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대해변에서 모래조각상을 보며

영일대해변에서 모래조각상을 보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얼마전 도심해변인 영일대해변으로 가니 주말이기는 하지만 날씨가 좀 쌀쌀한데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할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다. 영일대해변은 길이가 1.2km에 이를 정도로 굉장히 길다고 할 수 있는데, 원래의 백사장은 길이가 700~800m 정도였다. 그런데 모래가 없고 좁은 자갈밭이었던 북측 설머리로 불리는 지역에 작은 입자의 모래들이 쌓여 이제는 넓게 백사장을 이루고 있다. 이곳 한쪽이 해양스포츠, 즉 카누, 작은 요트, 수상오토바이 등을 빌려주는 곳이다. 물론 한편에 넓은 주차장도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요즈음 보니까 주차장과 해양스포츠 기구들이 있는 공간에 SUV와 RV들이 많이 들어와 있고 옆에 텐트를 치고 바다를 즐기고 있다. 해변이 길므로 교외 먼 지역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차들을 끌고 갈 곳은 많을 것이나, 이렇게 도심해변에 진을 친 것은 도심해변이 넓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주변의 편의시설과 잘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 큰 차 붐이 이는 것은 출퇴근용으로도 가족단위 여행으로도 매우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에너지 소모 내지 환경보전을 위해서 큰 차를 지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개인적인 취향들이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는 도로와 도로변 일부를 점용하여 장미원과 롤러스케이트 등 스포츠를 즐기거나 축제용으로 이용되는 넓은 아스팔트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지역축제도 열리고 지역농산물 판매시장도 열린다. 장미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활짝 핀 장미들도 장관을 이루는데, 초겨울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제법 피어 있어 가꾸는 이들의 정성이 돋보인다. 그 뒤쪽으로는 호텔건물이 높게 솟아 있다. 지금은 규모가 좀 축소되어 지어졌지만, 이 호텔이 계획될 시에는 좀 규모가 크게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내심 이 호텔건물의 3층 정도에서 전면의 대로를 넘어 해변으로 구름다리 데크가 연결되면 좋겠다는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이곳 해변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도 있고 해변따라 넓게 도보가 확보되어 있다. 필자는 가끔 이곳에 와서 설머리 쪽에 차를 세우고 해변도보를 따라 울릉도선착장까지 갔다가 돌아오곤 한다. 지금은 코로나사태로 버스킹이 금지되어 있지만 그 전에만 해도 해변 작은 무대들에는 가지각색 남녀노소의 기타, 밴드, 그리고 가수들의 공연이 많았다. 어서 빨리 코로나팬데믹이 해제되고 좀 더 즐거운 해변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해변 중간지점 넓은 백사장에 아름다운 모래조각들이 보인다. 예전에도 이러한 모래조각전시회가 열린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열리는 모양이다. 고래들이 헤엄치고 한 여인이 함께 수영하는 듯한 모습, 등불을 든 비너스 모습의 인어상, 공놀이 하는 여인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수가 많지 않고 규모도 작은 편이다. 대회기간이 남아 있으니 좀 더 많은 조각들이 전시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이를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있다. 이러한 조각전시회가 분명 이 해변을 브랜드하여 좀 더 많은 이들이 찾게 될 것임으로 좀 더 자주 다양한 조각들이 전시되었으면 좋겠다. 동행한 친구들과 좀 멀리서 이리저리 감상하면서 모래조각이 비가 오면 부서질텐데 걱정하기도 했다. 아마 좀 더 잘 견디게 표면에 좀 굳게 하는 스프레이라도 하지 않을까? 혹시 좀 망가진다면 다시 고치고 하지 않을까 등을 이야기하다가 폭풍이 오면 어쩌고라는 걱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모래조각 만드는 법이 나와 있다. ① 포클레인으로 모래언덕을 만들고, ② 모래언덕에 물을 뿌려 젖은 모래를 만들고, ③ 언덕의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작품의 겉에서 속 순서로 조각작업을 진행하며, ④ 작품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목공용 풀과 물을 섞어 조각 겉면을 코팅하는데, 작품에 사용된 모래가 백사장모래로 그대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친환경재료들이 이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쉬움은 들인 공과 작품상에 비해서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른바 ‘찰라의 미’만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조각하지 않고 실리콘 형틀은 먼저 만들고 여기에 모래를 부어 조형물 조각들을 제작한 후 모래로 조각들을 합해서 제작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경우 작품이 없어질 염려는 안해도 될 것 같으나, 말 그대로의 모래조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지… 아무튼 여러 방법으로 예술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것 자체가 지역민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낭만적인 조각품들이 더구나 해변의 모래로 제작되어 현장에 전시되어 있으니 많은 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 해변만이 아니라 인근 공원에도 고정 전시된 조각상들이 여럿 있는데, 어떤 것들은 너무 슬프고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어 한두 번은 몰라도 매일 마주치기가 주저스러운 경우도 있다. 아주 심각한 혹은 슬픈 과거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그러한 것들과 잘 어울리는 장소에 자리 잡으면 좋을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이 돌고래와 인어, 그리고 파도 등을 주제로 한 모래조각이 이러한 도심해변에 배치된 것은 매우 절절한 선택이라고 보아진다.    

  우리나라는 정말 힘든 과거를 견디며 오늘의 부강하고 행복한 국가를 이루어 내었다. 과거의 일제강점기, 6.25전쟁, 그리고도 수많은 경제사회문제들 속에 그래도 이만한 나라를 이루었는데, 과거를 잊어서는 않되겠지만, 너무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개척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도심해변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 파도를 보며,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리고 낭만적인 조각상들을 보며 기쁜 하루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포항의 영일대해변이 브랜드된 낭만적인 해변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경일보 2021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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