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석을 생각하며

옛 추석을 생각하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추석(秋夕)은 중추절, 가배, 가위, 한가위 등으로 불린다.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명절 중 가장 풍성한 때라고 보면 된다. 그 유래를 보면 고대사회의 풍농제에서 기원했다고 하는데 미국 추수감사절과 비슷한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신라와 고려시대에도 추석을 쇠었고 조선시대에는 일반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선대왕들에게 추석제를 지낸 기록이 있다. 추석 아침에는 온 식구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전후에 성묘를 가서 무덤보수와 벌초를 한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들은 햇곡으로 준비하여 조상님께 먼저 선보이며 1년 농사의 고마움을 전한다. 마을에서는 씨름, 줄다리기, 풍물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도 행해졌다. 필자도 10살 정도에 추석씨름판에 나간 적이 있는데, 한사람 이기고 다음 사람에게 지기는 했지만 기억이 새롭다. 처음은 어린이들로부터 시작하여 이기는 사람들을 이어가며 차차 어른들로 바꾸어 가서 최종적으로 가장 힘세고 기술 좋은 이가 우승하게 된다.

  추석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선보이는데, 햅쌀로 술을 빚고 송편을 만들며 시루떡과 인절미도 만들고 생선과 고기로 전도 부친다. 요즈음은 송편을 사다 먹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모두들 모여 송편을 만들었다. 남자들이 만든 것은 크고 넙죽하여 볼품이 없는데, 어머니가 만드는 것은 작고 모양이 예뻤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필자는 송편을 어머니 솜씨를 그대로 본따 만들고 있었다. 결혼 후 처가집식구들이 송편을 만드는데 내가 끼어드니 여자분들이 슬슬 도망을 갔을 정도였으니 자랑할만 했다.  

  시골집에 가장 많이 심는 것이 감나무이다. 우리 집에도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는데, 해를 거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감이 무더기로 열리는데, 홍시는 따서 저장해 두었다가 겨우내 어른들의 주전부리가 되었고, 떫고 단단한 감들은 곶감으로 말려서 제사상에 올리거나 어린이들 간식거리로 삼았다. 그리고 감나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감 몇 개는 까치나 다람쥐가 먹으라고 남겨 두었다. 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 세계적인 작가인 펄벅여사가 1960년에 한국을 방문하고 미국에 돌아갔을 때 한국민족이 미개함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인들이 \’감나무에 감 몇 개를 새가 먹으라고 남겨놓는 모습\’ 등을 언급하며 한국민족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설명했다고 하며, 이를 세상에서 본 광경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했단다. 잠시 한국을 다녀가면서도 작가의 눈에 이러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음이 경이롭기만 하다.  

  우리 시골 마을에는 대추나무도 널리 심었다. 대추는 과일로 먹을 수도 있고 약재로 쓸 수 있다. 대추는 늦봄에서 초가을에 걸치는 짧은 계절 사이에 풋풋한 초록 열매로 출발하여 빨갛게 익는다. 대추는 붉게 익으면 그냥 먹어도 당도가 높아 작지만 과일로서 인기가 높다. 더불어 병을 치료하는 약재로서 대추만큼 널리 쓰이는 것도 없다. 필자는 이렇게 익은 대추들을 직접 따먹기를 좋아했는데, 심은지 몇 년 않된 대추나무에도 꽤 많은 대추가 열리니 큰 나무들은 말할 것도 없다. 나무가 단단하여 자르기가 힘이 드는데, 어릴 때 장단지가 곪았는데 어머니가 동네 우물가에 있는 대추나무에서 가시 하나 떼어 오라고 하셔서 그것으로 고름구멍을 내고 짜내 주시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병원이나 약국가기가 어려울 때였으니까.

  큰집에는 밤나무 많았는데, 선친께서 젊은 시절 부모님댁 근처에 심어 놓은 것들이었다는데, 밤꽃이 피는 오월이면 그 해 모내기는 시작되고 밤꽃이 떨어지는 유월이면 모내기가 대충 끝이 났다고 한다. 밤이 탐스럽게 익을 무렵이면 모두들 밤알을 주우러 다녔다. 잘 익은 밤을 깎아서 제사상에 올렸는데 한 송이에 밤알이 세 개인 것을 상품으로 쳤다고 한다. 몇 년전 서울 근교 산등성이에서 밤나무 몇 그루를 발견하고 다들 주워간 틈에 어쩌다 제대로된 밤 한톨을 줍게 되었는데, 아흔 넘으신 어머님께 가져다 드리니 아주 좋아하시던 기억이 난다.

  추석은 한국에만 있는 명절이 아니라, 중국, 일본, 태국, 월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풍습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명절이다. 그러나 급격히 현대화 되어가는 도시사회에서 그 본래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고, 단지 몇 가지 풍습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투안위앤판(團圓飯-추석날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즐기는 식사)\’을 즐기며, \’위에빙(月餠-월병)\’을 나누어 먹고 \’둥근 달을 보며 서로의 소원을 빌어 주는 등의 풍습\’이 아직 남아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가장 보편적이며 세속적인 휴일이다. 출신 배경과 종교를 불문하고 미국인들 대부분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낸다. 추수감사절 행사는 1621년 식민지배를 받던 매사추세츠의 플리머스에서 있었던 만찬에서 비롯된 것이다. 식민지 개척자들과 왐파노그(Wampanoag) 인디언부족은 가을추수를 끝낸 후에 같이 모여서 만찬을 즐겼는데, 이것이 영국의 식민지 개척자와 미 대륙 토착 원주민 간의 우정과 협력의 상징이 된 추수감사절의 시작이다. 최초의 추수감사절 메뉴는 사슴 고기와 야생 닭고기 등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칠면조 고기, 으깬 감자 등이 대표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상업적으로 변모된 크리스마스와는 달리 추수감사절은 감사를 표시하는 마음과 의미가 여전히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본다.

대경일보 2020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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