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한 작은 음식점과 해변 커피숍

포항의 한 작은 음식점과 해변 커피숍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어쩌다 보니 지인 셋이 모이게 되었다. 친구 내지 동료라는 말 대신 지인이란 단어를 쓰는 이유는 필자가 각자 알고 둘이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한 분은 은퇴한 물리학자이고 또 한 분은 현역 성악가이자 진돗개 품종보전 사육자이다. 필자를 포함한 3명이 나름대로 각자의 전문분야를 지니고 있고 성격도 독특한 편인데도, 어쩌다 만났는데, 대화가 잘 진행되었으며, 마침 점심시간이고 해서 무얼 먹을까 고민을 하며 도심을 돌아보다가, 6거리 인근에 있는 ‘옥돌집’이라는 한 작은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그 식당은 다른 친구들을 따라서 1년여전 두어 번 와본 기억이 있는데, 작지만 과거 대기업 회장/사장님들이 드나들던 전통이 있는 식당이라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 함께 일하던 할머니 한분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80세는 되어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한 젊은 여성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메뉴는 김치찌개, 된장찌게, 두부찌개, 청국장 4개 뿐인데 드물게도 5,000원 균일이다. 우리는 청국장을 시켰는데, 맛이 보통이 아니다. 한결같이 오리지널 청국장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1년전에도 필자는 이 식당을 지역신문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꼭 그러고 싶었다.

  식사 후 인근에 오래된 멋진 커피숍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내고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는데, 아마 20여년전 고인되신 원로건축사 김선생님과 함께 갔던 본인이 직접 좁은 땅에 3층으로 설계/건설해 놓았지만 아주 멋졌었고, 커피숍의 여주인도 그 당시 60대 중후반 되어 보이고 같이 일하던 여성분도 50은 넘어 보이는 멋쟁이들이던 그 커피숍이 아마 문을 닫은 것 같다. 하긴 오래전 일이다. 우리는 그 인근에 있던 ‘금강호텔’과 그후 다방으로 쓰이던 건물을 언급하면서, 또한 국민은행 사거리 인근에 있던 필자가 20년 전 경에 가끔 들르던 미국식 주택과 정원이 있던 커피숍 ‘아라비카’를 추억하면서 차를 몰아 인근 송도해변으로 갔다.    

  송도해변은 과거 40년대에서부터 60년대에 이르기까지 넓은 백사장과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했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포스코가 건설되며 쇠퇴하기 시작하여 20여년전 필자가 포항에 왔을때만 해도 슬럼지역이었다. 아직 해변 송림대가 남아 있었지만 별 사람 찾지 않는 쓸쓸해 보이는 바닷가였는데, 그때 여러 가지 연구조사 때문에 자주 들리기도 했었다. 그곳에 이름 멋진 ‘포세이돈’이라는 낡은 커피숍이 있었고, 소규모의 횟집, 된장찌개집 등이 있었다. 물론 송도다리를 건너와 아직 해변에 닿기전 오래된 ‘송도비치호텔’이 있어 그 당시만 해도 낡은 가운데 운영되고 있었다.  

  지금은 송도해변에 해변도로가 개설되고 주변이 깔끔하게 변모되었다. 이 해변도로가 계획될 때 ‘왜 해변에 도로냐’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으나 그 당시 시장이던 고 정시장님이 ‘접근성이 더 중요하다’ 뚝심있게 추진했고 다음 시장님들도 계획을 잘 실행해 나가고 있는데, 도시재생사업이 좀 더 진행되면 더욱 멋진 곳으로 변할 것이다. 여기서 해운대같이 잘 개발된 ‘영일대해변’과 연결되는 다리가 동빈내항 위를 지나며 개설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송도는 다시 르네상스를 맞게 될 것이다. 송도해변에서 보면 북측으로 영일만이 곧바로 뚫려 있다. 바다는 푸르고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온다. 오른편에는 거대한 포스코 시설물들이 있지만, 밤이 되면 야간조명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이곳에 새로 생긴 커피숍들이 여럿 있어, 그중 한 2층 브랜드 커피숍을 찾았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커피맛도 좋았다. 2층으로 올라갔더니 창밖으로 전망좋게 바다가 바라다 보인다. 초중년 남녀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은퇴한 듯한 신사분들도 몇몇 자리를 잡고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좀 더 북측으로 가면 포항수협건물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1층은 어시장이고 2~3층은 수협 직영의 횟집인데, 필자도 여러 차례 와본적 있지만 전망이 매우 좋다. 한 겨울에도 주변 바다에서 잠수하며 소라·해삼을 따는 해녀들을 볼수 있다. 해녀들은 제주도 출신들로서 전국각지, 무려 일본 곳곳에도 물질하러 아니 간 곳이 없다는데, 포항에도 제주 출신 해녀들이 생존해 있다. 동네 총각들을 만나서 정착한 것인데 이미 모두들 70~80세나 되셨다. 필자가 대학생때만해도 서해안 안면도, 남해안 거제도 등지에 필자 또래의 젊은 해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이어받는 이들이 거의 없게 된 것이다.  

  우리는 차를 몰아 퇴역 해군함정 ‘포항함’ 곁을 지나 송도다리를 거쳐 도심으로 돌아왔다. 이 송도다리는 과거부터 존재하던 죽도시장 곁의 송도 큰다리가 아니고 20년전 쯤 새로 건설된 밑으로 배가 다니게 약간 원형으로 만들어진 다리인데, 원래는 개폐교로 계획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용과 교통혼잡을 고려하여 지금과 같은 형태로 된 것이다. 이 다리를 지나며 바라본 동빈내항의 풍경은 꼭 사진 속의 세계적인 미항의 모습이다. 수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가끔은 개인요트나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일주하는 크루즈가 지나간다.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연결하는 폭 20미터 정도의 운하를 개설한 것은 동빈내항의 물썩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주변이 매우 아름다운 관광코스가 되어 있다. 이곳에 있는 동빈구항 어항은 큰 규모의 죽도 어시장과 연계되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다. 언제든 펄펄 뛰는 활어와 대게를 볼 수 있고, 마른 생선들도 많이 팔고 있다. 물론 이곳의 명물인 거대한 개복치도 볼 수 있고 고래고기 파는 곳도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대경일보 2022년 8월 14일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