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뭐 그리 바쁜지 단풍이며 낙엽도 운전시 차창 밖으로 잠시 잠시 느껴볼 뿐. 예전엔 가을이면 교정을 산책하며 한 움큼씩 줍곤 했던 상수리, 도토리들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 하지만 아직은 초가을. 들녁엔 아직 거두지 않은 벼들도 남아있으니… 언젠가 서울, 그게 예술의 전당이었던가? 운치있게 늘어선 감나무들과 노랗게 익어가던 감, 그 옆쪽으로 무수한 붉은 열매의 미니사과나무들을 바라보며 정취에 빠진 적이 있었다. 자연이란 건 서울에서든 시골에서든 계절의 풍취를 갖추어 주며 사람들의 낭만과 향수를 자극해 주는 것이로구나…
오랫만에 찾아온 친지들을 배웅해주다 항상 그대로 지나치던 교정 한 모퉁이에 누군가가 심심풀이로 심어놓은 고추며 무우에 눈이 갔다. 고추는 일반고추가 아닌 어릴 적엔 검은색이다가 나중에 붉게 물드는 것들인데, 특이한 것은 열매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 그 옆에 연이어 심어놓은 무우들은 아무도 거름주며 보살핀 적 없지만 꽤 크게 자라나 있었다. 하나를 뽑아보니 뿌리가 당근보다 훨씬 큰게 꽤 실해 보인다. 어릴 적 생각을 하며 흙을 떨고 손톱으로 껍질을 벗겨내고 한입 깨물어본다. 아~ 달콤한 무우즙이 입안에 가득.
오늘 아침은 다이어트를 핑계로 노란 단감 하나에 작은 생고구마 한 개로. 점심은 햇상추와 깻잎의 야채비빔밥. 오후 간식은 직접 캔 꽤 큰 무우 하나로… 아무리 바쁜척 해 보아도 계절은 생활속에 구구절절 배어오는 것.
우린 봄여름가을이 뚜렷하여 모든 식물들이 일년생, 다년생 구분이 되지만, 사시사철 온난한 캘리포니아에선 좀 혼동이 오게 마련. 몇 년전 대학동창집에 놀러갔는데, 이 친구, 뒷뜰에서 고추 좀 따 가란다. 난, 고추를 얼마나 심어서 그러는가 궁금했는데, 막상은 세 그루뿐. 그러나 심은지 몇년이나 된, 말 그대로 고목이 된 고추나무였다. 몇 년을 자란건지 밑둥이 내 엄지 보다 굵었고 키도 1미터는 됨 즉한데 아주 많은 열매를 달고 있었다. 어느 집에서는 토마토나무를 심었는데 한 그루에서 매년 수십파운드씩을 수확한다는 소문도 들었다. 물론 종자를 좀 개량한 정말 나무화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도 한동안은 뒷뜰을 토마토나무로 장식을 하고 사시사철 수확을 꿈꾸고 있었다.
오늘 저녁식사는 토마토 종류로 꾸며 볼까나? 찐 토마토 듬뿍 섞인 해물스파게티? 토마토와 같이 삶은 시금치요리? 물론 먼저 직접 간 토마토쥬스 한잔 마시고… 토마토는 맛도 있지만 몸을 젊게 하는 장수식품이래잖아?? 붉은 고추는 어차피 토마토요리의 엑센트로 자리잡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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