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조포

  과묵하기로 알려진 그. 정감어린 말투의 그. 아직도 대학시절 미스터ㅅ대의 모습을 조금은 간직한 그. 하지만 그는 주당이었어. 25년전 내가 제대를 하고 그가 근무하는 상계동 골짜기 한 학교로 찾아갔는데, 층계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동갑내기 여선생님왈 \’아, 그 선생님이 동기세요?\’ 그 선생님 어제 술먹고 안경도 깨지고 인사불성이예요.\’ 교무실에서 만난 그는 고전 중이었다. 술이 깨지 않아서가 아니라 안경없어 보이질 않아서. 마침 퇴근시간에 가까워 주점주점 일을 덮고 상계동 번화가로 나갔지. 우선 안경점에 들리고. 그 안경점은 단골이다 못해 아예 월부, 아니 \’안경은 깨지는대로 다시 해주고 돈은 월부로 갚는\’ 그런 집이더군… 얼마전 그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감이되어 한 학교에 부임했겠다. 요즘 젊은 선생들은 술 가리고 몸을 사린다는군. 하지만 늙으스레 교장선생님과는 죽이 잘 맞는다는거야. 한번 거나한 술자리에서 \’저는 마포, 즉 마누라가 포기한 사람이랍니다.\’ 고백했더니, 교장선생님 말씀이 \’난 조포야.\’  조포는 뭔지 짐작하시겠지요? 조물주가 포기한 사람. 아무튼 내 죽마고우인 그. 요즈음은 바쁘다는 핑계로 잘 만나지도 못하던 그. 난 세월이 가든말든 누가 뭐라든말든 언제 어디서나 그가 술도 잘 마시고 건강하기를 바랄뿐이다… 우린 죽마고우라니까!!!    

200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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