니라,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송성가무쇼’ 등도 관람해야겠다. 은퇴하고 한동안 함께 캠퍼스에 머물다 고향으로 돌아간 절친 미국인 교수 부부와도 일년에 한번은 서로 방문도 하고 알라스카로 캐리비안으로 크루즈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호텔은 단순한 숙박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경제, 문화, 예술 및 커뮤니케이션의 활용공간으로서의 기능까지 갖추고 있으며,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기업으로서 많은 이들을 고용하게 된다. 서울은 언제나 호텔이 활황이라지만 지방도시들은 그렇지 못한데도, 포항을 비롯한 많은 지방도시들이 호텔을 유치하려 애를 쓰고 있다. 대형 브랜드 호텔들이 지어져야 지역을 브랜드할 수 있으며 경제파급 및 고용효과가 큰 것이다. 문제는 사업성 확보 어려움으로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만일 브랜드 호텔체인이 경쟁력있는 엔터테인먼트, 웨딩, 연회장, 수영/피트니스 등 다양한 서비스 시설을 갖추고 일단 개관한다면 수요가 창출될 것 같기도 한데, 민관산학이 희망을 가지고 좀 더 종합적인 전략 수립하에 지속적인 유치전략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영남경제 2025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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