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역세권과 수목원 이야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KTX광장 아래 쪽 시립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짐 가방을 끌고 언덕배기에 설치된 데크 경사로를 오르면 회색벽돌이 깔린 꽤 넓은 역전광장이 나온다. 코로나사태 이후에 이용객이 좀 줄었다고는 하지만 포항역은 붐비는 편이다. 기차시간이 좀 남으면 들리는 곳이 이 광장과 마주한 역사 맨 아래층 한 모퉁에 자리한 조그만 커피숍이다. 여기서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다 보면 기차를 타러 갈 시간이다.
방금 차를 세운 시립주차장은 역사 바로 인접한 코레일주차장보다 넓기도 하고 가격이 좀 싸기도 한데, 명절때는 3~4일간 요금을 면제해주어 모두들 기쁘게 잘 이용하는데, 문제는 이 땅이 시유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 역세권개발이 시작되면 이 주차장은 없어져야 할 운명이라서 새로운 주차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새로운 주차장이 어디에 자리 잡아야 할까? 역세권개발이 완료되면 분명 대형주차장이 건물 지하 등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보지만, 오랜 건설기간을 생각한다면 어차피 코레일 주차장 부지에 3~4층 높이의 대형 주차건물을 미리 세워 놓는 것이 문제해결의 한 방법일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포항역사와 잘 조화되는 높이와 디자인이어야 하겠지만…
포항역사는 이용객에 비해 좀 좁다는 불평이 있기도 하지만 이미 포항시의 한 상징적인 건물이 되어 있다. 아직 진척없는 역세권개발만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장량동과 이동에 이어 또 다른 포항의 부도심이 될만한 지역이라고 본다. 역세권개발은 1차 사업지가 반경 200m 정도 지역이라고 보는데, 이미 계획안은 잡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반경 2~400m, 그리고 4~800m 하는 식으로 2차 3차의 체계적인 개발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인근에 독립된 개발계획들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역세권과의 조화스런 결합이 중요할 것인데, 좀 안타까운 면이 많다.
포항역을 출발한 고속철도는 동대구, 김천구미, 대전, 오송, 천안아산을 거쳐 목적지인 광명역에 2시간여만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부모님댁으로 향하면서 주변을 살펴보면, 거대한 유리 돔 구조인 광명역 밖에 매우 높고 거대한 건물들이 들어차 있다. 미국의 맨하탄 정도는 아니지만 대도시 번화가 같은 모습으로서 고층 오피스건물, 초대형마켓, 초고층아파트들이 들어차 있다. 수도권이기도 하고 잘 계획된 역세권이기도 해서 이 정도로 발달된 모습인데, 포항이나 경주의 경우는 대도시가 아니라서 사업상 확보가 쉽지는 않은 편이라지만 지난 10년간 많은 노력들을 기울임에 비해 진척이 없으니 않타까울 뿐이다.
택시에서 내려 부모님댁에 도착했다. 서울이지만 외곽에 위치하여 얼마전만해도 주변이 그린벨트지역이라서 부모님댁이 있는 빌라촌을 비롯하여 주변이 수목원과 수림 가득한 이어진 작은 산등성이와 함께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한동안은 이곳이 항동저수지와 항동철도로 잘 알려진 교외 전원지역이었는데, 이제는 ‘서울푸른수목원’으로 변해서 더욱 아름다운 공원이 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지역의 자랑이 되어 있다. 더구나 그 밖으로 직접 제법 높고 긴 산맥이 연결되어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다.
필자도 부모님댁에 올 때 마다 시간을 내어 이 수목원을 찾는다. 이곳에는 이미 잘 알려진 저수지가 있어 아름다운 연꽃이 피고 기다란 수초들이 우거져 있고 커다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데, 호숫가 물 위로 설치된 긴 데크를 걸으면서 많은 이들이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도 찍는다. 이곳에는 아주 다양한 수목들이 있고 꽃나무들이 있는데, 조그만 설명 팻말이 있어 방문객들이 산보도 하고 풍경을 즐기며 꽃과 나무 이름을 기억하고자 애쓴다. 가끔은 입구에 있는 부속건물의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잔 시켜들고 수림 사이 벤치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수림대가 멋지기도 하지만 멀리 보이는 도시의 풍경들도 매우 아름답게 보인다. 시간이 나면 이와 연결된 큰 나무들 우거진 작은 산등성이 트랙킹코스를 돌아보기도 한다. 이 등산로는 과거부터 존재하는 것인데, 수목원과 연결되면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포항에도 전국에 잘 알려질만한 수목원이 두 개나 존재한다. 하나는 개인이 개척한 아름다운 수목원이고, 또 하나는 광역지자체 소속의 수목원인데, 하나는 좀 먼 교외에 또 하나는 거기서도 높은 산으로 올라간 고원지대에 위치한다. 그런대로 그 위치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두 수목원이 필자로서는 매우 자랑스럽지만, 도심에 위치하여 많은 이들이 자주 들릴 수 있는 곳에 ‘서울푸른수목원’ 같은 장소가 개발된다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환호해맞이공원 일부를 그렇게 개발할 수도 있고, 한동대와 에코프로 중간 쯤에 위치한 천마산과 천마지일대를 개발할 수도 있다고 본다. 미국 대도시 중심부나 교외지역에 다양한 녹지대 및 공원들이 존재하지만 입장료를 내면서 갈 수 있는 수목원들도 많다. 하루 입장료는 비싼편이지만 1년 패스는 비교적 저렴한데,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헌팅톤 라이브러리’나 ‘디스칸소가든’ 같은 것들이 그 예이다. 도심공원이 무료여야 한다고 보지만, 좀 외곽의 수목원 등은 일정한 금액을 입장료로 받는 것도 유지보수를 위해서도 일정한 이용객 확보를 위해서도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영남경제 2021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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