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와 네이버후드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네이버후드는 우리말로 동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워드(E. Howard)’가 주장하듯 걸어 다닐 수 있는 반경 내에 존재하고, 주민들이 서로 알고 지내고 필요에 따라 협력도 하고,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자연적/물리적인 경계가 존재하고, 중심에 교회, 초등학교, 공공기관 등이 존재하고, 가장자리에 상업시설이 존재하는, 그래서 나름 자족적인 독립성과 차별적인 정체성을 지닌 동네라고 보면 될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러한 정의가 조금씩 변모될 수 있다고 보지만, 네이버후드 개념은 아직도 현대사회의 신도시개발, 지역개발사업, 인구주택총조사 등에서, 그리고 선거구 획정 등애 있어서 크게 적용/원용되는 개념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지난 반세기간의 신도시개발을 살펴본다면, 그 계획의 근저에 이 네이버후드 개념이 적용/원용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본다면, 그 통계조사구인 ‘센서스트랙’이 네이버후드를 중심으로 경계를 정하고 있다. 또한 ‘크리스탈러(W. Christaller)’의 중심지이론도 그 기본 단위는 네이버후드로 되어 있고, 이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도시를 이루게 되는데, 그 영역과 경계가 네이버후드로 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 기반에는 같은 문화와 전통을 지닌 영역들을 한데 모으기 위함이며, 각종 시설 및 서비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중등학교, 초급대학, 대학교 등 교육기관, 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 크기에 따른 의료시설, 상업시설, 공공시설 등이 네이버후드로부터 연결되고 차례로 그 크기 내지 용량에 따라 배치되어 주민 편의성, 서비스 효율성, 비용절감 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근래 사람들에게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네이버후드가 살아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한다면 분명 대답은 ‘노우’ 일 것이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일부들끼리나마 알게도 되지만, 그로 인해 서로 네트워크하고 돕고 지내지는 않을 것이다. 마주치면 인사 몇 마디는 할 수 있지만 서로 방해받지 않고 개인적인 삶을 살고 싶은 것이 현대인들의 모습인 것이다. 한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외 단독주택지역에 지내면서도 이웃과 어쩌다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극히 드문데, 이번에 좀 규모가 작은 샌디에고 교외에 있다 보니 좀 더 시골분위기가 나고 동네사람들이 지나가가 인사를 좀 더 자주하고 있고, 동네 서로 봐주기(Neighborhood Watch) 프로그램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낯선 침입자를 경계하기 위한 것일 뿐, 막상 서로 초대하지도 더 깊은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 동네가 안전하고 조용하고 주택가격이 잘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16년째 포항 교외 신도시인 고층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웃과 얼굴은 알고 지내는 경우는 흔하지만 서로 인사말 이상을 한 경우도 방문한 경우도 전무한 것이다. 전통적인 단독주택도 아닌 고층아파트 단지에 네이버후드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 해도 경계는 어디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네이버후드와 네이버후드 모임이 강조되는 경우는 어떠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 나서서 모임을 이끌 때이다. 예를 들면 다운타운 소수인종 거주지에서 네이버후드의 정치적 힘 강화를 통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려 하거나 특정 시설의 시설유치 내지 반대를 도모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인동포들도 코리아타운 권익 보호를 위해 그렇게 모이는 경우가 있었다. LA폭동때 엉뚱하게 피해를 입은 한인들이 권익신장을 위해 코리아타운 이름으로 여러 차례 모이고 성명서를 내었었다. 물론 코리아타운이 전통적인 네이버후드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방글라데시타운 형성으로 인해 코리아타운이 절반으로 줄어질 위험에 처했는데, 한인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했었고, 또한 홈리스셸터 설치에도 힘 모아 반대했었다.
테크놀로지가 빠르게 발전되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우리의 삶의 공간인 주거지의 모습에도 변화가 이미 오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인 단독주택 동네들은 고층아파트단지로 변해가고 있고, 네이버후드는 생활의 편의성 (편의점, 공공서비스, 학교 등의 접근성)과 주택가격을 잘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 본다. 서로 참견하지 않고 개인적인 삶들을 누리면서도, 동네의 브랜드는 유지하려는 추세인 것이다. 지금도 과거 20년전에 있었던 ‘반상회’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현대인들의 네트워크는 네이버후드 기반이 아니라 다른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나 SNS를 통한 동호회 모임들이 중요해진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예전 모습의 단독주택단지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서로 인사 정도는 나누되, 개인적인 생활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네이버후드는 어찌 되는 것인가? 하워드가 정의한 전통적인 네이버후드 개념은 이론으로만 존재하고, 이제 이는 단순히 주민의 편의성과 각종 서비스의 효율을 위해서, 이로부터 출발하여 읍면동, 구, 시, 광역시로 연결되는 도시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인구주택총조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 혹은 선거 때나 정치적인 이슈 하에서나 이용되는 기구일 뿐인가? 각박하고 소비지향적인 현대 도시에서 동네사람들의 네트워크와 협력은 인간성이 살아 숨쉬는 지속가능한 사회조성을 위해 크게 필요함을 많은 이들이 강조하고 있는 바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개인적이고 소비지향적인 삶을 모두 다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근래 우리나라에서 젊은 층 농촌정착을 위해 이스라엘 농업공동체 키부츠(Kibbutz)나 모샤브(Moshav)를 벤치마킹하자는 이들도 있고 필자도 동감하고 있으나 젊은 세대들에게 잘 적용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영남경제 2026년 3월 8일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