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한인타운

샌디에이고 한인타운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미국에 오면 주로 LA 카운티에 머물러 있고, LA코리아타운을 자주 방문했으나, 올 초부터는 샌디에이고 카운티에 오래 머물곤 한다. 당연히 한국마켓 및 식당 방문차 한국인 거리를 방문하게 된다. LA에서는 약간 외곽인 라크리센타에 머물고 있는데, 그곳은 학군도 우수하고 도심에서 멀지 않아 아이들을 키우는 한국인 거주자가 많고 한국 음식점, 마켓, 미용실, 그리고 한인교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30분만 운전해 가면 미주에서 가장 크다는 LA코리아타운에 도착하게 된다. 영역도 넓지만 크고 작은 상업시설, 오피스, 호탤 등이 다양하게 들어차 우리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공식적인 센서스자료에 의하면 LA카운티의 한국인 인구가 22만 5천명 정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한인타운의 특징은 K-Food, K-BBQ, K-클럽 등 한국 식문화·엔터테인먼트의 상징적 거점, 고급 아파트·호텔 증가, 한국인 정치/경제·커뮤니티 기관 집중 등으로 그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코리아타운은 그 규모가 작고 한국인만이 아니라 아시아계 인구가 이용하는 장소로서 한국인거주지는 대가 북부 해변지역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필자가 머무는 곳은 샌디에이고 내륙 북부의 산 칼로스라는 동네인데, 한국인도 한국식당이나 마켓도 없는 지역이다. 한번은 이발을 하려고 인터넷 서치를 하다거 주변에 Kim’s Hair Cut이라는 상호가 있어 전화해보니 Kim이라는 성 아닌 이름을 지닌 미용사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한국인 인구는 약 3만 3천명이라는데 이도 정확한 숫자는 아니라고 본다. LA카운티와 샌디에이고 카운티 중간에 위치한 오렌지 카운티에는 11만 7천명의 한국계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번에 설명하고자 한다.

샌디에이고에 머무르던 초기 한인들은 해군 기지, 국경 근처 공장, 또는 주변 지역의 산업 일자리와 연결된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비교적 분산된 형태로 거주하며 한인사회라고 부르기 어려운 상태였다. 1970~80년대에 이르러, 한인 식료품점과 같은 소규모 비즈니스들이 생겨나며 한인 커뮤니티의 상업적 중심지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그 중 콘보이(Convoy)거리 — 샌디에이고의 비공식 “한인타운”의 시작이다. 1979년에 시온마켓이 샌디에이고 커뮤니티의 첫 한인 식료품점(한국 식품과 생필품 중심)으로 문을 열었는데, 이 한국인 거주민뿐 아니라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모임 장소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이 대형마트는 샌디에이고 우리 집에서 후리웨이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는 한국산 과자, 쌀, 콩, 두부 등 식재료, 김 등 마른 반찬, 김치, 나물 등 반찬류, 감, 배 등 과일 등이 가득한데,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일본인, 중국인, 필리핀인, 베트남인 등 타인종 사람들이 많아서 좀 놀라기도 했었다. 아무튼 몇 년 사이에 이를 중심으로 다른 한국식당, 상점, 서비스 업소들도 하나둘 생기면서, 샌디에이고 북부 지역의 “한국/아시아 상업 중심지”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1980~90년대에 이르러 콘보이지역 주변에 아시아 식당, 마켓, 사무실, 문화기관 등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많은 아시아계 주민들이 이 지역을 찾기 시작했다.

“한국사람들이 콘보이에 와서 일하거나 식사하지만, 실제 거주지는 샌디에이고 전역에 분포되어 있어 이를 한국타운이라고 부르기에는 구조적으로 단점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LA코리아타운은 많은 한국인들이 외곽 커뮤니티에 거주하지만 코리아타운이 워낙 크고, 많은 한인교회, 많은 한인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있는데, 샌디에이고는 한국인 거주인구도 적고 외곽 학군 좋은 곳으로 흩어져 살아서 막상 콘보이에는 한인 상가들만 있는 셈이다. 당연히 수익창출을 위해 다민족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20년에는 이 지역이 공식적으로 “Convoy Pan Asian Cultural and Business Innovation District”로 지정되었다. 이 지역은 단순히 ‘한국인만의 거리’가 아니라 — 다른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함께 어우러진 다문화/다민족 상업지로 성장했다. 즉, 전형적인 ‘단일 민족 코리아타운’이라기보다는 ‘팬아시아(Pan-Asian) 허브’의 성격이 강하다. 현재 콘보이는 수백 개의 아시아계 소기업, 식당, 시장, 문화기관, 법률/의료 사무실 등이 밀집한 샌디에이고의 주요 아시아 커뮤니티 허브 중 하나이다. 물론 주축을 이루는 것은 한국인이고 한국인 비즈니스들이다.  

  어쨌든 콘보이는 한국인 이민자 또는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국 음식, 마켓, 한글 서비스, 문화 행사 등을 접할 수 있는 중심지 역할을 해왔고, 신세대 한국계 청소년들부터 할아버지 세대에 이르는 다양한 세대가 이용하는 장소이다. 최근에는 K-Culture와 K-Food 시장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세대 한인 창업가들이 늘면서, 과거보다 더 살아있는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다. 요즈음 불황이라 좀 정체된 듯 보이기는 하지만 샌디에이고에서 한국 음식의 인기와 함께, 식당, 카페, 술집, 법률서비스, 여행사 등 한인 창업이 이 지역 성장을 이끌고 있고, 다른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성장이 더해져서 “팬아시아 다문화 상업 복합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한국인이 중심이 되어 있지만, 중국인, 일본인, 오끼나와인, 필리핀인, 베트남인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함께 어우러지는 형태로서, 이들 스스로도 근래 크게 알려진 한국문화와 한인타운 성장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들이 함께 미국에서 아시아 커뮤니티의 정치사회적인 힘도 키워주고 있는 것이다.

영남경제 2025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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