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이나 종전과 환동해권 전망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나 하겠는가? 지난 3~4년간 전쟁이 계속되고 그 정치경제적 여파가 너무 크기에, 또한 미 트럼프행정부가 조속히 정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믿고 싶었기에, 우리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포로 교환 등은 일부 이루어지고 있지만 서로의 공세가 오히려 거세어져 이 전쟁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끝날지 현재로서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게 되었다.
종전에 대한 전망은, 1) 협상을 통한 종전과 평화협정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양측 모두 상당한 정치적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의 수복을 원하고, 러시아는 이미 점령한 이 지역의 러시아 편입을 고수하고 있다. 2) 현재 전선 고착에 소모전이 이루어지고 있어 한국전쟁의 경우처럼 휴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이도 협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 한쪽의 붕괴나 급격한 변화로서, 그 예는 정권교체, 군사적 붕괴, 내부 쿠데타 등이나, 현재로서는 어느 쪽도 급속한 붕괴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4)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강대국의 압력을 통해 휴전이나 협상을 유도할 수 있으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공동 노선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 에너지 시장 불안정 지속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식량 가격 및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이다. 2) 군비 증강과 전쟁 특수로 인해 일부 산업군(방산, 에너지, 원자재 등)은 수혜를 입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재정부담이 늘고 성장 잠재력이 위축될 것이다. 우리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 러시아, 유럽, 동유럽 지역 등과의 무역 위축이 지속되고, 반도체·자동차·기계류 등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한국 제조업을 압박, 2) 에너지(석유, LNG), 식량 등의 수입 단가 상승은 기업의 원가 부담 증가, 그리고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과 기업 이익 감소로 연결, 3) 국제적 긴장이 계속되면 원화 약세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수입 물가 상승과 외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4)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유연성을 잃게 되어 외국인 투자감소와 자본유출이 우려된다.
전쟁 종료 이후, 러시아와 한국 간의 협력 가능성은 국제정치의 역학과 한국의 외교 전략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전후 러시아-한국 경제·산업 협력의 잠재성은 여전하다고 보는데, 자원개발, 극동개발, 북극항로 개척 등은 전통적으로 한-러 협력이 기대되던 분야들이다. 전쟁이 끝나고 서방제재가 완화되면 한국기업들도 러시아시장에 재진출할 것이고, LNG 등 에너지 개발, 천연자원 개발, 철도 및 물류(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개발, 조선/기계/ 건설분야 및 농수산분야 협력 등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종전 후 서방제재가 장기간 크게 지속될 경우, 한국은 동맹국(미국, EU 등)과의 관계를 우선시해야 하므로 제한적 협력만 가능할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상이 크게 실추되었을 경우, 한국 기업의 리스크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북핵 문제에서 러시아의 입장이 한국과 반대 될 경우 정치적 마찰이 상존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외교적 딜레마는, 1) 우크라이나 영토보전에 대한 국제법적 원칙에 관해서이다. 한국은 국제법 질서(특히 영토보전의 원칙)를 존중하는 국가로, 크림반도, 돈바스 등의 강제 병합을 인정할 수 없으며, 2) 만약 전쟁이 불완전한 형태의 종전(예를 들어,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계속 지배, 나머지 지역 휴전 등)으로 끝난다면, 한국은 실질적 상황과 국제법적 원칙 사이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실용적 외교를 위해 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인지. 3) 종전후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했거나, 북한의 미사일 기술 지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날 경우, 한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에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이 경우, 협력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환동해권은 지리적·경제적 위치상 매우 중요한 전략적 기회와 잠재력을 품고 있다. 특히 러-우크라이나 종전 후 변화 가능성과 맞물려 이 지역에서 지정학적·경제적 재편성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1) 전쟁 이후 서방과의 관계가 전적으로 회복되지 않더라도 러시아, 중국, 북한 등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어느 정도 문화/스포츠 교류, 농수산 협력 등을 시작할 수는 있다고 보지만, 2) 러시아가 심각한 고립 상태로 남을 경우, 한국의 대러협력은 국제제재 때문에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환동해권은 중국-북한-러시아 축 중심으로 돌아가며, 한국은 일본·미국 중심의 블록에 묶여 소외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진다.
결론적으로, 러시아가 전쟁 후 어떤 형태로 복귀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한국의 환동해권 전략도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쟁 종결 이후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동북아 교류와 협력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한국은 환동해 물류·에너지 네트워크의 핵심축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복잡한 국제정치경제 역학하에 사할린, 캄차카 등에서 항만조차, 개발협력 등을 포함한 실제적인 영토확장의 기회가 마련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방제재뿐만 아니라 북한·북핵, 미중 갈등 등의 변수가 크기에 전후의 예상이 쉽지 않으므로, 우리 한국의 유연하고 실용적인 외교 전략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환동해권의 항만허브로 발돋음하는 포항시와 경북도의 입장에서도 이를 면밀히 주시하며 다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남경제 2025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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