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로스앤젤리스 북쪽에 위치한 팜데일과 랭캐스터를 다녀왔다. 이곳은 로스앤젤리스 북쪽의 앤젤리노마운틴을 넘어선 아주 넓은 앤트롭밸리에 자리잡고 있다. 안면이 있는 부동산전문가의 초대로 로스앤젤리스에서 1시간여 드라이브 거리인 이곳에 다녀 온 것이다. 후리웨이 210번을 타다가 14번으로 바꾸어 타고 사막의 열기가 그득한 험한 협곡이 자리잡은 돌산지대를 30여분 드라이브 해가면 끝없이 넓어 보이는 들판이 나타난다. 이곳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팜데일시가 있어 넓직넓직하게 낮게 지어진 관공서, 상가, 집들이 나타난다.
오늘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Sun Ridge라는 개발회사의 단독주택 모델하우스이다. 대지는 대개 6-7,000 Square ft 이고, 건물은 1,800 – 3,000 Square ft 인데, 가격은 35 – 45만불 정도로서 영화에서 보듯이 아주 호화롭게 꾸며져 있다. 로스앤젤리스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기에 운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살기가 힘들 것이나, 다운타운의 비싸고 좁은 주택에 살기보다는 이곳을 택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다시 북쪽으로 20여분 드라이브하여 랭캐스터에 도착하였다. 점심때를 지나고 있어서 그곳에 있는 한 한국음식점, Kimchi House에 들렀다. 로스앤젤리스에서는 보기 드믄 넓은 음식점인데, 주인남자는 한국인이고 부인은 인도인이며 종업원들도 미국인들인데, 갈비BBQ와 물냉면은 아주 맛이 있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살지만 땅이 너무 넓다보니, 그리고 여기저기 개발이 계속되다보니 거리의 모습은 아기자기함없이 황량해만 보이며, 문밖을 나서면 사막의 열기가 확 온몸에 끼쳐져 온다. 하지만 습기가 없어 그늘에 들어오면 견딜만하고, 밤이되면 아주 시원해진다고 한다.
이곳 앤트롭밸리에는 대규모의 공군기지와 전자조립공장들이 여럿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다고 보아진다. 로스앤젤리스의 인구가 더 늘어나면 개발될 곳은 이곳뿐이라고 이야기들을 하며, 로스앤젤리스시에서도 장차 LA공항을 이곳으로 옮기려 땅을 이미 확보해놓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곳은 사막이라서 사람들은 에어컨을 종일 가동시키며 살아야 하고, 잔디며 나무들도 스프링클러 없이는 살아날 수 없다. 로스앤젤리스와 사이에 가로막힌 높은 앤젤리노마운틴에 터널을 뚫어 직선으로 길을 내면 연결시간이 30분은 절약되고 교통체증도 가실 것이나, 그 산의 토양이 푸석푸석하여 터널을 뚫기가 매우 곤란한 모양이다.
이곳 랭캐스터에서도 몇 개 모델하우스들을 구경하였다. 집의 형태는 팜데일 것들과 대동소이하나 집값은 30만 – 40만불로 좀 싼편이다. 좀 더 멀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 동네의 질이 좀 더 좋다고 한다. 그곳이 불루칼라워커들의 동네라면 이곳은 좀 더 와이트칼라들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곳에 공군기지와 전자회사들이 있어 그 직원들이 몰려 살기 때문일 것으로도 보인다. 이곳에는 의외로 대학교, 칼리지, 두 개의 공립고교, 여러 개의 사립중고교들이 있었다. 또한 로스앤젤리스 다운타운까지 연결되는 메트로링크(경전철) 정거장도 있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요즈음 주택경기가 주춤하고 있지만, 업자들은 계속 집을 짓고 있고 분양을 끝내기 위해서 가격을 10-20%씩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집값은 10여년전에 비하여 2-3배로 오른 곳도 있을 만큼 너무나 많이 올랐다. 미국에서도 주택중간가격이 10만불도 않되는 시골마을들도 있지만, 로스앤젤리스카운티의 경우 중간가격이 45만불에 이른다. 내가 사는 글렌데일은 70만불이 중간가격이고 그 옆동네인 라카냐다는 120-130만불에 이른다. 물론 한국의 경우에도 서울에서는 10억짜리 집값을 자랑하는 동네들이 많이 있고, 지방도시에는 1-2억짜리 집들도 많다. 하지만 문제점은 집값은 비슷해도 국민 평균소득수준은 한국이 미국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주택문제의 공통점은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문제이다. 미국에도 가난한 계층이 크게 존재하고 주거문제 또한 크다. 정부에서는 이들을 위하여 다달이 집세를 지원해주거나 공공주택을 지어 무료로 입주를 시킨다. 또한 젊은 계층이나 중간소득계층들이 집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주택융자제도를 잘 갖추어 놓았다. 고소득 및 중소득 계층을 위한 주택시장은 시장경제에 맡겨두면서도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제도들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 한국에는 정부가 직접 투자하여 가난한 계층들의 주거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주고 있는 것일까가? 고소득과 중간소득계층의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위하여 어떠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의 태도 내지 정책의 방향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아직 우리 한국이 가난해서일까?
미국에서는 집들도 넓고 거리도 넓다. 우리 한국의 집들은 비싸기만 할뿐 크기도 작고 시설도 그만 못할뿐더러 거리는 좁고 혼잡하다. 하지만 오늘 앤트롭밸리를 구경하면서 그 멋진 집들을 구경하면서도, 나는 내가 살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있다. 이제 나이도 들 텐데, 그 먼거리를 어찌 드라이브 할 것인지. 매일매일 마주치고 만나야할 사람들을 외떨어진 이곳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이며, 도심의 다양한 문화시설들은 어찌 이용할 것인가? 도시의 확산으로 인한 국가 및 지방정부 재정의 과다한 지출 또한 큰 문제이며, 환경친화적인 관점에서도 도시의 확산을 크게 경계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물론 10-20년이 지나면 이곳도 커뮤니티를 이루어 자급자족적인 살만한 동네가 될 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넓고 다양하고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미국땅에서는 이러한 확산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삶의 선택을 부여한다는 면에서 비난받을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는 생각도 든다. 1시간 정도이기는 하지만 꽤 먼 무더운 사막의 산길 후리웨이를 드라이브해 되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아 이제는 210번 후리웨이, 언덕을 넘어서니 숲이 우거진 동네가 나오고 우리 집으로 가는 펜실베니아 스트리트… 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동네 어귀로 들어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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