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포분 모시고 그 절에 다녀왔다

한 교포분 모시고 그 절에 다녀왔다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몇 달전 신광 호리못 인근 원법사에 ‘친구따라 강남 가듯’이 따라가 본 후, 그 친구 및 그곳에서 백일기도 중인 선배님들과 함께 갈 때에는 그곳 입구에 있는 전통 건축양식을 지닌 인연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한 시간씩 머물곤 하지만 혼자 갈 때는 차를 타고 골짜기 길을 따라 다양하게 지어진 사찰건물과 정원을 감상하며 맨 위쪽 아마 2km는 될듯한 곳까지 다녀오는 것이다. 물론 차를 세우고 주변을 걸으며 이곳저곳을 관찰하기도 한다.  

  호리못을 우측으로 끼고 돌며 사찰입구로 가기 위해서는 승용차 두 대가 겨우 교차할 듯 말 듯한 좁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측에 보이는 것들은 미국 서부 영화에나 나올 듯한 이제는 쓰지 않는 이색적인 낡은 우사와 창고건물이 늘어서 있다. 그곳을 지나면 여러 채의 멋지게 지어진 농가주택들이 보이고, 왼편에 커다란 전통기와 사찰건물이 나타나는데, 이곳에 인연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 이 카페에서 주지스님 및 신도회장님과 담소하며 그 건물에 대해서 여쭈어 본적이 있는데, 처음 이 건물의 대들보 등을 대하며 이러한 거대한 나무들을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또한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짜 맞추었는지 등이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요즈음 한국에 이렇게 큰 소나무는 구할 수 없을 것이므로 캐나다 등지에서 전나무의 일종인 ‘더글라스 퍼’를 수입해 온 것으로 생각했었다. 물론 그 전나무도 소나무과이기는 하고 경주의 \’황남관\’을 비롯하여 한국의 많은 전통건축물들이 이 수입된 나무를 사용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인연카페 건물은 경상남도 진양에 있던 건물을 옮겨온 것이라고 했다. 목수들이 옛건물의 목재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기고 옮겨서 경이롭게도 그대로 짜맞추더라고 했다.  

  이곳 인연카페에는 다양한 수공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있는데, 대부분 백자에 큰 잉어나 꽃들이 그려져 있다. 또한 백제의 영향이 분명해 보이는 일본 한 사찰의 금색모형 탑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불교국가인 네팔에서 많이 본적이 있는지라 그곳에서 처럼 금속판으로 만든게 아니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금색을 입힌 것이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무거운 금속 주형이었다. 한번에 탑 전체를 주조하지 못하고 각 층을 각각 만들어 붙인 것처럼 보아진다. 이러한 것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한국에서는 별로 찾기 힘들다고 한다. 일본의 자기는 대부분 임진왜란때 끌려간 한국인 도예가들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 만드는 것이고, 그러한 금속공예도 누군가 대를 이어 만들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에는 수 많은 천년 역사를 지닌 사찰들이 존재하고 가족들이 대를 이어 이들을 지켜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은 무척이나 빠르게 변모해가는 사회이기에 이러한 전통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생각된다.    

  주지스님은 필자와 일행들에게 이 사찰에서 행하는 일들, 명상을 통해 마음을 깨끗이 하고, 모든 번뇌로 부터 벗어나 마음속의 평화를 경험하도록 하는 \’위빠사나\’에 대해서, 그리고 이 사찰이 대대적으로 벌이는 \’사랑의 쌀나누기 행사\’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다. 이러한 담소를 나누던 때가 지난달 말 동지를 며칠 앞둔 때여서, 이 사찰에서 신도들이 정성을 모아 주변의 시민들에게 나누어 줄 팥죽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주지스님이 그 작업장면을 셀카로 찍어서 보여주시는데, 대단한 규모이고 대단히 수고들을 하고 계셨다. 요즈음 친하게 지내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지역 고교의 한 국어선생님이 필자에게 \’디카시\’를 소개해 주었다. 이는 셀카사진을 찍고 다섯 줄 이내로 시를 쓰는 것이란다. 필자는 이를 셀카시로 듣고 사람들에게 그리 설명하고 했는데, 정식명칭이 디카시였나 보다. 아무튼 긴 문장만을 고집하던 필자에게 무언가 새로운 길이 제시된 것 같았는데, 주지스님이 찍으신 그 팥죽 쑤는 사진을 보고도 그러한 감흥을 내포한 디카시를 써보고 싶었다.

  그날 인연에서 주지스님으로부터 팥죽 대접도 받았는데, 동네 아는 분들이 동짓날에 사찰에 같이 다녀오자는 청도 있었으나, 그곳도 바쁜 날이 아니겠냐며 괜히 폐 끼치지 말자며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후 그곳에 다녀올 기회가 생겼었다. 며칠전 금요일 오후 한 교포분을 모시고 저녁때 다되어 잠시 그곳에 다녀오게 된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여 언제나 마음먹으면 금방 다녀올 수 있는 위치라서 좋았고, 이분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호리못 인근의 매운탕집을 다녀온 적들이 있어서 소개하기도 수월했었다.      

  이분은 미국에 자식들이 있고 직장일 때문에 몇 년 포항에 머무는 분으로 얼마지 않아 캘리포니아 얼바인으로 되돌아갈 예정인 분이다. 이분이 필자의 말을 듣고 이 사찰건물들과 주변 분위기에 관심을 보여서 전격적으로 다녀오게 된 것인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러한 큰 사찰이 있었음도 놀랍고, 사찰건물들이 호두산 골짜기 공리골을 따라 지어졌는데, 높지 않아 보여도 막상 이 산과 골짜기가 크고 깊어, 굽이굽이 올라가며 웅장하게 지어진 사찰건물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건물들이 골짜기를 올라가며 좀 더 지어져 산등성이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들어오는 입구의 다리와 도로가 좀 더 확장되고 사찰 연관의 마을들도 주변에 형성될 수 있을 것이나 아직은 이 정도로도 괜찮아 보인다.  

영남경제 2020년 12월 29일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