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농산물시장 개방 여파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우리는 농산물 가격변동에 관심이 큰데, 이는 인간 삶의 기본적인 식생활 재료이기 때문이며, 가격만이 아니라 품질에도 큰 관심을 쏟는다. 우리나라의 농산물 가격은 OECD 평균보다 50~100% 비싼 수준인데, 이는 토지가 제한적이고, 인건비가 비싸고, 또한 기업화/기계화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지만, 농가의 성격 및 유통 구조상 갑작스러운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3~5%에 지나지 않으나 대부분 자작농이며 노령화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이왕 공산품 수출을 많이 하고 있으니 농축산물을 싼가격에 수입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러면 수요자인 국민들이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는, 1) 수입이 개방되면 농민들의 수익이 크게 감소하고 농촌경제가 흔들리게 되는데, 이는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하여 정치적 부담이 크고, 2) 식량이라는 것은 국가 간의 다툼과 전쟁, 가뭄,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 인한 흉년 또는 국제적인 가격 폭등시를 대비하여 국내 생산량과 비축량을 안보차원에서 확보하고 있어야 함 등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근래 크게 올라 2023년 49.0%에 이르렀으나, 곡물자급률은 22.2%이다. 쌀은 자급가능하나 옥수수·밀 등은 1% 미만 자급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2029년까지 55.5%로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는 연간 쌀 소비량의 17~18%를 비축하여 가격안정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전략작물 직접지불제’ 도입으로 농가소득 안정과 생산장려를 하고 있으며, 청년농업인 육성, 스마트팜 확대, 저금리 대출, 농지임대 지원 등 농업분야 세대전환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WTO 합의에 따라 쌀 수입 시 할당량(연 408,700톤)내에서는 5% 관세가 부과되며, 그 이상에 대해서 513%를 부과한다. 소고기 관세율은 한·미FTA에 따라, 과거 40%에서 2018년 21.3%로 낮아졌는데, 2027년 모든 관세가 철폐되게 되어 있다.
도시소비자들은 농민들의 쌀 수입 개방, 쇠고기 수입 개방 등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과격한 반대 행동들을 보며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갖기도 하고, 적지 않은 농민 및 농촌지원을 보면서 농축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염려하기도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딜레마적인 상황에서도 급진적인 변화를 피하면서 중장기적인 계획 아래 농축산정책을 펴나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어차피 공산품, 기계제조, 첨단기기 등을 수출하여 부를 이루고 있고 앞으로도 그리 가야 할 것으로 본다. 농축산분야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자급률이 중요하다고 보지만 수출지향적인 통상국가로서 지금과 같은 수입제한/관세부과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물론 지금도 한·미FTA 등에 의해 명목상으로는 99% 이상 농업개방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러므로 여기서 수입개방이라는 것은 관세가 아주 낮거나 없는 상황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한국입장에서 농산물시장 개방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장점은 제조업 분야 양보를 위한 협상 카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자동차 등 다른 민감 분야의 혜택을 이끌어 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쌀, 소고기를 포함한 수입농축산물로 가계에 도움이 크다. 단점은 쌀, 소고기 등 주요 민감 품목의 수입 증가 우려이다. 쌀 관세는 할당쿼터 내에서는 5%이지만, 그 이상은 고율 관세(약 513%)로 보호되고 있는데, 전면 개방 시 농가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사과 등 과일 산업 도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경북 청송 등 사과 주요 생산지에서는 ‘미국산 값싼 사과가 들어오면 경쟁력 상실로 생계 위협’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고기의 경우에도 축산농가의 타격이 클 것이다. 어차피 몇 년 후에는 모두 개방될 것이라지만, 우리는 현재 ‘30개월 월령 미만 소고기’만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를 완화할 경우 광우병 우려로 소비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와 최근 한미 무역 딜에서 미국 측은 농산물을 포함해 ‘완전 개방’을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는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이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는 “쌀과 소고기 개방 없다는 점은 다행이나, 전체적으로는 국익에 부합하는 협상이라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미국 측의 대규모 투자 약속과 펀드 수익 독점 등이 “불균형”으로 비판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LMO(유전자변형농산물), 감자·딸기 등 신선 농산물에 대한 검역 완화도 요구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이 후속 협상 카드로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농민이 전체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한국·영국·미국보다 높은 편이고, 정치적으로도 농업보호를 중시해 왔으며, 소비자 역시 국내산 지향 성향이 강하다. 쌀에 대한 관세는 WTO 체제에서 매년 쌀 770,000톤까지는 무관세로 수입되며, 그 이상 분량에 대한 관세율은 777.7%이다. 소고기 관세율은 38.5%인데, 미국과는 2023년 기준으로 23.3%이며, 2033년까지 9%까지 하향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은 환경정책으로 인해 농민들이 토지를 환경용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했고, 식량자급률은 약 60% 수준으로,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농민들은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위험하다”, “환경정책이 생산력을 훼손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프랑스 농민들은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와 가격압박에 반발하며 집단시위를 벌였고, EU 및 프랑스 정부는 규제 완화, 수입 통제 강화, 농가 보조금 증액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자유주의 선진국들에서도 전반적인 무역기조가 어떠하든 국내 농민과 농업보호가 큰 이슈가 되어 있고 그 조정에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대경일보 2025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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