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지 인근을 포함한 포항 발전방향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필자가 오래 몸담고 있는 대학은 경북 동해안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포항도심과 비교적 쉽게 연결되지만, 개교 초기인 25년전만해도 오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곳은 과거 영일군이었던 흥해읍 남송리인데 1995년 포항시로 통합되었고, 주변은 온통 소나무 우거진 높고 낮은 구릉과 논밭이었다. 세월이 가면서 논밭길이 넓혀지고, 외곽순환도로인 영일만대로가 생기고, 장량동이 개발되면서 캠퍼스가 비로소 포항시의 일원이 된 것 같았다.
주변이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곳이라서 그 당시에는 좀 떨어진 칠포해변방문 이외에는 캠퍼스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는데, 어느 날 주변을 탐색하다가 산속에 위치한 푸른 물 담긴 커다란 호수를 발견하고 감격해 마지않던 기억이 있다. 그것은 ‘천마지’였고 주변의 봉우리는 ‘천마산’이었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 푸른 물 가득한 호수라니. 필자는 이를 혼자서 ‘포항의 바이칼’이라고 불렀다. 그후 필자의 전공상 다른 대학의 교수 및 전문가들과 6.25전쟁 기념사업 기획 관련 용역에 참여하게 되어 과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들을 방문했는데, 이 천마산도 그중 하나였다. 대구 인근 다부동에 전선이 고착됨으로 북한군들이 출로로 택한 곳이 포항 쪽이었고, 이 천마산에서 전투가 지속적으로 벌어져 12번이나 뺏고 빼앗기며 주인이 바뀌었다고 한다. 바다와 가까워 유엔군의 함포사격도 치열해서 산 높이도 5미터 정도 낮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이 전쟁기념공원 후보지로 추천되기도 했었다.
천마지는 곡강들의 농업용수공급을 위해 건설된 저수지이지만 골짜기 돌아가며 물이 차 있어서 천연호수 같은 느낌을 주는 경치 좋은 곳이다. 그 옆 에 자리 잡은 한동대 캠퍼스는 일제강점기부터 대단위 포도밭이었다. 지금은 포항에 포도밭이 별로 없지만 그 당시는 포도농사 수지가 맞았던 모양이다. 이 대학이 세워진지 25년이니 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다른 대학들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이고 학생 수도 크지 않은 학부 중심의 대학이다. 요즈음은 국제법률대학원, 국제개발대학원 등 전문대학원들이 잘 운영되고 있고, 일반대학원도 석박사과정을 개설·운영하고 있지만, 원래 이 대학은 미국의 ‘리버럴아츠칼리지’와 같이 작지만 강한 학부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었다.
이 학교는 요즈음 건물도 많아지고 학생 수도 많아져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어 있는데, 주변은 아직 정리되지 못한 모습이 많다. 여기서 1~3km 거리에 영일만항과 배후산업단지가 있는데 아직 일부만 개발되었고 개설중인 도로들도 있다. 이들 산업단지와 대학캠퍼스는 너비 1km 정도의 완충지 역할을 할 이격거리를 두고 있다. 이 완충지는 자연녹지이고 민간소유지가 많지만 민간 내지 민관합동사업 등으로 생태공원 조성 및 R&D지구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아진다. 다시 말해서 이 천마지·천마산지역은 전쟁기념관과 자연공원으로 개발되면 좋을 것 같고, 그 서남측산야는 대학과 연계 하에 IT, Bio 등에 걸친 R&D 관련지구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이다. 이 대학이 지금까지는 학부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대학원교육과 R&D에도 힘을 쏟는 대학이 되었으므로, 지진복구의 일환인 도시부흥을 위해서도 흥해 및 장량지역과의 네트워크하에 R&D 및 벤처단지가 조성되면 좋을 것 같다.
지난번 한 심포지엄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포항의 도심과 부도심, 그리고 KTX역세권의 관계 정립도 필요하다고 본다. 도심은 그 도시의 역사성을 간직한 장소이고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그 기능이 향상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도심인 이동과 장량동의 중심기능도 중요한데 이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부도심에서는 어디가 중심인지, 중심시설 및 광장도 없고 중심가로도 명확하지 않다. 또한 KTX역세권은 오랫동안 빈 공간인데, 더 이상 방치해 둘 수는 없다고 본다. 좀 더 큰 규모로 중장기개발전략을 세우되 1차, 2차, 3차 등 개발범위·시기별 개발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중심부는 상업 및 서비스기능이겠지만 2~3차 개발지역은 포항의 철강산업과 영일만항과 연계된 제조업 및 물류·유통산업이 자리 잡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영일만항이 활성화되고 동해선이 개통되면 포항KTX역의 기능이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므로 체계적인 역세권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해안고속도로가 영일만대교를 거쳐 연결되기를 시민 누구나 바라고 있지만, 언제 실행될지 기약이 없으므로, 대체이용하기로 한 ‘영일만대로’의 큰 혼잡이 예상되므로 확장공사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 포항은 새로운 발전에 대한, 그리고 실천 가능한 구체적 전략수립에 대한 요구가 매우 크다. 이는 우리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행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지진복구 및 뉴딜전략차원의 사업들과 잘 결합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주민동의가 필요하며 정부의 설득과 재원확보가 필요한데,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친화개발 수행 및 목표인구설정에 관한 것이다. 환경친화개발은 원칙의 실천보다도 주민들의 의견통합이 쉽지 않은 만큼 그 해결을 위한 사회적 담론도 필요하고 정치적인 리더쉽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진을 겪었고 코로나사태를 겪고 있는 포항으로서는 어려움이 엎치고 덮친 격이 되어 인구설정에 관한 설득이 쉽지 않다. 지진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인구증가율도 우리의 노력에 따라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설득을 바탕으로 참신한 사업의 수립·실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경일보 2020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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