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서 친구가 찾아와서 오랫만에 죽도시장에 들렀다. 이 친구, 호기심도 많고 먹성도 좋은 터라 어시장을 구경시키고 저녁도 푸짐하게 대접하려고 죽도어시장에 들른 것이다. 어시장은 저녁에 가까운 시간인데도 상인과 고객들로 분주했고 바로 앞은 동빈내항이라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정박해있고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비릿한 바닷냄새도 진하게 풍겨왔다. 그러나 동빈내항의 물은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았고 물가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건물들은 낡았고 곳곳에 생선박스들이 쌓여있었다. 이곳이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혹은 고오베의 해변처럼 아름답게 개발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하며 어시장 골목으로 발을 옮겼다.
어시장은 이미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는데, 백 개도 넘을 것 같은 수 많은 횟집들이 커다란 수조들을 갖추고 지붕을 유리로 씌운 아케이드 아래에 잇달아 늘어서 있었다. 수조에는 살아서 펄펄뛰는 물고기들, 광어, 우럭, 가재미, 오징어, 문어, 또한 멍게, 해삼, 긴 다리의 대게들이 있었다. 물론 이 어시장엔 고래고깃집도 있고, 청어나 꽁치로 만든 과메기 전문점도 있고, 오징어를 비롯한 갖가지 마른 생선을 파는 곳도 있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러나 고래같이 커다란 몸 덩어리를 잘라 파는 가게도 있었다.
허긴 이곳이 한국에서 가장 큰 어시장중 하나라니까. 나나 내 친구나 어시장의 분위기에 취해 한참을 돌아보다가 물가 한 횟집에 자리를 잡았다. 외지사람이라고 친절히 맞이하는 주인부부의 환대를 받으며 싱싱한 회 한사라에, 덤으로 상큼하게 배와 오이채를 곁들인 물회 한 그릇에. 큼직한 러시아산 대게 두 마리에, 술 몇잔 곁들이며 정말 마음껏 먹어 보았다.
내 자신도 전통적인 수산국이며 생선회로 유명한 일본에 꽤 오래 머무를 때도 살아있는 생선회는 너무 비싸서 제대로 사먹은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시장에서 도시락박스에 포장된 것 하나 둘씩 사먹어 보았을 뿐인데, 이곳에서는 아주 저렴하게 온갖 산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니… 포항-대구고속도로가 개통이 되고, 동해중부선이 활성화되면 대구권에서도 저 멀리 일본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죽도시장을 찾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
횟집주인부부의 말에 의하면, 상인들도 연합회를 조직하여 이 죽도어시장을 좀더 쾌적하게 정비하고, 수조의 물도 먼 바다의 오염되지 않은 심층수를 단체로 구매해오고, ‘회페스티발’을 개최하는 등 홍보에 애를 쓴다고 하였다. 하지만 주차장도 부족하고, 연계시설도 부족하고, 더구나 요즈음은 IMF때보다도 더 불황이라서 애로가 많다고 하였다. 또한 인접한 동빈내항이 몇 년전 침전물들을 준설하여서 지금은 그래도 괜찮지만 몇 년이 지나면 예전과 같이 썩은 시궁창냄새가 풍길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나 자신도 이곳에 8-9년째 거주하면서 사방이 거의 가로막힌 동빈내항과 이곳으로 흘러드는 칠성천과 양학천의 문제점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상인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니 그 문제점들이 더욱 생생히 느껴졌다. 예전에는 형산강과 동빈내항이 지하수로로 연결되어 형산강물이 동빈내항으로 흘러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어떠한 연유에서인지 그 수로가 막히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 정도의 규모와 유속으로 동빈내항의 오염이 완화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썩어가는 어항의 구실도 못하는 동빈내항을 아예 매립해 버리면 속이나 편해질까? 하지만 이곳은 포항의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곳이고, 소상인들의 삶의 터전이며, 워터후란트(Waterfront)로서의 독특한 개발이 가능한 곳인데 함부로 매립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썩게 방치해 놓을 수만은 없는 것이니, 연구를 거듭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동빈내항의 물을 정화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칠성천과 양학천의 수질을 대폭 개선하고 유량을 늘려서 유입시키던가, 형산강의 물을 좀더 대규모로 다시 끌어들이던가, 송도해변과의 사이에 운하를 건설하거나, 아니라면 무언가 획기적인 오염정화시설을 고안해 내거나… 그리하여 이곳 죽도시장 워터후란트를 포항도심의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그 아름다운 도심항구를 거닐어도 보고, 그 옆의 죽도어시장에서 갖가지 생선들을 맛보고 구경하고, 동빈내항에서 떠나는 유람선에 올라 포항시의 전경을 한눈에 안으며 영일만을 돌아 호미곶까지 다녀올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유람선만이 아니라 고래를 구경하고 바다낚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이곳에 만들면 좋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동빈내항을 건너 지척인 송림이 우거진 송도해변으로도 발길을 옮기고, 어떤 이들은 현대적인 시설의 카페, 레스토랑, 호텔이 있는 북부해수욕장으로도 발길을 옮길 것이다.
결론적으로, 동빈내항을 정화시키고 죽도시장을 특색있게 정비하는 것은 포항의 도심이미지를 가꾸기 위해서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서부터 송도와 북부해변으로, 영일만으로 호미곶으로, 더 나아가 울릉도로 독도로 연계관광이 이루어진다면, 포항의 문화관광육성의 목표가 좀더 확실히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끝)
2004. 6. 13 (매일신문, 2004.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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