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해들의 랜드마크는 저 십자가

   새로운 직장을 따라 이곳 흥해에 발을 들여 놓기까지, 나는 이곳에 대한 아무런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였다. 10여년전 포항에 도착하고 흥해에 발을 디디게 되었는데, 좁은 도로에 낡은 건물들에 넓게 펼쳐진 평야가 있었다. 그땐 그 길이 농로처럼 매우 좁았었는데, 그 길을 드라이브 하자면 봄여름엔 여기저기 하얀 황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었고, 가을에는 가득히 심어진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추수가 끝나면 남은 짚단 위로 하얗게 서리가 끼어 있었다.

   아침 길을 달리며 하루의 설계를 시작하던 곳도, 바쁜 일상 중에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던 곳도 바로 이곳 흥해들이었다. 평야를 가로 지르면 왼편으로 오랜 송림군이 존재한다. 과거의 집터였는지 대나무밭도 무성하게 남아있다. 간혹 비바람이라도 뿌리면 가는 물방울들이 안개처럼 송림주위에 흩날린다. 조그만 마을을 지나 작은 산을 끼고 돌다보면, 아침햇살과 다시금 만나게 된다. 이른 아침이지만 해는 동편 꽤 높게 솟아있는데, 언덕에 서있는 소나무 사이로 아침햇살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이곳을 지나 한동대 입구에 도달하게 되고 넓은 언덕길을 드라이브 해 올라가면 입구에 보이는 저것은 효암채플이다. 높다란 십자가가 보인다. 이곳이 나에겐 가장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던 장소였다.      
  
   어느 날 저녁, 볼일이 있어 좁고 복잡한 흥해시장길을 헤메다가 멀리서 마주친 것은 허름한 집들 사이에 높다란 네온의 십자가였다. 아 이곳에도 교회가 있구나. 저렇게 큰 교회가… 역사책을 들여다보면, 신라시대 이곳은 의창군으로 불리다가 고려때에 와서부터 흥해군이라는 지명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주변의 곡강, 신광, 달전, 청하 등의 지명들도 모두가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다. 차차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주변 마을들을 하나둘 방문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 역사의 마을들을 크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교회당이며 십자가였다. 다른 건물들보다 좀 더 커 보이며 근대적인 양식이면서도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교회당 건물들이 이 역사 오랜 마을들의 랜드마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바닷가에 가까워 아직도 미신적인 풍습이 많다는 이곳에, 억센 사투리만큼이나 완고한 지방이라 소문이 난 이곳에 많은 교회가 있고 많은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도 이제는 이곳 흥해로 집을 옮겼고 흥해에 꽤 많은 단골가게와 지인들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이제 이방인이 아닌 흥해인이 된 것이다. 나도 이제 더욱더 흥해갈 이 흥해의 저 랜드마크 십자가 아래 깃을 들이게 된 것이다.         

2006년 8월26일 흥해중앙교회 뉴스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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