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피해가 이렇게 심각할 줄이야!

산불피해가 이렇게 심각할 줄이야!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경북도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더니 잠시 후 연락이 왔다. 울진 산불 진화에 나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 대통령선거도 있었고 새학기가 시작되어 나름 바빠서 다른 뉴스들을 제대로 못보고 있었는데, 그간 많은 이들이 산불진화를 위해 애쓰고 있었다. 지난 3월 4일 시작된 울진 산불 진화를 위해 매일 80여대 헬기, 산불진화차 72대 등 차량 380여대가 동원되며 소방대원, 공무원, 군인 등 4,000명이 애쓰고 있었다. 산불진화율은 며칠째 75~80%에 머물고 있는데, 여러 구역에서 잔불을 정리 중이라고 하나 응봉산을 중심으로 불씨가 자주 살아나고, 보존해야 할 금강송 군락지 일대에 불길 진입이 반복되어 진화에 난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경북도에 의하면 이번 산불진화를 위해 초기 4일 동안에도 50개 단체, 총1,7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휴일과 생업을 뒤로한 채 울진 전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포항시도 ‘경상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의 요청에 따라 9~11일까지 90명의 공무원과 진화장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이재민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 더하여 집, 차, 농기구, 재산 등이 타버리며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것이다. 이번 울진 산불은 최근 10년간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라고 하는데, 이는 3월 4일 오전 11시 정도에 발화되어 현재까지 울진뿐만 아니라 삼척, 강릉, 동해, 영월 등의 산림과 민가에 큰 피해를 끼쳤다. 3월 11일까지 729개의 시설물과 348채의 주택이 소실되었는데, 산불로 대피 중인 인원만 해도 7,330명이며, 피해면적은 2만ha(여의도 면적 70배)를 넘는 상황이라고 한다.

  동해안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초대형으로 발전하게 되는 데는 특별한 요인들이 있다. 첫째 원인은 환경요인으로, 험준한 산악지대에 건조한 강풍이 불기 때문이다. 동해안지역은 봄철이 되면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고온건조한 빠른 풍속을 지닌 바람이 몰아친다. 양강지풍으로 불리는 이 바람은 태백산맥 사이에서 봄철 남북고저의 기압차로 발생하는 강풍으로 영서지역 차가운 공기가 백두대간을 넘는 순간 역전층을 만나 순간적으로 압력이 높아지며 동해안 일대에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풍향이 수시로 바뀌는 이 바람이 불씨와 만나면 어디로 번질지 예측이 어렵다. 예로부터 이 바람은 ‘불을 몰고 온다’는 의미에서 화풍(火風)이라 불리기도 했다. 무풍일 때보다 바람이 6m/s로 불 때 산불 확산속도가 26배 빨라진다고 하니 놀랍다. 둘째 원인은 식생요인으로 소나무 위주의 산림이 대거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나무 숲은 송진과 솔잎, 껍질 등이 땔감역할을 해 산불에 취약해서 단순한 실수나 작은 발화 원인에 의해서도 쉽게 산불이 발생하고 확산하게 된다. 이 지역은 30년생 이하의 소나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산불의 확산 요소는 다음의 3가지라고 한다. 1) 습도가 낮거나 바람이 빠를수록 산불이 강하게 확산, 2) 소나무 숲이 활엽수림보다 확산이 빠름, 3) 경사가 급할수록 산불이 빠르게 번짐 등이다.

  1996년에 발생한 고성 산불은 역대 최고의 피해를 가져왔었는데, 2000년에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고성 산불은 군부대 사격장에서 불량 TNT를 폭발하는 과정에서 불씨가 날려 거의 4,000ha 가까운 산림을 태웠다. 그로 인해 하루아침에 주요 송이버섯 산지가 사라졌고 주변 마을도 상당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동해안 일대에서 일어난 큰 산불은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불씨가 강풍과 함께 번져 2만 4,000ha의 산림이 불타고 엄청난 재산 피해를 낳았는데, 그 피해액이 무려 1,000억 원을 넘었다. 포항시에서도 2013년 3월 9일 용흥동 일대의 야산에서 발화되어 일어난 화재가 있다. 용흥동 인근 야산에서 시작된 이 산불은 도심의 학교와 아파트가 대거 밀집된 지역을 위협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고 주택 56가구가 불에 타 없어지거나 파괴되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는 4천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하여 산림, 주택, 건축물 등에 걸쳐 많은 피해를 입혔는데, 이러한 산불의 원인 중 절반 이상이 사람에 의한 실화나 소각행위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산불방지를 위해 우리 모두가 조심하고 이러한 원인 제거에 최선을 다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불피해지역의 신속한 복원도 중요하다. 우기 이전에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산사태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며, 주로 토목공사와 식생복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요즈음 산불피해지역의 자연회복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금까지 정부는 피해지역을 정리하고, 조림하고, 육림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을 지속해왔는데, 산림이 황폐했던 1970년대 전후에는 녹화조림이 불가피했지만 그 이후에는 숲의 자연복원력이 크게 신장되어 사정이 달라졌기에 자연회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는 우선 자연회복과 인공복구 대상지를 구분해야 하며 이때, 식생, 지형, 지질, 기후, 임지 생산능력 등을 종합판단해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생태계 복원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주능선과 계곡, 그리고 조림지 외곽지역은 자연회복을 유도하며, 풍속 강한 곳에서는 바람방향을 고려해 복합적인 방화수림대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마을 주변 산림피해지에 대해서는 내화성이 강하고 소득이 창출될 수 있는 감나무, 살구나무, 밤나무 등 과실수와 마가목, 황벽나무, 황칠나무 등 특용수를 식재해 마을경관 및 주민소득 향상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대경일보 2022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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