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오후. 아직 햇살이 따가운 가운데 부모님댁 주변 산책에 나섰다. 빌라 담장을 따라 2-3분 걷다보니 길건너 왼편에 조그만 호수가 있다. 낚시꾼들이 10여명이나 찌를 드리우고 있다. 앞뒤로는 꽤 넓게 펼쳐진 들판에 벼들이 익어가고 있고… 호수라기 보다는 늪이라고 불러야할 이곳에서 무엇이 잡히는 것일까… 붕어? 가물치? 하지만 이런 물고기들이 크게 잡히는 것 같지는 않고 주변 마을사람들이 소풍겸 왔다가 찌를 드리우는 것 같다.
논밭 사이로 두세명 걸어 갈만하게 넓혀진 길을 따라 걸어본다. 이곳이 이곳 주민들의 산책코스인 것 같다. 젊은 사람들 보다는 나이 지긋한 남녀분들이 조그만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앞뒤를 걷고 있다. 논길을 따라 죽 콩을 심어 놓았고, 낮은 담장을 치고 고추며 무우를 심어 놓은 곳도 있다. 아, 저 분들은 메뚜기를 잡고 있네… 좀 더 걷다보니 조그만 산이 나오고 산등성이로 부터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그 사잇길로는 등산로라 불러야 할 가파른 길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곳이 부모님이 살고 계신 항동의 모습이다. 정원이 잘 가꾸어진 \’그린빌라\’ 주변도 이제는 상가며 연립주택들이 꽤 많이 들어섰지만, 입구에 위치한 성공회대학과 유한대학이 담장을 터서 아름다운 캠퍼스가 그냥 동네가 되어 버리니 주변이 한결 쾌적해졌다. 뒤편으로는 오래전부터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이라서 이렇게 논밭과 산야가 남아 있는 것이리라.
산기슲에서 발길을 돌려 둥굴게 괘적을 그리고 있는 철길을 따라 걸어본다. 어릴때는 선로위로 균형을 잡으며 수백미터씩은 걸어갈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2-3미터 정도후 실족해 버린다. 요즈음은 이용하는 것 같지 않은 철길이지만 침목은 나무가 아닌 콘크리트… 서편으로 해가 기울고 있어서 따가운 직사광선이 썬그라스 아래 내 얼굴을 태워 놓는다. 지난주 제주 3박4일 여행때 얼굴이며 팔다리가 꽤 태워졌지만, 잠시 항동에서의 산책이 내얼굴을 더욱 태워 놓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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