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어사 인근 찻집과 산촌어촌 스토리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며칠 전 오후 한 동네친구가 어디 다녀올 데가 있는데 같이 가자고 졸랐다. 그날 일이 거의 끝난 편이라 같이 가기로 하고 친구 차에 올랐다. 겨우 오후 5시를 넘긴 시각인데 초겨울 해가 짧아 밖은 어둡다. 가는 곳은 오어사 인근 찻집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지나치는 곳이라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양덕동에서 출발하여 순환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이 꽤 멀다. 순환고속도로를 내려 오어사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밤길이라서 낮에 보았던 풍경들과는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수년 전과는 다르게 곳곳에 대형 식당과 커피집이 늘어서 있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인해 장사는 예전보다 못하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며 투자해 놓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어사는 어쩌다지만 친구들과 들르던 곳이다. 포항에서는 북쪽지역에 보경사가 있다면 남쪽지역에는 오어사가 있다고 할 정도로 잘 알려진 사찰이다. 이 사찰은 신라 진평왕 때 창건하였다는데 그 이후의 역사는 전래되지 않고 있다고 하나, 이 사찰의 북쪽에 자장암과 혜공암, 남쪽에 원효암, 서쪽에 의상암 등의 수행처가 있었으므로 자장(慈藏)·혜공(慧空)·원효(元曉)·의상(義湘) 네 조사(祖師)의 행적과 연관 짓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 많은 이들이 오어사를 찾고 인근의 저수지를 포함한 산수의 경치를 즐긴다. 1964년에 완공된 만수면적 12만 평에 수량 500만 톤에 이르는 넓은 오어지의 초록빛 물빛이 눈길을 끌며, 운제산의 아름다운 산세가 어우러져 경치가 아름답다.
요즈음은 이곳에 오어사 둘레길이 개발되어 더욱 많은 이들이 찾는데, 그 이전에도 많은 이들이 해병대 훈련코스이기도 한 이곳을 등산 차 찾았었다. 이곳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땀을 흘리다가 찾는 곳이 오천시장의 한 낡은 칼국수집이었다. 칼국수만이 아니라 묵이나 파전도 맛이 있었다. 요즈음은 가 본 적이 없으니 코로나팬데믹 상황에 그 작은 가게들이 영업이나 제대로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장의 주역이었던 그 당시 60~70대 노인들께서 지금도 건강들 하신지 모르겠다.
포항시는 도농통합시로서 원래의 포항시는 지금 면적의 4.5%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1995년 도농통합시로 변모되면서 흥해, 오천, 구룡포 등 많은 전통 소도시들을 지닌 영일군과 통합하게 되면서, 이러한 소도시들이 포항의 부도심 내지 교외도심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어둠 속을 달리며 조명 밝은 여러 음식점과 찻집들을 지나 도착한 곳은 커다란 유리건물의 약선찻집이었다. 들어가니 넓직한 실내에 만나기로 약속한 분들이 기다리는데, 필자는 주 고객 아닌 불청객인 셈이라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실내를 돌아보니 수많은 약초 담금주병들로 장식되어 있다. 하수오, 도라지, 더덕, 겨우살이 등인데 가지별로 수십병씩 장식되어 장관이다. 이 찻집 주인은 여성분인데, 젊을 때부터 등산을 즐기고 배낭을 메고 약초꾼들을 따라 강원도를 중심으로 온 전국을 돌아다녀 약초를 모아왔다고 한다. 산삼을 캔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단 한번 있다고 발견 당시의 녹화를 보여준다. 여기서 직접 말리고 갈아 만들었다는 쌍화차 한잔을 마시고 전시된 이것저것을 구경하다가 인근에 미리 예약해둔 닭백숙집으로 갔다.
이 근처에는 커피와 찻집만이 아니라 닭과 오리 백숙집도 많다는데, 갔던 집은 매우 넓은 건물과 주차장을 지닌 곳으로 토종닭을 삶아 주는데, 우리가 먹는 닭보다 더 크고 약간 질긴듯하나 고기도 먹고 닭죽을 먹으면서 나물반찬을 먹으면서 식도락을 즐겼다. 낮에 왔다면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서 지척인 오어사에도 들르고 호수를 아름다운 둘레길을 걷거나 등반도 가능할 것인데, 어둠 속이라 유감이다.
이 근처에는 가 볼만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장기읍성’인데, 예부터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교통요충지 역할을 해 온 장기는 신라 때부터 중요한 군사기지였다. 이곳에 국가사적 제386호로 지정된 이 읍성이 있다. 해발 252m의 동악산에 이어져 있는 이 읍성은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여진족의 해안침입에 대비해 지어진 토성이었다가, 조선 세종 21년(1439년)에 왜구를 경계하고자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 둘레 1,440m의 타원형으로 산 위에 축조되다 보니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뛰어나다.
그 인근 해변 양포항은 어촌어항으로 어항시설 외에 해양레저시설들을 갖추고 있으며, 얼마 전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일부 장면이 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양포항에서 출발해 구룡포항까지 수려한 바다 풍광을 감상하면서 해파랑길을 걸어 볼 수도 있다. 구룡포항은 일제 강점기부터 잘 알려진 어업전진기지이며, 일본 전통가옥거리를 관광할 수 있고, 항구에서는 질 좋은 과메기와 싱싱한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이곳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무대이기도 했다.
이날은 밤이라서 오어사 인근마을의 찻집과 닭백숙집에만 들렀을 뿐이지만, 주말에 시간을 내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어사-장기읍성-양포항-구룡포항으로 죽 둘러보아야겠다. 짧은 시간 내에 산과 바다를 두루 섭렵하며 색다른 풍광들을 감상하면 대단히 좋을 것 같다. 점심과 저녁도 각각 닭백숙, 산채나물, 한방차 등 산촌음식과 물회, 전복회, 문어, 과메기, 대게 등 어촌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 매우 매력적이라고 본다.
영남경제 2021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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