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 페리개통과 소무역상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포항 영일만항에서 러시아로 운항할 1만2천톤급 페리가 한 해운회사에 의해 준비되었다. 그간 포항시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번 결과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배는 5~6만톤 하는 대형페리는 아니지만, 승객 400명, 컨테이너 100여개를 실을 수 있는 선박으로서, 생각보다는 큰 편이다. 이 배를 정기적으로 운항함으로서 영일만항이 국제항만으로서의 면모가 쇄신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데, 지속적인 물동량 확보가 문제라고 본다.
현재 포항에는 포항구항, 포항신항, 영일만항이 있는데, 포항구항은 전통 어항이며, 포항신항은 포스코항으로 불리며 포스코 및 철강공단의 원료 및 생산품이 선하적 되는 곳이고, 마지막으로 영일만항은 국제컨테이너항만이다. 이번 페리가 운항을 시작할 곳은 영일만항으로 이 항만은 포항만이 아니라 대구경북이 장차 발전시켜야할 지역의 관문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실적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이 지역의 물류조차도 부산항을 이용하는 실정이라서 이를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었다.
영일만항은 지금까지 자동차부품이 러시아로 선적되고 동남아노선이 열리기도 하였으나, 침체를 면치 못해서, 포항시로서는 환동해권 정기 페리를 운항시키고, 여객부두의 완성 및 크루즈 유치에 힘을 쏟고 있었다. 또한 강원도의 발 빠른 페리운항 및 크루즈유치, 그리고 그들의 물동량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 등을 익히 잘 알고 있기에, 이에 대한 아이디어 발굴, 문제점에 대한 대비 등에 고심하고 있었다. 이번 페리의 운항은 한 페리회사의 결단과 지역출신 관련 인사들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 졌다고 보는데, 이를 장기적으로 잘 운항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100여개에 이르는 컨테이너 물량 확보, 400명에 이르는 승객확보, 그리고 영일만항의 서비스체계구축이라고 생각된다.
컨테이너는 대구·구미지역의 물동량을 유치함이 중요하다고 보지만 포항자체의 물동량도 증가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인데, 지금까지 자동차 및 부품, 기계 및 제조업 생산품 등이 주종을 이루었으며 이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영일만항에 냉동·냉장창고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과메기용 냉동꽁치나 러시아 하산지역의 채소를 포함한 농산물의 직접 수입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언급한 러시아 킹크랩의 수입은 활어창고가 없기에 지금은 불가능하나, 민간투자를 활용하여 강원도 동해항 같은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의 시설을 설치하고 수입을 추진할 필요가 크다. 페리가 운항되므로 활어컨테이너를 통해 중소규모 업자들의 수입을 독려할 필요도 크다고 본다.
한국-블라디보스톡 항공편이 일주일에 10여 차례씩은 있어 왔는데, 20여 시간 걸리는 페리의 승객은 어떠한 사람들일까를 예측해 보아야 할 것이다. 400명의 승객이 타게 한다는 것, 쉽지 않은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보따리상이다. 서해안 항만에서는 중국과의 보따리상이 매우 규모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보따리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중일 대학 및 연구기관의 논문들도 많이 있다.
보따리상은 법이나 세금의 규제를 받지 않고 은밀히 이동하면서 소규모로 상품을 거래하는 상인을 말하는데, 1970년대부터 한일 보따리상이 일본 전자제품을 수입하기 시작한 것이 한일보따리상 중흥의 시작으로 추정된다. 이런 한일보따리상은 90년대 중후반 이후로 쇠퇴하기 시작하는데 우선 외환위기가 닥쳐 온데다가 일본대중문화개방이 시작되고 양국 간의 무역자유화가 큰 원인이다.
중국경제의 급성장 이후로 한중노선이 사실상 대다수다 보니 중국과 가까운 인천항, 평택·당진항, 그리고 군산항에 가보면 보따리상들이 매우 많다. 이들을 중국어로는 ‘대신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뜻인 따이공(代工) 이라고도 하며 최근에는 ‘소무역상’이라는 용어로써 순화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는, 보따리상이 한중 경제무역의 큰 요소로 자리를 잡은 측면도 있다. 이를 통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공산품의 양이 상당했기에 코로나19사태 등으로 보따리상이 크게 줄면서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적지 않다. 또한 한중을 왕래하는 여러 화객선사 측에도 보따리상이 이미 중요한 수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영일만항과 블라디보스톡의 페리개통을 계기로 우리 포항이 힘써야 할 것은 이를 통한 물류 확보, 숭객 유치 등이 중요한데, 이때 국가 양측 보따리상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개 보따리상들은 영세하고 장년층이나 노년층이 많은데, 대구경북과 러시아 연해주의 많은 이들이 큰 무역은 못하더라도 소무역상, 즉 보따리상으로 나서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이를 위해 일정한 선구자들의 개척과 안내가 중요하지만, 각자 화장품, 스타킹, 방한복 등 한국에서 수출입품목을 찾아내고 꿀, 잣, 블루베리, 녹용을 비롯한 약재, 모피 등 러시아에서 수출입품목을 찾아냄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이며 보따리상들의 활동이 시작되기 힘들겠지만 올해 말 정도부터라도 정상적인 성장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영남경제 2020년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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