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동안 현관앞 무성한 나뭇가지위에 집을 짓고 알을 품던 산비둘기들이 올 여름에는 보이지 않는다. 뒷뜰을 누비고 다니던 황갈색 다람쥐들도 눈에 띄이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일까? 예나제나 커다란 단풍나무가 그늘을 지우고 레몬나무가 노란 열매들을 매달고 있을 뿐이다.
얼마전 낮기온이 화씨 110도를 넘나드는 사막기후인 \’팜데일\’에 다녀왔지만,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내 사는 동네인 \’글렌데일\’이 푸르름을 유지하며 85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은 이 거대한 엘에이메트로폴리탄의 도시들이 물쓰듯 써대는 많은 양의 용수 탓일 것이다. 이 물들은 록키산맥을 넘어 저 멀리 콜로라도강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가져오는 것이다.
몇달전 북아프리카의 \’튜니지아\’에서 그곳의 몇명 교수와 그곳에서 활동하는 NGO대표들이 포항을 방문했었다. 이들은 사막화현상으로 사라지는 마을들을 보전하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로서, 영상을 통하여 그곳 튜니지아의 메마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학생들의 동참을 호소했었다. 이곳에 깊은 샘을 파고 관개시설을 설치해야 할 것이고, 마을들을 보전하기 위해서 방풍림을 심고 건물을 리디자인해야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가믐에 견디는 작물을 소개하고 토속 특산품 개발을 돕는 등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과 겹쳐서 요즈음 사막화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아프리카, 중동만이 아니라 북부 중국도 그러하고 몽골도 그러하다. 그 나라들도 국제기구들도 힘을 합쳐 나무를 심고 우물을 파는 등 꾸준히 노력하지만, 별 효과는 없는 듯하다. 이제 한국도 물부족이 남의 일이 아닌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푸르른 산과 강을 보면서 이러한 사막화 현상이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한국에 물부족현상이 생겨나는 주된 이유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기후의 변화, 산업화의 진행, 국민들의 물 소비습관 등을 들고 있다. 게릴라성 폭우가 더욱 한계절에 몰리고 있고, 공업용수의 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고, 많은 인구가 세탁, 샤워, 세차 등을 통해서 물을 더욱 소모하고 있으므로 댐과 지하수가 고갈되기 마련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도 미국도 아직은 물걱정만은 크게 않하고 살아가고 있으니, 참 축복 받은 나라들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인들과 같은 정도의 삶을 위해서 우리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 베트남, 몽골 등 많은 나라들이 그 긴세웛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엄숙함이라고 보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이번 세기 누구에게나 이루어 질 수 있음을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자원은 제한되고, 환경은 파괴되고, 나라간의 분쟁도 끊임이 없고…
요즈음 Ecology, 혹은 Environmentally Friendly Development라는 용어들을 많이 쓰는데, 이는 우리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초원의 누우떼들과 그 주위를 서성이며 호시탐탐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사자떼들과 같은 관계가 아니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좀 더 자연에 순응하여, 주위의 식생들에 대한 애착이 담긴 삶, 좀 더 자원절약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동해안의 중소 도시에 살면서, 아침 출근때마다 차에서 내려 걷는 2-3분의 시간은 나에게 큰 기쁨을 준다. 아침의 상큼한 대기에, 잘 가꾸어진 정원과 푸르른 숲. 바람에 산들거리는 백합, 나리꽃, 금강초롱, 그리고 흰색, 자주색 도라지꽃들… 저 갈대숲, 소나무 숲. 식구들과 방학을 보내는 이곳 캘리포니아도 강수량은 적어도 사시사철 푸르름에 오렌지 향 날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러한 곳에서의 삶이 자연과의 공생인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의 반은 \’예쓰\’일 수 있지만, 나머지 반은 \’노우\’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로맨틱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자원의 소모가 필요한 것이다. 지구의 한켠에는 사막화에 시달리는 많은 나라들이 있고, 헐벗고 굶주린 많은 국민들이 있고, 고갈되는 열대우림과 화석연료들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구적인 어려움을 이론상으로 잘 이해하고 있는 나로서도, 풍요속의 상큼한 삶에 깊숙히 빠져있는 것이다. 이러한 삶이 누구나 원하는, 그러나 누구나 이룰 수는 없는 Middle and Upper Income Life임을 몸으로는 깨닫지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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