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이야기 (Tales on Ginkgo Tree)

   은행하면 조그맣고 각진 딴딴한 껍질의 열매가 생각나지?  껍질을 까서 구우면 금새 크리스탈 초록으로 익혀지는 이 열매가 입맛을 돋구잖아.  한방에서는 이 열매가 기관지, 천식에 좋다고 하루 한웅큼씩 구어 먹으라하고, 투다리 등 꼬치구이집에서는 5개씩 대침에 끼워 구워 술안주로 내 오지.  이 열매는 두꺼운 섬유질로 덮여있고 익으면 야릇한 냄새를 풍기며 노랗게 변하는데, 옻이 오르기에 그냥 만질 수 없어, 보통은 열매를 모아 땅에 묻어두었다가 껍질이 좀 삭으면 파내어 물로 씻어 내잖아.  이때 아이들이 섣불리 은행열매를 만지다가 손이며 얼굴에 옻이 올라 고생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었지.  어른들은 은행열매 씻을때 절대로 오줌누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이르곤 했었잖아?

   은행나무하면 곧은 등치에 오랜 나이가 연상이 되지.  1,500년전 최치원선생이 심어 아직도 살아있는 아람드리도 은행나무이고, 고생대, 중생대부터 존재해온 살아있는 나무화석도 은행나무라잖아.  은행나무는 그 강한 냄새가 벌레를 막아내기에 예로부터 젯상이며 제기의 재료로 인기가 높았지.  또한 은행나무는 공해에 강해서 현재 도심의 가로수로 많이들 쓰이고 있지.  어떤 학자들은 말하잖아.  지구오염이 더욱 심해져서 식량원이 되는 다른 식물과 나무들은 다 말라 죽어도 은행나무는 살아남아서, 우리 인간들은 은행나무 열매를 먹으며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이 은행나무를 부지런히 개량하다보면 좀더 맛있고 큰 열매를 생산해 낼 수도 있겠지.

   무엇보다, 은행나무 하면 생각나는 것은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지.  생각해봐, 가을에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을, 그 황금빛 가로수들을… 그 은행잎은 책갈피에 끼워지기도 하지만 센티멘탈한 분위기와 함께 시와 수필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게 되잖아.  나도 올 가을엔 황금빛 가로수를 디지털로 찍어 볼 거야.  그 노란 은행잎들을 여러 개 책갈피에 끼워 놓고 친구들에게도 보내줄 거야…

   며칠전 시간이 몇 십분 남아 서울의 조용한 밤거리를 서성인 적이 있었어.  늘어선 가로수들은 모두가 2-30년생 은행나무들이었는데, 한 나무에 새알같은, 조그만 연두색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게 아니겠어.  너무 예쁘고 신기하여 한참을 쳐다보다가 주변의 은행나무들을 모두 둘러보았지.  열 그루 중 두 그루만이 열매를 맺고 있더군.  두 그루만 암나무이고 나머진 숫나무인가?  아님, 암수 반반임에도 유독 두 그루만이 열매를 맺은걸까?  난 알 수 없었지만 그 공해의 서울거리에서 차에, 사람발에 채여 껍질 벗겨진 상처가 여기저기 크게 남아 있는데도, 이 은행나무들 5미터도 넘게 자랐고, 풍성한 가지를 키워내었고, 그 예쁜 열매를 키워내다니 너무나 기특하고 감격스러웠던거야.

   우리 주위엔 꽃이 아름다운 벚나무도 있고, 죽죽 뻗은 상쾌함의 전나무도 있고, 사과, 감, 오렌지 등 맛있는 열매를 제공하는 유실수도 있고, 한약재로 쓰이는 나무, 수액을 제공하는 나무, 그네틀이 되어주는 나무, 땔감이 되어주는 나무들도 많지만, 이 은행나무와 같이 유용하고 멋진 나무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먹거리, 약재, 목재로서만이 아닌, 황금빛 가로수로서만이 아닌, 이 은행나무가 그 연둣빛 열매와 함께 그 밤거리의 무드속에서 1,000만년의 역사와 함께 나에게 커다란 영감(Inspiration)으로 다가오는 것이었어.

200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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