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으며, 항동 부모님댁에서…

  남부지방은 추석전날인 어제도 비가 내렸었기에, 비행기가 뜰까 염려도 했었는데, 다행히 별 탈없이 서울에 도착했다. 항동의 부모님댁은 예나제나 변함이 없고, 추석이라고는 하지만 집주위는 아직 녹음에 싸여있다. 감나무엔 겨우 노란빛을 띄기 시작하는 열매들이 사오십개는 열려있다. 앞집 마당에 심어진 꽤 커다란 석류나무에도 붉은 석류가 열 댓개는 달려있다.

   항동저수지에는 얼마전 폭우탓인지 물이 꽤 불어있고 수초와 갈대 또한 무성하다. 꽤 많은 낚시꾼들이 모여 있다. 햇빛이 꽤 따갑기에 모두들 커다란 양산을 펼치고 한두대씩 낚시대를 물에 담그고 있다. 주변 논에는 누렇게 곡식이 익어가지만, 폭우에 휩쓸린 곳이 많아서 수확에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콩잎이 무성한 논길을 따라 걷다가, 예의 항동철길을 만났다. 요즈음은 이용하지 않는 철길이라서 침목도 고정쇠도 좀 구식같아 보인다. 이곳에 \’항동수목원\’이 들어서게 되면 철길은 헐리고 산책로가 조성 되겠지… 부천 어느 대학앞에 찻집을 낸 항동의 아름다움을 \’항동철길\’이라는 시집으로 엮어낸 여류시인이 있다는데…  

  이젠 산길로 접어 들었다. 길옆 텃밭에는 연잎 만큼이나 커다란 이파리의 토란들이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강남콩이 덩쿨을 이루며 분홍색꽃을 피워 내고 있다. 윙윙 거리는 것은 벌떼들이다. 겨울이 오기전에 꿀을 모으러 분주한 것이리라. 갑자기 십년전 벌떼에 쏘였던 기억이 난다. 20여명 학생들 앞에서 괭이질 시범을 보인다는게, 풀슢의 벌집을 건드려 수십마리의 공격 받고 겨우겨우 도망갔지만 10여방을 쏘인 기억이. 그날 병원에도 갔었지만 난 무사했었다.  

  약수터를 지나 좀 더 언덕을 올라가자니 밤나무 몇그루가 수림에 섞여 있다. 이미 열매는 땅에 다 떨어져 등산객들의 손에 발라졌는데, 어 이것은 알밤이 아니야? 툭 튀어서 풀숲에 떨어진 밤알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얼른 집어들었다. 어릴땐 산에 가면 밤나무가 많았고 잠시동안에도 한두되는 족히 모으던 생각이 난다. 이제 산길이 아니라 험한 등산로로 접어 든 것 같다. 주위에는 소나무, 참나무, 아카시아나무 등이 십여미터씩 길게 뻩쳐있고 칡넝쿨이 온 산을 덮고 있다. 간헐적으로 맴맴 매미소리도 들린다. 여름이면 온 산을 떠나가게 울어대더니 이제 가을이라 몇 개 허약한 것들만 남아 있는지…  

   우리집은 차례를 지내진 않지만 오후에는 시집장가간 온 식구들이 모인다. 부엌에서는 음식준비에 분주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추석이며 설날에는 꼭 부모님을 찾아뵙는다. 그리고 식구들도 만난다. 미국에 14년을 살다가 귀국한후 이번이 13번째 맞는 추석이다. 주변의 모두들도 \’즐거운 추석\’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내일이면 나는 다시 포항으로 내려가고 모레부터는 바쁜 일상으로 되돌아 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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