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고향에서 새해를 맞으며

고국 고향에서 새해를 맞으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한달여 미국에 머물다가 귀국하니 섣달 말이 되었고, 곧바로 2026년 새해를 맞게 되었다. 경북동남해안지역에 정착한지 30년이 넘어가고 있으니, 이곳이 고향이 되어 버린 것이다. 미국에서 이 지역 직장에 곧바로 부임한 관계로, 어릴 적 자라왔고 형제자매들이 있는, 그리고 학교동창들이 있는 서울에 자주 가볼 기회가 없었기에 더욱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족친지들을 자주 찾지 못한 이유를 바빴다는 말로 얼버무림은 사실 구차한 변명일 뿐이고, 가장 큰 원인은 내 자신의 게으른 성격 탓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30년 내내 방학 중 2~3주 식구들이 있는 LA에 다녀오는 것, 명절 때 며칠 서울 부모님/형님댁에 들르는 것, 그리고 지난 20여년간 학교 국제협력 프로그램 일환으로 1년에 두어번 씩 몽골, 네팔,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을 학생들과 다녀온 것들 이외에 포항에 내내 머물고 있었다.

  그러니 출타한다 하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이고, 포항-서울-인천공항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KTX와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LA공항에서 12시간 30분의 긴 여행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주말이라 서울-포항 KTX가 며칠 전부터 매진이라 몇 시간을 서울역에서 기다리다가 출발을 한 것은 오후 8시 40분이었다. 원래는 오후 10시 18분 막차였는데, 다행히 표를 바꿀 수 있었다. 보통 1~2주전 예약해야 하는데, 출발 며칠 전까지 잠시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진에어가 포항-김포노선을 운행하고 있지만 아침 일찍 포항으로 떠나고, 저녁 늦게 김포로 떠나니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움 중 하나이다. KTX는 2시간 후에 동대구역에 도착했고 빈자리들을 포항 가는 대학생 연령층의 남녀들이 가득 메운다. 포항-동대구 KTX노선이 이러한 포항 젊은이들의 대도시에서의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포항해변에는 사시사철 방문객들이 많은데, 필자와 같은 지역민들도 있지만 다른 도시, 주로 인근 대도시인 대구에서 오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운전해도 1시간여, KTX로 30분이 걸리는 곳이니 과거보다 더욱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것이다. 영일대해수욕장 같은 도심해변도 있지만 긴 해안선을 따라 크고 작은 해수욕장과 어항들이 존재한다. 당연히 횟집도 많고 카페도 많다. 당연히 사업상 긴밀히 연결도 되고 왕래객들도 많기 마련이다. 물론 대구사람들이 포항의 대학에도 진학하고, 포항사람들이 대구의 대학에도 진학한다. 이렇게 대구와 포항, 아니 대구와 경북은 과거에 그랬듯이 한 지역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이다. 행정구역상 독립해놓았지만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언제나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새해를 맞으며 포항해변은 해맞이를 위해 몰려오는 인파가 많다. 강원도의 강릉이며 정동진 등 해변도시들도 한때 많은 이들이 몰렸으니, 근래 경제침체 이후로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는데, 이는 포항도 마찬가지이기는 할 것이다. 그래도 주변을 살펴보면, 새해 일출을 동해안에서 맞고 싶다는 이들이 많으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찾았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되기도 했었지만, 포항 호미곶에서 장엄한 일출을 맞으며 벌이는 ‘해맞이축전’은 전국적인 큰 행사였다. 그러한 일출을 포항도심해변에서도 볼 수 있어서, 필자는 영일대 해변 인근 해맞이공원 정상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호미곶까지 가고도 싶지만, 교통체증이 문제이기에… 하지만 30여년 살면서 지금은 새로 난 도로로, 과거에는 해변 구도로로 호미곶까지 드라이브를 즐기는 경우가 많았으며, 주로 구만리 인근 해변 카페에 들렀다.

  포항에 살면서 좋아하게 된 것이 물회이다. 가끔은 죽도시장 해양대게횟집 등지에서 물회와 대게를 먹기도 하나, 주로 직장 근처인 우목리 해변에서 물회로 점심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해변 언덕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하게 된다. 얼마 전 옆 사무실의 대학선배이자 레이저전문가인 K석좌교수님과 설머리 횟집 마라도에도 갔었는데, 품질이 서울이나 대전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후 걸어서 거대한 빌딩으로 이루어진 회전목마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하게 되었다. 대부분 대학들이 교수가 65세를 넘기면 현역에서 떠나게 하고 사무실도 비우게 하는데,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건강한 70~80대가 흔해진 만큼 원로교수들이 교육과 연구에 제한적으로나마 지속적으로 공헌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좋겠다. 특히 규모가 작은 필자가 재직하는 일명 ‘작지만 강한 대학’은 재정상, 질 높은 학생 교육 차원 등 이유에서 서울/대전/포항의 저명대학 은퇴교수들을 석좌교수로 모셔오는데, 아주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필자도 역시 명예교수이지만 이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것들을 얻고 있다. 공학계열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지역개발 등 정책분야에 집중하는 필자로서는 이들 물리학자, 생물과학자 등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새로운 세계관에 눈뜨게 되고, 전공분야에 있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아무쪼록 2026년 새해에는 더욱 많은 인재들이 포항을 찾게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하여 포항이 레이저 연구만이 아니라 AI 관련 기술의 메카가 되고, SMR/조선/원자력잠수함 연구/설계/건조장을 지닌 도시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포항면적은 서울의 1.8배이며 경주는 2배의 면적을 지니고 있고, 각 소지역의 특성들이 다르다. 또한 2026년에는 많은 국내외 방문객 및 관광객이 이 지역을 찾기를 바란다. 포항은 한번 찾아와 보면 다시 찾게 될 만큼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독특한 음식들이 있으며, 전국 굴지의 죽도 어시장도 존재한다. 그리고 국내 굴지의 산업시설, 연구시설, 그리고 학문적 우수성과 글로벌화된 독특한 분위기의 대학캠퍼스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대경일보 2025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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