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고구마

  Potatoes and Sweet Potatoes

  난 감자를 좋아한다. 찐감자, 구운감자, 후렌치후라이스, 매쉬포테토, 포테토샐러드, 포테토칩, 감자뎀뿌라, 감자수제비, 감자국, 감자된장찌게 등등 한없이 나올 것 같다. 이 감자는 나만이 아니라 세계각국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아는데, 봄에 씨감자, 정확히는 감자를 눈이 있는 부분이 포함되게 여러 도막으로 잘라서 재를 묻혀서 땅에 심으면 5-6월 흰색, 자주색 감자꽃이 피고 7월이면 거두게 된다. 이 감자는 우리나라 토종이 아니고 이조시대에 들여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친 산비탈이나 자갈땅에서도 잘 자라고 가믐에도 잘 견디어 근세에는 구황작물로서 가치가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땅이 거친 강원도에서 특히 많이 재배되어, 한동안은 강원도 사람들을 감자바위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나도 어릴때는 간식으로 찐감자를 많이 먹었고, 특히 좋아하던 것은 감자된장찌게였다. 커다란 둥근상에 아홉이나 되는 온 식구가 둘러 않으면 특대형 투가리의 감자된장찌게는 항상 한가운데 자리하기 마련이고, 5-6세였던 나는 누구에게 뒤질세라 밥그릇 한쪽에 미리 감자들을 수북히 퍼담아 놓고는 했었다. 키가 작으니 아예 반쯤서서 경쟁적으로…
  미국에 살때는 이 감자가 어찌나 싼지, 일주일에 5킬로그램짜리 한 푸대씩은 사서 쪄도 먹고 구워도 먹었다. 특히 바비큐후 남은 숯불에 큼직한 감자를 호일에 싸 올려놓으면 아주 맛있게 구워졌는데, 그대로 먹어도 좋고 버터를 발라먹어도 좋았다. 한국에 온 후에는 감자가 꽤나 비싸서 가끔이나 사먹는 편이지만, 아직도 감자 사랑은 변함이 없다.
  내 직장인 학교 캠퍼스내에도 산비탈 유휴지에 넓은 감자밭이 있어 학생과 직원들이 근로시간을 지정하여 가꾸고 수확하는데, 워낙 많이 수확되어, 작년에도 그 판매 수입금을 2,000만원이나 북한돕기성금으로 보내었었다. 또 남은 것들을 교직원들에게 팔기도 하는데 워낙 싸게 파니 인기가 좋아서, 반나절만에 다 팔려 버렸단다. 나도 몇 푸대 사놓을 작정이었는데…
  내 어릴 때 내 고향에서, 감자는 고구마를 지칭하는 것이었고, 감자는 하지감자라고 불렀었다. 비교적 표준말을 사용하던 나로서는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감자와 고구마가 항상 뒤엉키기 마련이었는데, 난 물론 이 고구마도 좋아한다. 지금도 마켓에 가면 고구마를 겉이 붉은 것으로 찌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크기의 것으로 골라 몇 개씩 사오곤 한다. 지금은 미국에서도 특히 대도시에 한국인이 많아져서 한국고구마(Sweet Potatoes)가 많이 팔리고 있지만 15-20년전에는 그렇지 못하여, 누군가가 한국고구마를 몇 개 쪄서 떡 썰듯이 썰어 온 것을 많은 사람들이 한 두점씩 먹으며 감격했던 적이 있었다. 미국마켓에서도 비슷한 모양의 얨(Yam)을 파는데, 속이 붉고 쪄보아도 구어 보아도 그 알배긴 그 달콤한 한국고구마의 맛과는 거리가 멀다.    
  한번은 조그만 고구마 하나를 조그만 둥근 플라스틱바가지에 물과 함께 담아 내 사무실 창가에 놓아 본적이 있는데, 며칠 후 싹이 터서 몇 주후에는 그 자주 빛 띈 푸른 줄기와 잎이 내방을 아름답게 장식한 적이 있었다. 오는 사람들마다 감탄을 하고… 그 줄기들을 일부 잘라서 학생들에게 주었더니, 그걸 화단 한구석에 심어 놓은 모양이다. 그때가 봄이었는데, 두어달이 지난 어는 여름날, 한 학생이 바구니 하나 가득 아주 잔 고구마를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그 때 심었던 그 감자줄기의 수확이란다. 고구마는 생명력이 강해서 줄기를 대충 땅에 꽂아 놓아도 잘 자란다. 그리고 그 모래질 땅에서 저렇게 뿌리열매를 키워내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물론 시골이기도 하였지만, 학교교정에 고구마를 키우는 가마니가 몇 개씩 늘어서 있었다. 가마니에 흙을 가득 담아 세워놓은 다음, 가마니 군데군데를 헤치고 고구마 줄기를 심어놓고 가끔 물을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몇 달후 가마니를 풀어헤치면 주먹 몇배씩 되는 고구마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흙 반 고구마 반으로…    
  물론 이 고구마도 우리나라 토종이 아니고 이조시대쯤 수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감자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식생활에 아주 깊이 침투해있다. 쓰임새가 감자만큼 다양하지는 못해도 쪄서먹고 구워먹던, 특히 한겨울 뜨끈뜨끈한 군고구마의 추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한 한겨울에 깍아먹던 생고구마의 아삭아삭 단맛도 누구든 잊지 못할 것이다.

2002년 8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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