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농촌교회에 다녀오다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귀국하여 여독이 가실 때쯤 되니 폭염이 시작된 것 같다. 너무 더워서 밖으로 나다니기가 어려워졌다. 이때쯤이면 장마가 시작되고 몇 주 지속되어 더위를 식혀 주다가 본격적인 더위는 7월 하순 경에 시작되는데, 올해는 장마가 시작하는 듯하다가 6월 말부터 무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금·토요일 내내 캠퍼스 사무실에 나가 이것저것 일하다가 퇴근할 때 잠시 동네의 아는 옷가게에 들렀다. 이 가게 주인뿐만 아니라 길 건너편 건축도장업체 주인부부도 몇 년전부터 알고 지내는 분들인데, 이들은 지난 1년여 전부터 도심에서 좀 멀리 떨어진 시골 작은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고 필자도 한두번 따라가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내일 그 교회 가자고 여러 차례 청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에 있으면 코리아타운의 한 대형교회에 출석하고, 귀국해서는 동네의 한 중대형 교회에 출석하는데, 오랜만에 귀국한 김에 이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오랫동안 차를 타지 않고 주차장에 방치해 놓은 탓이기도 하고, 연식이 오래 되어서 그렇기도 한데, 이 폭염에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번 일요일은 도장공사업체 주인부부의 차에 얻어 타고 가기로 했다. 주일예배는 11시 시작인데, 좀 넉넉히 잡아 9시 45분쯤 동네를 떠났다. 아름다운 주변 풍경을 보며 35분 후 죽장면 정자교회에 도착했다. 30km가 좀 넘는 길인데, 차가 막히지 않아 예정보다 빨리 도착하게 된 것이다. 서울의 1.8배나 되는 영역을 지닌 포항시 변두리 내륙지역으로 죽장면 정자리 마을은 국도를 따라 밭과 과수원들이 개발되어 있지만 인구는 크게 줄어 마을 주민들이 몇십명 되지 않는 곳이다. 죽장면은 산 높고 물 맑은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면봉산을 중심으로 고로쇠 수액 채취가 유명하다고 하며, 매년 2–3월에 열리는 ‘죽장 고로쇠 축제’는 수액 체험, 전통 놀이, 먹거리 장터 등이 열리는 지역 대표 봄맞이 행사라고 한다. 주변에는 죽장계곡, 입암 선바위, 학담암, 느티공원 등 자연경관이 풍부하여 주말 나들이 명소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정자교회는 출석교인이 크지 않은 시골교회로서 건물도 아담하게 작은 규모이나 놀라운 것은 교회가 1921년 창립되어 올해 104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담임 목사님은 60대 초중반의 박목사님인데, 개인사업을 하시다가 50대 들어 신학교에 가고 한 지역교회 부목사로 섬기다가 5년 전에 이 교회로 부임했다고 하는데, 설교도 잘 하시지만, 기도도 열심이시고, 교인들과 노방전도도 열심인 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10여명에 지나지 않은 쇠락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출석인원 5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했다. 절반 이상의 교인들이 포항시 중심부에서 30~40km 시골길을 운전해 오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물론 도로가 잘 닦여 있으니 그 정도 거리는 그리 먼 길이라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국도 상황과 속도제한 등으로 심리적 거리가 클 수밖에 없다.
20분 이상 준비찬양이 계속되는데,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중등학교 음악교사인 20대 후반의 여성분이다. 그의 여동생은 신학생으로서 오르간 반주를 맡고 있는데, 이들이 중심이 된 찬양이 목사님의 설교와 더불어 많은 이들을 이 교회로 이끌고 있다고 본다. 예배가 시작되자 좁은 교회당은 기도와 찬양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몸이 좀 불편하신 그러나 열심이신 장로나 집사님들이 눈에 뜨이는데, 이 교회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의 기도를 통한 치유 은사가 대단하다고 들었고, 항상 열린 교회당은 일주일 내내 밤새워 기도하는 분들이 끊이지 않는다. 한편 이곳에는 한달에 한두 번 한의사의 무료 진료가 있고, 이발 봉사도 있다. 얼마 전에는 마을사람들을 위해 저명인 초청 음악회를 열어 3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이 교회는 노방전도도 많이 나가는데, 포항시 중심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죽도시장에서 매주 두차례 씩 노방전도를 하고 있고, 다른 날은 죽장면 인근에서 연로한 주민들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중대형교회들도 많고, 대부분 도시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농어촌이나 산촌에도 적지 않은 수의 소교회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지금도 이 교회들은 몇 안 남은 연세 높은 지역민들의 예배 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되어 오랜 역사를 지닌 이 교회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10여명 남짓 교인을 지닌 소교회가 재정적으로 지탱이 쉽지 않은 것이다. 도시지역에는 크고 작은 많은 교회들이 있으니, 어느 곳을 가든 자기 신앙을 지키고, 이웃들과 교제하고, 국내외 선교 등도 함께 할 수 있으나, 농어촌 소교회들은 인구감소 및 고령화로 여력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방문한 소교회는 출석 인원이 지난 몇 년간 비교적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교회가 단순한 예배공간이 아니라, ‘주민의 필요를 채워주는 공동체의 따뜻한 쉼터’라는 인식 변화를 가져온 좋은 예라고 한다. 예배나 성경공부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지역민들이 언제든 이용 가능한 공간으로 교회의 이미지를 혁신하여 열린 복음 접촉점을 제공하고, 결혼식, 장례식, 경조사 등만 아니라 진료소 역할도 담당하면서 지역 사회의 삶의 리듬을 함께하는 공간으로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출석교인 뿐만 아니라 포항, 영천 등지에서 방문하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예배가 뜨겁고, 예배 후 모두 모여 맛있는 식사도 하고, 주변의 경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배 후 인근에 위치한 한 집사님의 농장을 방문했는데, 꽤 넓은 터에 과수도 심어 놓고, 각종 야채들을 키우고 있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경일보 2025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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