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학부 중심 대학교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한국의 대표기업이자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한 기업의 총수 따님이 미국에서 가장 좋다는 대학들의 입학허가와 관계없이 콜로라도의 한 학부 중심 작은 대학으로 입학한다는 뉴스가 신문기사 한편을 장식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우선 가장 잘 알려진 큰 대학교, 학부에서부터 석박사학위가 있는 대학교로 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영토도 넓고, 인구도 많고, 대학도 많은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가 잘 아는 저명대학교 외에도 우수한 대학들이 매우 많다. 우리들처럼 공부를 이 정도하니, 정확하게는 수능성적과 학교 내신이 이 정도니 이 대학을 지원하고, 저 정도 하니 저 대학을 지원하고하는 식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필자가 처음 유학갔던 ‘아이오와주’만 하더라도 우수한 학생들도 타주로 가지 않고 아이오아주립대학교 (Iowa State University)나 아이오아대학교 (University Iowa) 등 주내 대학들을 선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도 역사 있는 소규모 학부 중심 대학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정치학과에 한 원로교수가 계셨는데, 오래전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이셨는데, 이력을 보니 그린넬대학(Grinnel College) 졸업이라고 되어 있어 좀 의아해서 찾아보니 아이오아주에 있는 아주 역사 있는 소규모 4년제 대학이었다. 물론 이분은 그후 석박사를 다른 유명대학에서 했었다. 필자는 그후 로스앤젤레스로 이사를 왔고, 그곳에도 유명한 대학들이 많았다. 우리 동네 인근에도 주립대학인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사립대학인 ‘서든 캘리포니아대학교(USC)’, 그리고 역시 사립대학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CALTECH)’가 있었다. 물론 또 다른 형태의 주립대학인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포모나 캠퍼스, 롱비치 캠퍼스’ 등 많았다. 그런데 우리 동네 인근에 작은 대학 ‘옥시덴털 칼리지(Occidental College)’가 있어 가보기도 했는데, 역사 있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오는 대학이라는 것이다. 후에 이곳이 오바마 대통령이 졸업한 대학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후 필자의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면서 알게 된 것은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클레어몬트 칼리지 대학연합 (Claremont Colleges)’이 존재하고 그 안에 소규모의 대학들이 독립적으로 연계를 맺으며 여럿 존재하는데, 그중 문과대학인 ‘포모나칼리지(Pomona College)’는 우리가 아는 탑 스쿨들 버금가는 대학이며, 공과대학인 ‘하비머드칼리지(Harvey Mudd College)’는 미국 공과대학 중 학부가 가장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물론 SAT성적도 다른 대형 유명대학교들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편이며, 특히 하비머드칼리지는 졸업생들이 졸업 후 그리고 10년후 미국 대학 졸업생들 중 평균연봉이 가장 높은 대학이다. 하지만 학생모집은 포모나가 400명 하비머드가 200명 정도였다. 이들은 교수대 학생 비율이 1:7 정도로 집중교육을 받으며 졸업 후 좋은 직업에 종사하지만,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박사학위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MIT, 칼텍 등 우수대학원들이 이들을 잘 받아 준다. 아무튼 미국에는 유명 대학들이 많고 학생들로서는 대학선택의 여지가 많다. 또한 중간 정도 성적에도 갈 수 있는 대학들이 많아 공부할 마음만 있다면 입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수백개 대학들도 막상 입학하면 강하게 교육을 시킨다. 물론 학점을 제대로 이수못해 졸업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2년제 대학들이 아주 많은데, 대개 제때 대학입학하지 못한 직장인들도 많이 다니게 되는데, 학비 저렴하고 성적 얻기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그러나 그 많은 졸업생들 중 일부는 유명 4년제 대학교에 편입하고 석박사를 마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중고교 교육이 많이 강화되었다고는 하나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준비라고 보아도 될 정도이고 학생들의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잘 알려진 대규모 대학에 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지방에도 우수한 국립대학과 사립대학들이 있지만 서울 및 수도권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지방의 대학들은 학생모집이 차차 힘들어지고 있다. 중고교 교육의 질이 어떠하고 대학교육이 어떠하고 자성의 목소리도 높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룩한 것은 분명 온 국민들의 교육열, 즉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혹은 대학을 마치기 위한 교육열이 공헌한 바가 크지 않다고 말하기 힘들다. 이는 어떠한 기회비용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한국적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많은 발전을 이룩했으므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는 너무 서울권대학 유명대학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말고 좀 더 자기 적성을 찾고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든지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물론 대학에서는 좀 더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도 좀 더 열심히 방향성 있게 공부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필자가 지난 25년여 재직한 대학은 지방에 위치한 소규모 4년제 대학교로서, 미국의 리버럴아츠칼리지, 즉 소규모 학부 중심의 4년제대학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지방소멸, 지방대학쇠퇴를 이야기하지만 아직은 튼튼히 버티며 전국각지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고 일년에 800명 정도가 입학한다. 필자는 학생들이 졸업하고 좋은 직장으로 좋은 대학원으로 진학함을 낙으로, 아니 삶의 한 목표로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영어강의 한국어강의 모두 진행하면서 바쁘게 한동대 캠퍼스에 머물고 있다. 아무쪼록 한국에도 ‘작지만 강한 대학’, ‘작지만 개성있는 대학’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바이다.
대경일보 2022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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