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회의 카운트다운

경주 APEC회의 카운트다운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은 1989년 11월 호주 캔버라에서 외교·무역장관급 회의로 출발했다. 이후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게 되고, 1993년부터 ‘정상회의’ 형식이 도입되었다.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Bogor) 정상회담에서 ‘보고르 목표(Bogor Goals)’가 설정되었는데, 선진국 회원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 회원은 2020년까지 자유무역·투자체제를 달성하자는 내용이었다. 조직은 공식적인 조약기구라기보다는 ‘포럼’ 형태로, 회원국들이 합의방식으로 자발적인 이행을 약속하는 구조이다. APEC 회원국은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칠레,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필리핀, 러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미국, 베트남 등 21개국이다.

  2025년 APEC 경제지도자회의는 10월 31일 ~ 11월 1일(정상회의 일정), “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지속가능한 미래의 건설: 연결, 혁신, 번영)”라는 주제로 한국 경주(일부 관련 행사는 인천·부산 등으로 분산)에서 열린다. 참가 규모는 정상 외에도 정부 대표단, 기업인, 전문가 등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며, 일일 수천명 수준, 총 2~3만명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 한국이 호스트국으로서 의장국 역할을 맡는다. 2005년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에 한국이 다시 호스트국이 된 것이다. 정상회의 외에 재무장관회의, 구조개혁장관회의, 기업인 서밋 등 다양한 부대회의가 진행된다. 한국 정부는 이번 개최를 통해 국내 산업·관광·문화 분야의 글로벌 노출을 확대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한국의 외교·경제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기회로 삼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세계 경제성장의 핵심축으로 부상해 왔고, APEC은 은 지역 내 무역·투자자유화 및 경제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대표적 다자경제협력체이다. 이 회원경제체들은 세계무역의 약 47%, 세계 GDP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APEC의 강점은 1) 무역·투자 자유화 촉진: 보고르 목표 등을 통해 회원국 간 무역·투자장벽 완화 노력으로 역내 자유무역 확산, 기업활동 용이성 확대 등에 기여, 2) 지역경제통합 및 협력 강화: 거대한 아시아-태평양 경제권에서 국가 간 제도·규제의 조정 등을 통해 경제협력강화, 중장기적으로 ASEAN은 물론이고 NAFTA/EU 같은 경제통합체제 추구, 3) 경제 외 현안 대응 플랫폼: 무역뿐 아니라 디지털경제, 기후변화, 공급망 회복성 등 다양한 현대적 이슈에 대해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고, 4) 한국 등 국가들에게 외교·경제적 위상 강화 기회 제공: 개최국이 되면 지역에서 무역, 경제산업 협력, 지속가능한 개발 등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며, 5) 비구속적이고 유연한 구조: 회원국들 간 자발적이고 유연한 합의를 통해 빠른 논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APEC의 문제점은 1) 구속력 부족: APEC은 결정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 형태로 채택하지 않고, 자발적·합의형 방식이기 때문에 실질적 집행력이 약하다는 비판이 있고, 2) 목표 미달 가능성: 보고르 목표 설정 이후에도 자유무역·투자체제로의 전환이 지연되고 있고, 3) 정치·안보 이슈와 얽힘: 경제협력체이지만 회원국 간 정치·안보 갈등(예: 미-중, 중-대만 등)으로 인해 경제협력논의가 제약 받고 있고, 5) 지역 내 통합의 한계: 느슨한 협력체이기에 역내 통합 깊이가 제한적이다. 사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가 APEC 등 국제회의에 쓸데없이 재정을 낭비한다는 불평하기도 한다. 근래의 경제상황을 생각하면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즈음 국제관계에서의 힘의 논리와 이로 말미암아 겪어야 하는 ‘선진국이면서도 아직은 약소국일 수밖에 없는 우리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큰 국제회의의 직간접적이고 중장기적인 파급성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위상을 높여 가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중앙정부든 지역정부든 십시일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APEC의 향후 전망 및 과제는 1) 코로나사태 이후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APEC이 ‘디지털 무역’, ‘공급망 회복성’ 등의 분야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며, 2)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기후 리스크가 큰 만큼, APEC 내에서 ‘녹색성장’, ‘저탄소 전환’, ‘재생에너지 협력’ 등의 주제가 중요해질 것이며, 3) 개발도상 회원경제체와 격차를 줄이고, 포용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역내 협력 강화가 과제이며, 4) 미-중 경쟁 심화, 지역 안보 불안 등이 무역·투자 환경에 영향을 주는 만큼, APEC이 정치적 갈등을 넘어 협력 플랫폼 역할을 유지함이 중요하다.

  APEC 2025가 국제정치경제적 어려움과 국내경제사회적 어려움 가운데 개최되는데, 이 회의를 통해 지금까지 전쟁, 국제정치, 체제경쟁 등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풀려나가면 좋겠고, 무엇보다 이 기회에 우리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이 커졌으면 좋겠다. 중앙정부 외교부가 콘트롤타워이지만 개최지인 경주시와 경북도의 다방면에 걸친 준비와 다양한 관련 지원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지역 지자체들, 경주/포항을 포함한 경북도가 환태평양과 환동해권에서 허브역할을, 그리고 요즈음 진영 간의 대립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북극항로 개발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는 경주 외 인근 도시까지 포함해 약 9,600개 객실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포항도 영일만항에 대형 크루즈선박을 이용해 1,100실 규모 숙소를 제공할 것이며, 불꽃놀이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영남경제 2025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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